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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9일 : 잔잔한 바람을 혀끝에 느껴 보자

by 봄날들판 2017. 12. 18.
제9일 : 잔잔한 바람을 혀끝에 느껴 보자 
Tasting the Breeze

최근에 질문을 하나 받았다. 우리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을 더 잘 알아차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삶에서 ‘소음을 끌 수 있느냐’고 누가 물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는 실은 그 소음을 듣고 있지는 않다.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알아차리려고 멈추는 때가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있는가? 눈에 들어오는 모습과 색깔을 알아차리려고 멈추는 때가 얼마나 자주 있는가? 코로 들어오는 향기는 어떠한가? 이냐시오 영성 생활에서 비결은 바로 이러한 알아차림이다. 이냐시오 성인은 이것을 ‘감각의 적용application of the senses’이라고 부르곤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섯 가지 감각을 알아차리도록 열린다. 
태어난 지 이제 세 달 된 딸은 내가 감각에 참여하지 않을 때가 얼마나 자주 있는지 계속해서 일깨워 준다. 아기는 그녀의 세상을 쉴 새 없이 둘러본다. 에어컨, 조명 전구, 나무의 잎사귀, 자신의 발 등을 바라본다. 아기는 천으로 만든 거북이인형의 실 짜임새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산책을 갈 때면 얼굴에 부는 미풍을 향해 혀를 내밀어 본다. 당신은 최근에 미풍을 맛본 때가 언제인가?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이 우리 가운데 가장 현명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마태 18,1-5 참조). 어린이들은 세상이 놀라움이 가득한 장소임을 일깨워 준다.  
딸에게는 소음이란 없애고 싶은 것이 아니다. 딸은 오히려 소음과 관계를 맺는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듣고, 맛보고, 음미한다. 감각을 적용시킬 때 우리는 단지 그것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참여하도록 초대를 받는다. 거기에 보는 것과 알아차리는 것, 듣는 것과 귀담아듣는 것, 맛보는 것과 음미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있다. 소음이 말해 주는 것은 일상생활의 소리들이다.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떻겠는가? 소음은 우리를 어디로 부르고 있는가? 하느님은 소음을 우리와 소통하는 일에 쓰실 수 있지 않으실까? 내 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녀는 우리에게 아마 말할 것이다. ‘그래요, 제 주변의 놀라운 것을 볼 때면 마음이 흩어지곤 해요. 하지만 여러분의 눈은 그들이 지닌 놀라움에 눈이 멀어 있어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눈길로 돌아가서 하느님의 피조물이 지닌 놀라운 아름다움을 알아차려야만 한다.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찾고 싶다면 그 첫걸음은 바로 미풍을 혀끝에서 느껴 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