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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성 영어 블로그 번역

버스에서는 서로 다만 타인일 뿐 : 익명성과 속임에 대해

by 봄날들판 2015. 5. 13.
https://thejesuitpost.org/2014/02/like-a-stranger-on-the-bus-on-anonymity-and-deception/

Just a Stranger on the Bus: On Anonymity and Deception

버스에서는 서로 다만 타인일 뿐 : 익명성과 속임에 대해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자기 안에 있는 갈망과 잘못을 투명하게 바라보고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은총이자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게 바로 변화의 첫 단계이기에.

by 에릭 임멜 ERIC IMMEL, SJ on February 13, 2014

얼마 전 시카고에서 오마하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옆자리에 50대 여성이 앉았다. 활달하고 멋진 스타일이 아름다웠으며, 관대한 성격을 지닌 분이었다. 버스에 탔을 때 대개 나는 입을 가만히 다물고 있질 못한다. 그래서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친절하게 대답할 차례가 오자,,,, 나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에게 끌려서 먼저 말을 걸고, 그녀에게 말하는 게 좋았는데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얼마간 익명성이 있어야 한다.만나는 누구에게나 자신을 완전히 투명하게 드러낼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극심한 ‘극지방의 추위’로 교통상황에 저주를 내린 가운데서는 그대로의 솔직함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동안 어려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자신에 관해 어느 정도 숨기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내 말은,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과 속이는 것은 문제가 전혀 다르다. 나는 버스에서 아주 훌륭한 부인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녀는 버스에서는 누구와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규칙을 깨도록 그녀를 돕자 그녀는 내가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마침내는 입을 열었다. 자녀 이야기를 꺼내며 아들이 암으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 간호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냉철해지려고 얼마나 안간힘 썼는지 이야기하며 암 완치 판정 받은 지가 며칠 후면 17년이라고 했다. 사랑으로 실패한 지난날에 관해서도 말했으며 다시 동반자를 찾기에 알맞은 때가 마침내 되었다고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귀담아 듣고서, 결국에는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질문을 받고서 로욜라 대학교에 다니는 철학과 학생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유다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가톨릭 신자라고 말해 주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내 손에서 반지를 알아챘다. 나는 왼손에 가난, 정결, 순명의 표시로 은반지를 낀다. 새로운 친구들은 그것을 결혼반지로 자주 오해한다. 그녀가 배우자에 관해 묻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녀는 멋진 여자지요. 간호사로 일합니다.”

이는 틀린 말이다. 아주 여러 면에서 거짓말이다. 나는 배우자가 없다. 물론 결혼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비배우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사실 멋지지도 않고 간호사도 아니다. 나는 새로 생긴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어 주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

 

때로는 예수회 성소 때문에 지치는 일이 생길 때가 있다.그것은 나와 같은 식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세상을 배경으로 맞서기에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예를 들어 정결은 나의 삶에서 가장 사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공적인 부분이다. 그것에 관해서 누구하고나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얼마 전 운동을 마치고 나서 체육관 라커룸에 있는데 방금 만난 한 사람이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어떤 계기로 예수회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나요?”내 생각에 그 주제는 허리에 수건 한 장 두른 채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때로는 옷을 완전히 갖추어 입고서도 그 주제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성직자 복장을 했을 때는, 기차나, 거리를 걸으며, 체육 행사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고통과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성직자 성추행 스캔들이 여전히 신문 1면에 실리고 있을 때는 내 안에 확신과 열정을 계속 간직하는 일이 힘드는 일이 될 수 있다. 다른 이에게 내가 누군지, 무슨 일을 하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거짓말로 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많이 있는 것이다.

몇 주가 지나서 그 버스에서 일어난 일을 돌아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예수회원이고 예수회원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내 깊은 내면에서는 간호사와 결혼하기를 여전히 바라는 게 아닐까. 외국어도 잘하고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보내며,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칵테일 파티에 갈 때면 주위로 사람이 모여드는 그런 여자 말이다. 내가 그 버스에서 왜 거짓말을 했으며, 그 순간에 꾸며낸 배우자가 나에게 정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관해 진실을 다 알아내려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 보아야 별 수 없다. 나는 내가 누구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정말 되고 싶은 존재인 예수회원에 대해, 가난, 정결, 순명을 사는 수도자 신원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게 대답했다.

이 여인은 많은 사람이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자신의 삶에 관해 솔직하게 말했다. 용감하게도 거의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자신의 이야기와 삶에서의 부르심을 나누어 준 것이다. 내가 말과 행동으로 예수회 성소를 선포할 때 느끼는 모든 어려움은 그녀도 역시 겪었다. 그 순간에 있어서는 그녀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며, 그래서, 마침내는 그녀의 솔직함에 나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마하까지 45마일이 남았을 무렵, 나는 입술을 깨물고서, 사실대로 말했다.

***

 

예수회에 입회하고 첫해에, 나는 동료 수련 수사와 함께 어느 생일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우리가 예수회원이라는 말이 퍼져나갔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질문에 쏟아져 들어왔는데 나는 조금 지나고 나서 동료 수련 수사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수사님은 어떻게 그 이야기를 거듭 하고 또 하시나요?” 그가 단순하면서도 돌려대지 않고 대답했다. “하느님의 백성은요, 저도 백성 중 한 사람인데요, 우리의 (성소) 이야기를 거듭거듭 필요로 해요.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이야기를 무척이나 필요로 하지요. 우리는 자신을 사랑으로 거듭거듭 나누는 것이지요.” 그 버스에서 솔직하지 못한 말을 계속하면서 문득 나는 그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옆 사람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털어놓았다. 알겠다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당신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어 기쁘네요. 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그 버스에서 나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거절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용서를 받았다. 우리는 계속 이야기 나누고 계속 자신을 열며 함께 남은 여정을 마쳤다. 마침내 도착지 오마하에 이르렀을 때 보도에서 크게 포옹을 했고 각자 자기 길을, 내 생각에 더 나은 길을 갔다. 제일 친한 친구와 그의 매제는 나를 데리러 왔다가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내가 말했다. “나는말야 버스를 탈 때마다 멋진 사람을 적어도 꼭 한 사람은 만나거든.”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여, 이 말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