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고독
쫒겨서 벼랑에 홀로일 때, 뿌리던 눈물의 푸르름
떨리던 풀잎의 치위를 누가 알까.
땅바닥 맨발로 넌즛 돌아 수줍게 불러보는 만남의 가슴떨림
해갈의 물동이 눈길의 그 출렁임을 누가 알까.
천 명 삼천 명의 모여드는 시장끼
영혼의 그 기갈 소리 전신에 와 흐르는
어떻할까 어떻할까
빈 하늘 우러르는 홀로 그 때 쓸쓸함을 누가 알까
하고 싶은 말 너무 높은 하늘의 말 땅에서는 모르고
너무 낮춘 땅의 말도 땅의 사람 모르고
이만치에 홀로 앉아 땅에 쓰는 글씨
그 땅의 글씨 하늘의 말을 누가 알까
모닥불 저만치 제자는 배반하고
조롱의 독설 닭울음 멀어가고 군중은 더 소리치고
다만 침묵 흔들이는 안의 깊이를 누가 알까
못으로 고정시켜 몸 하나 매달기에는 너무 튼튼하지만
비틀거리며 어께에 메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몸은 형틀에 끌려가고 형틀은 몸에 끌려가고
땅 모두 하늘 모두 친친 매달린
죄악 모두 죽음 모두
거기 매달린 나무 형틀 그 무게를 누가 알까
모두는 끝나고 패배의 마지막
태양 깨지고 산 웅웅 무너지고
강물들 역류하고 낮별의 우박오고
뒤뚱대는 지축 피흐르는 암반
마리아 그리고 막달레나 울음
모두는 돌아가고 적막.
그때 당신의 그 울음소리를 누가 알까
(박두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