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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by 봄날들판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그 사람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예수님이 발을 씻어 주시기 전, 이별에 관한 우울한 말씀 속에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하시며 제자들에게 잔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르셨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18,22) 그렇지만 우리가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는 부분의 구절을 읽을 때면 열두 제자들의 머리에, 다가오는 비극의 정점이 시작될 힘이 어떤 식으로든 모여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우선, 어리석고도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중요하며 스승님에 가장 가까이에 앉을지를 두고 일어난 그 논쟁은, 농담과 심술궂은 허영심의 중간 정도 되는 것이었지요. 그러고 나서 이어진 저녁 식사는 차린 음식이 냄새도 향긋하고 맛도 좋았고, 포도주도 질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마법을 내쫓고 탄탄한 행복감이 가득한 조용히 흐르는 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 자리에 어린 양의 고기, 맛좋은 빵, 질 좋은 포도주, 식탁보에 생긴 첫 번째 얼룩이 있었고, 친구들의 눈이 더 밝아지고 온화해졌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요. 삶에서 용기를 품고 죽음에 대해 근심 걱정을 내려놓게 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이 이야기하신 그 구절,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18,22)라는 말씀은 그저 지적인 은유를 또 하나 이야기하신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것 말고도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는 무슨 뜻이란 말입니까? 그들은 ‘하느님의 나라’가 무엇인지 아주 분명하게 이해한 적이 정말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알기로는, 그것은 늘 그렇듯이 내일이라도 당장 마치 온통 푸른 포도밭처럼 그들의 발밑에 나타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층방 밖에서 창문으로 몰래 안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이 이층방보다 더 기분 좋은 곳이 없다고, 땅거미 지는 속에 있는 이 무리보다 부러울 만큼 일치한 곳도 없다고요. 안전한 피난처에서 그렇듯이 식탁 주위로 모인 그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보다 형제애적인 다정함이 더 크게 나타난 곳도 없다고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그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보였지요. 다른 어떤 단체도 이렇게 미움과 위협이 없어지고, 그들 주위로 추억이 떠다니는 곳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밖에서는 귀뚜라미가 가시 많은 배나무에서 울어 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그것은 부활절의 환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분이 먼저 입술을 대었던 잔에 가득 부어 마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을 안아 준 적이 있던 그 다정한 말씀이 거기서 흘러 다닐 때 장밋빛 환상에 그들은 눈을 감기도 하고 활짝 열기도 했습니다. “…… 너희는 내가 여러 가지 시련을 겪는 동안 나와 함께 있어 준 사람들이다.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나라를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나라를 준다. …… ” 오 스승님, 당신이 하시는 말씀은 조금 전에 당신이 모든 제자의 발을 씻어 주실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군요.

그런데 갑자기, 어조를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이어서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1) 이제 폭풍우가 시작되려 합니다. 이 순간부터 한 사람은 추운 밖에 있었습니다. 다른 병아리들은 암탉의 품 안에 모여 들었지만요. 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잃은 사람이 그 한 사람뿐일지라도, 그 운명은 지옥으로 빠져들었고, 꼭대기를 잃은 피조물은 창조의 비극이며 아담 이래로 우리 역사에서 있은 모든 전쟁과 비탄보다 아주 더 심각합니다.

“그들은 근심하며 차례로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마르 14,19)

그들은 고통에서 헤어나지 않은 채, 여전히 질문이 그대로 있는 채 식탁에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 질문은 그분에게 물은 것이라기보다는 그들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 물은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목소리에는 쓰라림의 흔적이나 매서운 눈초리가 묻어 있지 않았는데도) 저마다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식탁 위에 놓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분이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 26,23) 그들은 저마다 상대방의 가슴과 팔을 바라보고는 “그 사람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 라고 한 사람의 몸이 그의 몸이 아닐까 궁금해했습니다. 그들 가운데 정말로 그들을 잘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라도 할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기억에 남을 이 밤에조차도 맹목적으로 이상화했던 동료들에 대한 신의가 가장 정점에서 죄악으로 앞을 다투어 추락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나쁜 의도와 의심과 남모르게 지닌 유감 때문에 그들은 적어도 한 번은 스승을 향해 마음에 독을 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지금 그들은 얼굴이 파리해졌습니다. 열한 명의 유다는 진짜 유다의 안 좋은 안색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니겠지요?”(마르 14,19)

그들 가운데 한 사람만이 곧바로 의심을 풀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요한 사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젊은 제자였습니다.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요한 13,25) 하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여쭈어 볼 때 그가 예수님의 가슴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요한 사도한테는 아마도 그 질문이 내면의 분노에서 올라온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와 눈이 마주친 베드로가 크게 고객짓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 여쭌 것이니까요.(“그래서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였다.”(요한 13,24))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이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요한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요한 13,26)

그리스도의 손이 빵을 적셨고, 한 치도 떨리지 않고서 그분 왼쪽에 앉은 남자의 대접을 향해 뻗어 나갔습니다. 아 손이여, 멈추소서! 이는 팔레스타인에서 만찬 때 매력과 선의를 나타내는 몸짓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빵을 떨구셔야 합니다. 그리고 손은 계속 나아가게 하소서. 그런 뒤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의 검은 앞머리를 붙잡으소서. 그리고 그 머리를 끌어다가, 끌어다가 당신의 가슴 반대편에, 요한이 차지한 가슴의 반대편에 숙이게 하소서. 그래서 사랑하는 제자의 머리카락과 저주받은 이의 머리카락이 서로 엉키게 하소서. 그러고 나서 말을 듣지 않는 큰 개에게 하듯이 거친 몸짓으로 그의 목을 치소서. 그리고 그의 귀에 그 이름을, 유다야 하고 작게 말하소서. 그가 그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도록 당신이 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그 이름은 이 순간부터 수세기 동안 저주받은 이름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빵 조각은 계속 나아가서 대접 위에 올려졌습니다. 빵은 빵과 포도주라는, 그날 저녁 주어진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생명의 성체성사를 세우시기 전에 그리스도는 대립과 죽음의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그분의 왼편에 앉은 남자는 빵을 씹어 목으로 삼켰습니다. 그리고 복음사가들이 쓴 대로,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습니다.’(요한 13,27) 그의 친구들은 그 선의의 몸짓으로 스승님이 유다를 배신자라는 의심에서 풀어 주시려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가 서둘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또 예수님이 그의 귀에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요한 13,27)라고 명령을 속삭이시는 것을 듣고서는 유다가 축제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가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다른 제자 열 명이 열심히 “저는 아니겠지요?”(마르 14,19)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는 사이, 요한의 머리는, ‘알았던’ 머리는 예수님의 심장 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곰곰이 나의 질문을 생각했습니다. ‘왜 예수님의 심장 위에 유다의 머리를 기대지 않았을까?’ 그는 그분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그도 헝클어뜨릴 수 있는 머리카락이 있었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를 안아 주는 것을 참는 데 요구되는 힘이 초인간의 힘이라는 것이, 라자로가 다시 살아난 기적에 필적하는 힘이라는 것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분에게는 엄청나면서도 알 수 없는 다양성이 있었고 또 있어야 했다는 것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단어 찾기

malicious 악의 있는, 심술 궂은

vanity 허영심

inappropriate 부적당한 알맞지 않은 온당치 않은

euphoria 행복감 다행증 도취감

exorcize 몰아내다 마귀를 내�i다 �i아버리다.

cordial 정중한 따뜻한 진심의 성심껏

engender을 일으키다 발생시키다 생기게 하다

carefreeness 근심 걱정 없음, 속편함

vineyard 포도원, 활동의 장, 활동 범위  

gathering darkness 땅거미 질 때에  

mirage 신기루 망상 환각

enviable 부러운 샘나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confraternity 봉사 단체, 협회 조합 단체

cricket 크리켓 귀뚜라미 곱등이

chirrup 새 우는 소리를 내다 벌레 우는 소리를 내다

prickly 가시가 많은 침이 있는 성가신

pear 배

haven 항구 피난처 안식처

set in motion 움직이게 하다 도화선에 불을 당기다

plunge 감소하다 떨어지다 급락하다 빠져들다 추락하다

perdition 지옥 지옥에 떨어짐 파멸

truncate 끝을, 꼭대기를 자르다. 일부를 생략하여 줄이다

immensely 광대하게 몹시 매우 아주

lamentation 애가 비탄 비탄의 소리 슬퍼함

anguish 고통 괴로워하다 비통 고민  

bitterness 쓰라림 괴로움 쓴맛 비꼼 풍자 반감

with bated breath 숨을 죽이고 마른 침을 삼키고 걱정을 하며

hostile적대적인 호전적인 적의 강경한    

cherished 소중히 여기다 고이 간직하다 기리다  

headlong 앞을 다투어  

rancour 원한 유감

pallor 안색이 나쁨 창백

idolized 숭배하다 우상을 숭배하다 우상화하다 심취하다

charm 매력 행운 맛 매혹하다

goodwill 선의 친선 영업권

forelock 앞머리 앞갈기

mingle 어울리다 섞이다

confrontation 대결 직면 대면 대립

communal 공동의 공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