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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16_후세를 위해 남기는 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by 봄날들판 2018. 4. 2.
수난 16_후세를 위해 남기는 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마태 27,19)

* 한 줄 감상: 이번에는 일기 형식이다.
이 글은 루이지 산투치라는 작가의 묵상집을 번역한 것입니다.

아내가 그 꿈들을 꾸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일기를 쓰기로 했다. 아니 더 멋있게 말하면 내 뒤에 올 이들에게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혹은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후세에 보내는 편지라고 부르겠다. 아내 클라우디아가 꿈을 꾸고 나서 지난밤에 침실에서 말해 준 다른 이야기 가운데서 그녀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믿고 싶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부끄러움의 상징으로 이야기하지 않게 하려고 괴로워하고 있다. 어쨌든 기록이든 문서든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 무엇이로든 간에 보존하는 것은 관리officia’의 부분이다. 나의 직업에, 관료의 직업에 정확하고 알맞은 일의 부분이다. 진실은(나는 이것을 앞으로 태어나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이야기한다.) 나는 타고난 관리가 아니다. 나한테는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 내가 활달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여자들한테도) 내가 재능과 개성을 갖추었다는 말을 듣곤 했다. 내가 강한 부분은 철학이었고 어쩌면 드라마도 그랬다. 수준 높은 대화를 했고 의미가 가득하면서도 미사여구가 없는 균형을 잘 갖춘 글을 썼다. (젊었을 때 희곡 몇 편을 쓴 적이 있는데 몇 년 전 배 침몰 사고로 잃어 버렸다.) 나의 우상은 분명 카이사르가 아니다. 오히려 루크레티우스나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이다. …… 나는 타고난 관료가 아니었지만 관료가 되었다. 그것이 류마티즘처럼 힘줄을 굳게 하는 마음의 형식forma mentis’이다.

내가 아내에 대해서, 아내의 이유에 대해서, 아니 오히려 넌지시 한 말을 말하고 있었군. 그 말 때문에 내가 오늘부터 나자렛 예수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종이에 적기로 결심했다. 클라우디아는 꿈에서 그 젊은이에 대해 이상한 일들을 보았다. (그리고 깨고 나서도 그 꿈이 맞다고 우기고 있다.) 아내가 꿈에서 본 내용은, 그가 죽고 나서 다시 살아나고, 바로 세상 끝 날까지, 그러니까 로마 제국이 먼지로 사라진 뒤에도 세상을 다스릴 것이라는 것이다. 망상일까? 누가 알겠는가? 아내한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심지어는 예언의 은사가 있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웃지 마시오. 사실 나는 매우 애처가(비르 욱소리우스vir uxorius).) 그런 일을 한 번 넘게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실은 몇 시간 동안 나는 그 유대인 무리가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죽이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을 위해 싸워 왔다. 신만이 내가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아실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계속해서 스스로 물어보았다. 나는 로마인이다. 그래서 유혈 참사를 별로 바라는 편도 아니고 감정이 풍부하거나 따뜻한 성격도 별로 아니다. 로마 제국에서 나는 재판석에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말하자면 야만인들이 몸이 네 조각이 나고 또 더 작게 잘리는 것을 보면서 재판석에 있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생명이, 특히 그의 생명이 나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는가? 당신은 클라우디아의 예언 때문이라고, 불길하고 경고하는 꿈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에 대한 분명한 편애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사실은, 그 사람한테는 특별한 것이 있다. …… 그렇다. 터놓고 말하겠다. (우리 로마인들에게 흔한 굳은 용기로, 철학자답게 편견 없이 말하건대) 나는 그에게 적잖이 큰 인상을 받았다.

그 지독한 야만인들이 오늘 아주 이른 아침에 그를 나에게 데리고 왔다. 그리고 그를 재판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무렵의 아침 시간은 아주 달콤하고 향기롭다. 봄의 권태로움과 향기에 빠져 카툴루스와 오디비우스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때다. …… ) 그들은 그리스도가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가 황제에게 바치는 조공을 드리지 않으며 자신이 임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그를 신문했다. (그는 잘생겼으며 나를 단호하고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임금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는 자신이 임금이기는 하지만 그의 나라는 여기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 그가 몽상가거나 신비가이면 그가 왜 주변에 그 무리를 두었으며 공공연한 장소에 왜 자주 가서 백성들과 섞였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가 자신의 나라에서의 권위에 대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는 내 이해를 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임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확고했다. 그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고백해야겠다. 신문에서 이 말을 들을 때 즈음에 내가 그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사실이다! 추상적이고 우주적인 개념은 철학이다. 야만적인 미신을 믿는 이 나라에선 문화와 사상에 대해 누구와 대화하는 것이 매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개념적인 수준에 대해 몇몇 빠른 응답을 들은 게 오랜만에 있은 일이다. 이것은 분명히 말해 두겠다. 나는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나는 회의론자의 편이다. 나는 심지어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 연구를 해 온 결과 그처럼 단순한 사고를 믿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결사적으로 미끼를 물었다. 나의 목소리에 그 미끼의 고리를 담고서 잠시 말을 멈추면서 그에게 물었다. 말을 멈추는 것은 승진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데, 반쯤은 반어적이고 반쯤은 묻는 말투였다. “진리가 무엇이오?”

그렇지만 진리에 대해 토론할 시간이 없었다. 그 유대인 사람들이 재판석의 문가를 둘러싼 채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그가 갈릴리인인 것을 알고서 그곳이 헤로데의 사법권 안에 있으므로 나는 헤로데가 해결하게 했다. 마침 헤로데는 우연히도 오늘 예루살렘에 있다. 그 머리 빈 호박은 예수가 기적을 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으니 기뻐서 동의할 것이다. 그는 완전 얼간이다. 그리고 두 배로 실망스러워 한 사람이다. 우선 예수는 헤로데 앞에서 기적을 행한 적이 없고, 두 번째로는 헤로데의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그래서 그 젊은 유대인한테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헤로데 편에서는 이 재능 있는 젊은이가 틀림없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친 사람한테 입히는 흰색 튜닉을 걸치게 하여 그를 나에게 되돌려 보내는 것보다 더 재치 있는 행동은 없다고 생각했다. 진짜 미친 사람은 헤로데이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분봉왕과 내가 다시 독실한 친구가 되었다.

그가 나의 그물로 되돌아오자마자(그리고 사실 나는 그가 그 그물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랐다.) 나는 그 회당의 낙타들에게 대항해 그를 변호하는 데 더 엄격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함정을 시도하여 그를 구하고 그들을 못 박도록 책략을 썼다. “이 사람에게서 여러분이 고소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겠소. 나는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나는 그들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보다시피 이 사람은 사형을 받아 마땅한 짓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니 이 사람에게 매질이나 하고 풀어 주겠소.” 이것이 로마 제국의 일관성 있는 정의를 드러내는 좋은 예시로 보일 수도 있다. 당신이 그가 죄가 없다고 말하고 그가 매질을 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한테는 나만의 계획이 있다. 이것은 광신과 위선 그리고 자만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정의를 관리하는 더러운 업무이다. 타협과 제대로 된 재판을 열지 않는 방법 말고는 이런 사람들을 다스릴 도리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죽음과 피흘림이다. 그가 병사들의 손에 상처 입고 완전히 부어올라 죽은 거나 진배없이 몰락한 모습을 그들이 보면, 그러고 나서 피에 굶주린 욕망도 가라앉을 것이다. 그들이 만족하여 집으로 돌어갈 것이고, 그리스도는 목숨을 부지한 채 빠져나갈 것이다. 나이 서른이니까 이 정도의 상처쯤은 몇 주면 나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또 다른 계획을 생각해 냈다. 그들에게는 과월절에 죄수를 풀어 주어야 하는 관습이 있다. 그리고 우연히도 여기 감옥에 바라빠라고, 교수대 발판이 준비된 자가 있었다. 그자는 난폭한 살인자이자 모든 사람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자이다. 나는 그리스도를 두고 하는 거래에서 내가 이기리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 가운데서 누구를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틀림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저 터반을 쓴 박쥐들을 저지할 그 수를 두었다. 바라빠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모두 함께 외쳤다. “그자는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 주시오.”

그러고 나서 내가 아까 당신에게 말한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그가 매질 당하게 하고 구타와 채찍질을 맞게 한 것이다. ‘가 그를 변호할 수 없다면, 그들이 그를 다시 보았을 때 그의 모습으로 분명 충분히 변호할 수 있으리라.



* 단어 찾기

petulantly 토라져 걸핏하면 화내며

jurisdiction 사법권 권한 관할권 praetorium (고대 로마의) 법무관법

deliberately 의도적으로 일부러 신중히 고의로

vacuous 텅빈 공허한 빈  

imbecile 바보 얼간이 정신박약의

lunatic 정신이상자 괴짜 미친

tetrarch 영주 4두 정치의 통치자 / 분봉왕

coherent 논리적인 일관성 있는 시종일관한

nasty 불쾌한 좋지 않은 심술궂은

hypocrisy 위선 가장 양의 탈을 쓰기

compromise 타협하다 절충하다 손상시키다 양보하다

swollen 부은 부어오른 팽창한 부푼

flog 채찍질하여 나아가게 하다 팔아치우다  

fodder 꼴 사료 꼴을 주다

scaffold 비계 교수대 발판   

turbulent 사나운 폭풍우의 험한

flog 채찍질하여 나아가게 하다 팔아치우다 훔치다  

smash 부서지다 깨다 충돌하다 박살내다 큰 성공  

bureaucrat 관리, 공무원, 관료

dominate 지배하다 장악하다 점령하다 주도하다

subversive 전복시키는 파괴하는 파괴적인

tribute 감사의 표시 기리다 찬사 조공

catullus 카툴루스

ovid 오디비우스

languor 답답함 권태 번민

fragrant 향기로운 달콤한

partiality 편애 국부성 불공평

customary 관습상의 관례적인 일반적인

sinister 사악한 불길한 해로운 무시무시했던 나쁜

barbarian 야만인 오랭캐 미개인

accustom 익숙해지다 적응되다 받다

amphitheatre 원형극장 계단식 관람석

bat 박쥐 방망이  

delusion 현혹 망상 기만

conviction 확신 유죄 판결 자각 설득력

rehabilitate 명예를 회복하다 사회로 복귀시키다 복직하다

insinuation 암시 빗댐 넌지시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