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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by 봄날들판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이제부터, 이제부터 앞으로 그가 한 짓을 한 이는 그가 아니었습니다. 횃불을 든 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겟세마니 정원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온 이는, 예수님께 다가와 말을 걸고 입을 맞춘 이는,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 적신 빵과 함께 그의 입을 거쳐 그의 안에 들어간 이, 이제부터 그를 밀어부쳐 소 떼처럼 몰고 갈 이였습니다.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간 것은 음모를 꾸미던 낮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돈주머니를 맡은 그는 낮에 산헤드린의 원로들과 함께 스승을 은돈 서른 닢에 팔려고 모의했습니다. 사탄이 들어간 것은 바로 수난의 민감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던 그때, 그래서 모든 이의 운명이 여전히 열려 있던, 그 이층방에서 현기증 나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마태 26,25)) 바로 그 시간에 피의 비극적 선택을 통해서 비열함은 사랑으로 향하는 모든 숨구멍들을 닫아 버렸습니다. 식탁에 둘러앉은 친구들의 얼굴이 그의 눈에서 흐릿해졌습니다. 그 몸이며 그 대접들의 향기가 그의 코에서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것들에 담긴 달콤한 힘이 여기저기로 흩어졌습니다. 사탄, 추억이나 희망이 없는 그 존재가 용기백배 해서 그의 안으로 들어온 것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 용기를 사탄은 유다의 당황한 마음인 꼭두각시의 자리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유다가 자기 안에 그 용기를 안은 채 일어나, 문을 열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밤 속으로 나아갔습니다. 밤은 그에게 하나 무섭지도, 매혹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밤은 사람으로서 그의 윤곽이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밤과 배경색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유다는 우리에게 그렇게 비참할 만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눈 먼 양치기도 아니요, 속이 빈 인형도 아니며, 갑작스레 신학적 깨달음을 얻게 된, 높은 산에 외로이 선 참나무도 아닙니다. 내가 사람이듯이 유다도 그저 사람입니다. 나보다 더 죄인이라거나 더 나쁘다고 할 것 없는 이입니다. (배신이란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이 뜻하는 바는 타자를 ‘이해하지도 않고 타자가 되어 보지도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러하듯이, 자기 자신 안에 유배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계속해서 쉬지 않고 타인 모두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그의 죄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를 수세대에 걸쳐 악명의 상징이 되게 한 그 배신이란 무엇이었습니까? 탐욕과 혼란이 빚어 낸 비열하고 작은 죄, 그리고 작은 야심과 과대망상의 꿈이 있는 불쌍하고 비열한 맞수의 죄입니다. 사탄, 그리고 성모님과 다른 제자들, 그 밖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그리스도가 과연 어떤 분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의 배신이 세상의 구원자의 목숨을 값으로 치르리라고는 예견하지 않았습니다.

밤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를 훔치고는, 달이 해변에서 조류를 끌어당길 때 이층방에서 새어나온 불빛이 자신을 다시 빨아들일까 봐 두려워 뒤를 돌아보지 않는 유다가 많습니다. 알 수 없는 상징이요 수수께끼인, 형이상학적인 유다가 있습니다. 역설의 힘으로, 유다 같은 존재는 종교적인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요? 유다한테는 그리스도를 배신하는 것만이 어쩌면 영원히 그리스도와 묶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미친 듯이 불타올라서?) 그렇지만 몸에서나 숨에서나 나의 형제가 되는 또다른 유다가 있습니다. 그는 나처럼 한 여인의 배에서 배아로 시작되었고, 그러고 나서 자랐으며, 구타와 열병과 놀란 밤과 기침하는 밤을 지내면서 아이의 피부를 지닌 채 변하지 않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시체를 보고서 그토록 무서워하던 사람, 살아갈 두려움에 대한 답이 놓여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따라온 첫 여인과의 만남을 기뻐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이 오리라 달래는 생각을 하면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을 섞으며 수천 번의 저녁 동안 매일 저녁같이 잠이 드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가 작은 유대인 개구쟁이이기는 하지만 그가 높은 지위에 있게 될 나라의 영광을 누리리라는 상상을.)

수난의 그 목요일 이래로 얼마나 많은 유다가 밤 속으로 뛰쳐나갔습니까! 몸이나 감정이 없는 중국 귀신, 악귀, 잠자는 말 사이에서 으르렁대는 늑대인간, 혹은 (가장 어렵고도 무서운) 초인간의 명령의 거룩하고 유순한 집행자들. 그리스도와 마찬가지로, 그를 한 번도 찾아와 본 적이 없는 천사에게 “하실 수 있으면 이 잔을 저에게서 치워 주십시오?” 하고 말하고 싶어 했을 사람이었습니다. 유다는 그 모든 이들의 닻이요 접합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푸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날 밤에 그를 멈추게 하여 포옹하기란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유다는 더 이상 몸이나 팔이 없었으니까요. 귀가 없으니 그에게 말해 봐야 소용없었을 것입니다. 더 이상 감정이 없으니 그에게 호소해 봐야 마찬가지로 헛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주위에서 걸어 다니고 고통을 느끼는 우리 모두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꾸는 악몽의 고통이요, 그의 안에서 굳어 버린 우리의 정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떠맡은 것은 그였습니다. 그의 십자가는 모양이 없었으니, 존재 자체의 무게였습니다. 그것은 괴물들이 우글우글 엉켜 있는, 우리 안에 있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유다만이 자신의 수난을, 몇 개의 계단을 지나 겪었습니다. 역겹고 환각을 일으키는 계단이었습니다. 그를 기다리던 병사 무리와 회합을 했고, 그리스도의 뺨에 입을 맞추었으며, 그러고 나서 성전으로 내달렸고, 원로들과 격렬하게 대화했습니다. (“죄 없는 분을 팔아넘겨 죽게 만들었으니 나는 죄를 지었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땅에 은돈 서른 닢이 흩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줄이, 무화과나무가, 오장육부의 외로운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참회를 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질식하게 하려고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목을 졸랐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예수님의 십자가에는 오고 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낮의 환한 빛, 욕을 하는 이, 축복을 하는 이, 우는 이가 있어, 온갖 색과 생명이 어우러지는 축제였습니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으니, 그러고 나서 그리스도는 다시 부활하실 것입니다. 오로지 유다가 맞은 죽음만이 죽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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