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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영성 영어 블로그 번역

사랑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야지

by 봄날들판 2015. 11. 30.
Do not waste love by Eric Immel SJ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존재의 손짓을 그냥 흘려 보내지 말자.
이 겨울 따뜻하게 보내자.
딱 내 이야기인 것 같아서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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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반, 인조나무로 된 책상에서 핸드폰 알람이 크게 울렸다. 그 때문에 알버트 카뮈와 프랑스의 실존주의자들과 친밀하게 나누던 대화에서 깨어났다. 메시지함에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아침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내가 머리가 가장 맑은 때가 이른 아침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창 밖으로는 아침 해가 뜨면서 거리 너머 붉은 벽돌 위에 온통 금빛을 뿌려 놓는다. 내 방 블라인드는 계속 내려와 있다.

정오 무렵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이메일을 확인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로마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 나중에 답장해야지.

하지만 나는 답장을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이에서 그 노트는 수많은 이메일 사이에 묻힌다. 그것들은 대부분 중요하지도 않고 읽어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그래도 로마에서 온 것은 사이버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그리고 처음에 이메일이 왔는지조차 잊어버린다.

아이폰 홈화면의 전화 아이콘에 빨간색 글자로 작게 숫자1이 떠 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낸 음성메시지이다. 그 메시지를 받은 지 3주가 되었지만 숫자는 계속 떠 있고 전화 주인이 그것을 들을 때를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나는 듣지 않는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마침내 답장 전화를 했을 때 설명해야 하는 일이 두렵다. 조금 더 기다릴 수 있겠지. 그건 그렇고 내가 사는 집 바로 너머 호숫가에서는 파도가 큰 바위에 끊임없이 부딪힌다.하루 종일 나는 캠퍼스를 여기저기 걸었지만 거기에 호수가 있는 줄은 모른다.

***

 

어제 훌륭한 예수회원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밥 신부님은 거의 10년간 암 투병을 하셨고 그 병은 마침내 그분을 데리고 갔다. 시카고에서 그분과 다섯 달간 함께 살면서 그분과 자주 점심을 먹었다. 그분은 민감한 위를 뒤집어 놓지 않을 만한 음식으로 만든 맛없는 식단이 있는 테이블의 상석에 앉곤 했다. 그리고 우리들 밝고 열성적인 철학기 수사들은 그날 그분이 말하는 지혜에 뭐든지 사로잡혔다.

밥 신부님은 이룬 일도 상당히 많은데, 한번은(물론 점심 식사 때) 내가 물어본 적이 있다. 신부님의 생애에서 가장 훌륭하게 이룬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예상한 답은 학자로서 그리고 사제로서 거둔 성공을 하나하나 나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분은 상당히 오랫동안 말없이 있었다.

 

“글쎄요,” 목소리는 병치료 때문에 조금씩 떨렸지만 부드러웠다. “저는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노력했지요.”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분의 방에서 수백 권에 이르는 장서를 종이상자에 넣는 작업을 도와 드렸다. 전부 보스턴의 양로원 공동체에 보낼 책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분을 다시 보지 못했다.

***

 

나는 선함과 사랑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경계 안에 살고 있다. 이 세상은 선함과 사랑을 수천, 수만 번이나 나에게 드러내 보여 주었다. 하지만 나는 자주 거기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대자들과 영상 통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실은 그럴 시간을 내고 연락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든다.공동체의 바로 서쪽 마당에는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한동안 가을빛으로 참 아름답게 빛났다. 하지만 지금 겨우 그 나무를 바라보기 위해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지만 차가운 가을바람에 남아 있는 것은 이파리 몇 개뿐이다.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항상 있다. 금세 읽을 만한 재미있는 페이지들, 새로 나온 유투브 비디오 영상, 필요도 없는 낮잠 그런 것 말이다. 하지만 거룩한 것과 그것을 깨닫는 것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

 

밥 신부님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매일 그분을 떠올렸다.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시간을 내서 이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한 것보다 너무 빨리 돌아가셨어. 그리고 그래서, 이 세상에서 그분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는 갈망은 길을 잃었다. 지금 이 사랑을 처음 불러일으키신 분, 하느님에게 밥 신부님이 나를 위해 전구해 주고 계시다는 약간의 믿음 말고는 영원히 잃었다.

그렇지만 나는 매일 밥 신부님을 떠올렸다. 그리고 매일 그렇게 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이 내가 응답하기를 기다리는 사랑이고 아름다움일지 모른다. 우리 삶이란 불완전하여 내가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그런 삶의 분주함, 게으름, 이기주의를 헤치고 사랑을 열성적으로 찾아야 한다.

정말로, 사랑하라는 부르심은 계속된다. 그리고 사랑을 잘 받아 주고 사랑이 담긴 응답을 하라는 부르심 역시 계속된다.

 

나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걸 안다. 나는 부모님에게 오늘 전화할 수도 있다. 몇 줄 적어서 영원히 친구로서 우정을 나누고 싶은 이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내일은 커피 마시기 전에 기도를 위해15분 일찍 일어날까 싶다. 그리고 다음 번 오후에 햇볕이 쬐는 날이 있으면 창문에 볕이 가득한 동안 하늘색이 서서히 바뀌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