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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35

사순 묵상] 수난 34_그림자와 향기(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묻다)   수난 34_그림자와 향기(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묻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요한 19,34) 이제 살아 있는 이들이 유령이 될 차례였습니다. 그분이 다시 되살아나실 때까지는 그러했습니다. 십자가 주위에서,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경계에서 그들이 취한 행동은 유령의 행동이었습니다. 라임색 벽에 비춘 소리 없고 몸이 없는 환영이었습니다. 마지막 빛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질 것들이었지요. 진짜 몸과 현실은 그 하얀 시체였습니다. 세상의 진짜 지배자는 피가 하나도 없는 저분이었습니다. 저녁에 나타난 첫 별의 숨결에 얼어붙고 밤의 이슬에 가려진, 움직임 없는 임금이었습니다. 그분의 옆구리를 찔러 피와 물이 마지막으로 흐르게 한 병사는 유령이었습니다. 그의 창도 유..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33_기쁜 죽음 수난 33_기쁜 죽음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들의 몸이 되살아났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다음,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 많은 이들에게 나타났다.” * 한 줄 평 : 무슨 말인지 공감 안 가는 내용이 좀 있음. 우리는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찢어지는 것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지진과 갈라지는 바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붕괴하는 문제라는 이 사건에서, 우리 사람에게 남아 있는 역겨움이 있는 어두운 공기와 빛이라는 이 사건에서, 이 오후 세 시에, 어떤 사람들이 행복해했는데, 이들은 죽은 이들이었습니다. 묘지 아래 누워 있던 유령들이 구멍 나 있는 참호에서 뛰쳐나가려는 젊은 보병처럼 모두 설레였습니다. 그들의 잠은 조용하지 않은 잠이었습니다..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32_손 수난 32_손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그래서 성부께서는 그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가실 수밖에 없으셨을 때에, 성부는 가 버리셨고, 그분을 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성자는 캄캄한 고통의 손아귀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전처럼 소리 없이 성부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얼굴을 숨기신 채요. 그리고 어쩌면 그 신비의 너머에서 그분은 놀라움도 안도감도 표현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손을 내밀어 조개의 모양으로 손을 모으셨습니다. 오로지 성부만이 우리가 붙잡힐 수 있도록 이러한 손을 우리에게 내미실 수 있습니다. 성자 그리스도는 우리가 저지른 절망이라는 죄를, “라마 사박타니”라는 그 거친 외침을 용서하실 만했습니다. 성부께서는 예수님의 마지막 숨으로 반항이 미약해지리라고 믿으..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31_네가 주는 물 한 잔 수난 31_네가 주는 물 한 잔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우슬초 가지에 꽂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요한 19,29) 결국에는 갈증이 났습니다. 그분은 뱀처럼 마른 채 언덕에 오르셨습니다. 그리고 몸에서 계속 피가 흘러 나가자 갈증이 치솟아 그분을 사로잡았습니다. 갈증이 그분을 둥글게 감싸기도 하고 위아래로도 흔들었지만, 그분은 바싹 마른 입술로 숨을 삼키실 뿐이었습니다. 사막에는 노리끼리하고 먼지 낀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끼 위에 하얀 뼈를 흩어지게 하는 사람과 가축 떼의 오랜 갈증이 있었습니다. 체액이 있는 한 그 사람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상처와 못은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그렇..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30_어둠에 싸인 세 시간 수난 30_어둠에 싸인 세 시간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마르 15,33) 이 시간에 어둠이 덮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늘과 땅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장면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누구도 새로이 고문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이 여전히 그분의 옷을 가지려고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수난은 슬픈 예상 속에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죽음 속의 죽음이었습니다. 오후 세 시까지 그 세 시간 동안 그분은 더 나쁜 고문자와 씨름하고 계셨습니다. 더 소름끼치는 소멸을 거치고 계셨습니다. 정원에서처럼 다시 이 무서운 침묵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이 수천 배는 더 심했습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모든 것이, 그분의 선함과 사람의 악의가, 잘 자란 옥수수밭 그..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9_또 다른 천국 수난 29_또 다른 천국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 보시고”(요한 19,26) 그분은 자신이 지은 범죄로 내리눌려 죽어 가는 남자에게 낙원을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끝나 버렸을 때는, 심장이 멈추고 있는 이에게, 두 눈이 감기고 있는 이에게 낙원을 주는 것은 쉽기만 합니다. 세상이 스스로를 지워 내고 그것의 발톱을 우리로부터 치울 때, 그 꿈으로 자유로이 돌아간 영혼은 이미 낙원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은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일지라도 낙원이라는 그림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사람은 그것을 이곳 아래서 찾고자 애썼습니다. 우리의 낙원은 얼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와 시간이라는 사막 사이의 얼굴로, 누구네 집의 불가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다른 사람의 몸이..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8_오늘(십자가의 두 강도) 수난 28_오늘(십자가의 두 강도)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 그분의 옆에 있던 강도는 유일하게 자신이 임금의 옆에서 죽어 가고 있다고 여전히 믿은 사람입니다. 그한테는, 비록 읽을 수는 없어도 십자가의 위에 못 박아 놓은 모욕적인 표현, 즉 ‘유대인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가 정말로 왕가의 기준이었습니다. 강도는 그의 옆에 매달린 이의 나라에는 탑이며 분수와 맛좋은 포도주가 있는 큰 정원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키는 이들이 없어서, 금고가 열려 있는 낙원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바라보면서 깨끗한 양심으로 모든 것을 훔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그가 잠을 자는 길거리에는 태양의 황금빛 따뜻함이 가득하고, ..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7_그분이 행하고 싶지 않은 기적 수난 27_그분이 행하고 싶지 않은 기적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마태 27,40) 못 세 개를 푸는 것쯤이야 목수의 아들한테는 작고 하찮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요셉의 작업장에서 그분은 서른 살이 되기까지 나무 다루는 일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곳에, 나무와 못 사이에 붙들려 계셨습니다. 그분은 냄새와 나뭇결만 보아도 나무가 너도밤나무인지 참나무인지 밤나무인지 구별할 줄 아셨습니다. 나무의 새하얀 조직에 깊숙이 박힌 못 세 개…… 그분이 얼마나 수도 없이 못을 빼고 박았던지요! 그분은 그 일을 하는 방법을 아셨습니다. 그것은 일으키기 쉬운 기적이었을 겁니다. 아예 기적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을 겁니다. 군중이 외쳤습니다.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는 지금 십..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6_그 말씀 몇 마디로(가장 마음에 드는 글)   수난 26_그 말씀 몇 마디로(가장 마음에 드는 글)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카 23,34) 그 위에서 그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말씀을 하실 수는 있었지요. 군중한테 말씀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들이 더 이상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중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악담을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는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이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할 수 없었지만, ‘그 일’은 하실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을 벌에서 구할 수 있으셨습니다. 죽어 가는 어깨로 폭풍우 속에 있는 그들에게 피난처를 주실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 2018.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