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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22_곤충(십자가의 길)

by 봄날들판 2018. 5. 17.

수난 22_곤충(십자가의 길)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요한 19,17)

 

이제 그분이 가야 했습니다. 이제 그분은 이것이 여느 십자가가 아니라 그분 자신의 십자가라는(다리 저는 저 소년이 나의 아들이고 암에 걸린 저 나이 든 여인이 나의 어머니인 것처럼) 자각을 진 채 그분의 발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것은 나무 조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조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살과 뼈가 모인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숙명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사람과의 논쟁이 끝났습니다. 그분을 구하려고 하거나 그분을 팔아 버리려고 하거나 그분을 잃어버리게 된 비겁함과 배신과 부정과 책략의 상호 작용이 모두 끝났고, 완전히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야외에 있습니다. 하늘이 넓습니다. 여윈 염소 떼가 길을 막거나, 줄에 매이지 않은 채 골짜기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다, 카야파, 베드로와 빌라도는 이제 과거에 있어, 죽었거나 절망에 빠져 있거나 저녁을 먹고 침대에 들려고 움직이면서 평화로운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난쟁이와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연기를 위해 무대를 치웠습니다.

주인공은 위로 위로 기어오르는 저 인간 곤충이었습니다. 땅의 도랑에서 우리가 보는 곤충처럼, 커다란 부스러기나 죽은 유충을 집요하게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우리 아래 그곳에 계시는 그리스도조차도 그분이 약탈물을 좋아하시고 그것을 어떤 탐나는 개미굴로 끌고 가는 듯이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끝이라는 캄캄한 심연을 향해 나아가고 계셨기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지막에 가까워지자 모든 것이 더 짧아졌습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갈망과 후회로 짜인 천을 가위질로 싹둑싹둑 잘라내는 것 같았습니다.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헛된 희망이 잘려 버렸습니다. 정원에서 두려움에 떨던 일은 지금 얼마나 멀고 어리석게 느껴지는지! 그분 가까이 있는 것은 물건들이 주는 이 무미건조한 다정함이었습니다. , 뿌리, 깔개짚, 양의 똥 같은 것들이요. 그런 것들이 그분이 가야 할 길을 표시해 주고 그분의 발걸음 아래서 그분 뒤로 떠나 버렸습니다. 어렸을 때는 들판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금방 알아보는 것을, 우리는 살다가 나중에는 잘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그리스도는 그것을 한 번 더 보시고, 그리고 그것들이 그분에게 휴식이라는 아무 생각 없이 기분 좋은 순간을, 작고 황홀한 순간을 주었습니다. 이제 그분이 십자가가 쓰러지게 하실 것이고, 두더지가 구멍 밖에서 꾸물거리는 모습을 눈으로 쫒으실 것입니다. 그분은 운모가 섞인 그 빛나는 돌을 골라내려 하실 것입니다. 그분이 향하는 곳은 바로 이 방향이었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듯이, 아주 어릴 때를 향하셨습니다. 몇 년의 위선적인 행진 중에 잃어버리고 배신당한 이 보물을 향하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분은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분한테는 더는 생각이 없었고, 다만 추억과 환상만 있으셨습니다.

곧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곧 더 이상 고함치는 병사들도, 그분을 위해 우는 여인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두더지와 빛나는 돌과 그 십자가 위에 앉은 노란 나비만 있을 것입니다. 나비는 십자가를 더 무겁게 하지도 않은 채 십자가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고 지금은 그분의 앞에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영혼은 작은 피조물의 그 꿈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의 몸은 짐승 같은 피로감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등과 어깨 그리고 발은 어른이 겪는 지옥 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멈추어 휘청거리다가 땅에 넘어지셨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병사들이 저주를 퍼부어도, 일어나고야 말겠다고 의지를 세워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는 부서졌습니다. 누군가 골고타 언덕 꼭대기까지 그분을 돕거나 그분의 자리를 대신 해야 했습니다.

 

* 단어 찾기

reel 비틀거리다 휘청거리다 릴 얼레

grub 유충을 파다 뿌리째 뽑다

booty 전리품 약탈물 엉덩이

over and done with 완전히 끝나서 완전히 밀쳐져서

crumb 부스러기 크럼 단서

furrow 도랑 에 주름살 지게 하다 밭고랑 팬 자국

obstinately 완고하게 집요하게

nonentity 보잘것없는 사람 실재하지 않는 것 하찮은 사람

ravine 협곡 계곡 골짜기

untethered 줄로 매이지 않은

cowardice 겁 비겁 소심함

ruse 계략 책략 루세

snip 자투리 을 싹둑 잘라내다 싹둑 자르다

bedstraw 침대의 속짚 깔개짚

ecstatic 황홀한 무아지경에 빠진 기뻐 날뛰는

repose 휴식 정지 수면

bellow 큰소리로 울다 소리지르다 고함치다

mole 두더지 몰 사마귀 방파제 스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