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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12일 : 작은 행동

by 봄날들판 2017. 12. 20.
제12일 작은 행동
작은 행동 Little Gestures

8년 전 일이다. 30일 피정을 마치고 돌아오자 한 친구가 영화 <미션>에서 눈에 띄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신수련 관련 기사를 보내 주었다. 영화에서 한 사제는 십자가에 묶여서 한쪽으로 기운 채 폭포 아래로 내보내진다. 친구는 내가 어떤 길에 들어선 것인지 궁금해했다. 내가 영신수련 피정을 하게 된 한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어떤 길로 들어가려 하는 건지 더 깊이 깨닫고 싶어서 피정에 간 거야.” 그리고 장담하건대 여기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신앙을 위한 순교자가 되어 폭포로 내던져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여기는 폭포도 없잖아, 하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당시는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 몇 주간 체육관에 발걸음을 옮기는 게 어려웠다. 너무 피곤하고 해외에서 삼 주를 보내고 나서 업무를 따라가려니 지쳐 있었다. 지난 주말, 가방에서 열쇠를 찾으면서 몸이 젖은 아기들을 이리저리 피해 가면서 체육관의 복잡한 현관을 지나갈 때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주차 공간에 서 있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거의 15분 전에 타원형 트랙을 마지막으로 달릴 때 그 남자가 떠나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아주아주 잠깐이지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저 남자는 도움이 필요한 걸까?’ 그러고 나서 열쇠를 찾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문을 나섰다. 
그 남자는 내가 주차장을 지나갈 때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눈은 감고 손은 무릎에 올려 둔 채였다. (이번에도 잠깐이지만) 또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건가?’ 자동차키의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고 나서 짧은 생각이 머리에 스쳐갔다. ‘저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장애인에 대한 고정 관념이 아닐까? 만약 내가 그에게 다가간다면 그는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느끼지 않을까? 만약 그가 그저 그를 데리러 오는 차를 기다리고 있다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한테 도움이 필요하다면 분명히 주차장 직원들이 알아채고 도와주지 않겠어? 그리고 내가 물어보았는데 그가 실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내가 가진 것보다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인내심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뒤로 돌아서 그에게 갔다.
나는 물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요?”
그가 쾌활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전혀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래요, 날씨가 정말 좋네요.” 팔을 뻗고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면서 그가 말했다. 영화 <미션>에서 본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물이 쏟아지는 폭포와 팔을 편 모습, 그리고 신앙을 위해 깊은 곳으로 뛰어드는 순교자가 말이다.  
거기에는 필라델피아의 교외에 은유적인 의미에서의 폭포가 있는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년 전 필라델피아에서 강론에서 말씀하셨다. “믿음은 존재와 성령의 활동에 창문을 열어 줍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 거룩함은 항상 작은 행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 하버타운 주차장에서 한 창문이 열렸다. 그것을 통해 잠깐이지만 나는 성령이 활동하시는 것을, 나 자신을 걱정이라는 급류에 몸을 던져 자신이 어디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묻도록 초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어떤 길로 접어들게 된 걸까? 내 짐작에는 위대한 영화의 결말과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작은 행동, 믿음에서 우러난 작은 행동, 자그마한 순교가 있었다. 주님, 이 폭포를 팔을 활짝 편 채 폭포를 맞아들이기에 충분할 만큼 믿음을 품도록 제게 당신의 사랑과 은총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