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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07_잠

by 봄날들판 2018. 3. 28.
수난 07_잠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와서 보시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자고 있느냐?”(루카 22,45-46)

* 한 줄 감상 : 이번 묵상은 약간 희곡 같다.


베드로 : 거기 누구요? 당신 누구요? 벌써 왔느냐? 네 놈은 나의 스승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 깨어나라, 친구들이여. 칼과 죽음이여. 누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느냐? 죽음을 맞는 건 너일 것이다. 우리는 몸집이 크고 금발의 임금이 계신 하느님 나라를, 유다의 왕국을 가질 것이다. 너는 그분을 향해 감히 손을 올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 .

스승님, 당신이셨습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니 그들이 아직 여기에 오지는 않았군요. 제가 어쩌다가 잠들었는지요? 잠은 유다처럼 배반자입니다.

야고보, 요한아, …… 너희의 잘못이구나. 내가 졸거든 나를 흔들어 깨워 달라고 일러두지 않았더냐.

그런데 스승님, 살아 계시는군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절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를 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한참 악몽을 꾸고 있었습니다. 꿈에서 창이 수천 개 있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저를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몸을 거꾸로 한 채로요.

야고보 : 아니요. 저를 깨우지 마세요. 왜 손으로 저를 흔드세요? 잠을 자게 내버려 두세요. 나는 그 손이 누구 손인지 모르고 누구의 허리에, 어깨에 붙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상관하지도 않고요. 오늘밤 나한테는 친구도 적도 없습니다. 의무도 약속도 없습니다. 이 잠으로 드디어 스승님과 다른 제자들로부터, 그리고 붉은 옷을 가졌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한 남자를 따르기 위해 남겨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워졌습니다. 제 유일한 친구는 이 잠이라는 거품입니다. 기억도 없고 걱정도 없고 내 몸의 깊숙이 달콤한 망각만 있을 뿐이지요. 내가 사랑하는 전부는, 뺨을 대고 쉬고 눈을 감으려고 고른, 잔디라는 이 부드러운 쿠션입니다. 그리고 다리를 덮은 따뜻한 외투와 다른 주 제자와 함께 쓰고 있는 겉옷입니다. 그들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 나지 않네요.

요한 : 저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슬픔에 빠져 잠이 들었으니까요.

어느 날 당신이 우리를 이 세상에 두시고 그러고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시는군요. 우리가 갇힌 거대한 감옥에서 도망치는 것이 우리한테 허락되지 않는군요. 그렇지만 당신의 선함으로 당신은 우리에게 잠을 남겨 주셨습니다. 그 땅에서는 우리 가난한 사람들이 피할 곳을 찾을 수 있지요. 배에 탈 돈을 구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눈을 감을 수 있으니까요.

그곳(잠)이 내가 있던 곳입니다. 그리고 정원과 곧 여기로 올 유다와 병사들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곳이 어딘지 알지도 못했지요. 당신이 그곳에 계셨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도요. 그리고 우리 셋은 살아 있고 함께였습니다. 당신은 어떤 기적도 행하지 않으셨지요. 모두가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당신은 하느님 나라조차도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나의 어머니가 집안일을 돌보셨고요. 몇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서 당신이 우리에게 비유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머리를 당신의 가슴에 기대고 눈을 감은 채 당신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당신이 나를 깨웠고, 내가 기댔던 것이 베드로의 등이 아니라 당신의 등이라는 걸 알았네요. 용서해 주세요.


* 단어 찾기

doze 졸다 선잠

obligation 망각 잊혀짐 무의식

turf 영역 잔디 세력권

stole 겉옷 영대

forbade 금지하다 어렵게 하다 용납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