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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by 봄날들판 2018. 3. 31.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루카 22,43)


예수님, 어디에 계십니까? 땅에 떨어진 이 올리브 열매들처럼, 너무나 엄청난 시련이 담긴 올리브 압착기 속에서 으깨지셨습니까? 나의 구원이 걸려 있는 수난을 시작하려고 병사들이 곧 올 텐데, 그들이 와서 누구를 찾아내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꼿꼿이 서 있는 그분의 그림자가 있었고 그분의 목소리는 모든 운명의 주인의 목소리보다 더 우렁찼습니다.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 일어나 가자.” 어떤 사람이 그분과 함께 있었는데, 그가 생명과 죽음을 하찮게 여기는, 검은 나무에 있던 악마를 물리쳤습니다.

그 천사는 누구였습니까? 무엇을 하는 이이며, 어디서 왔습니까? 이날 밤에 또는 다른 날 밤에 한층 지쳐 계시던 그분이 받은 그 위안의 힘은 어디서 왔습니까? 복음사가들은 여덟 마디만을 전해 줍니다.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 그분의 기운을 북돋아 드렸다.” 그리고 복음사가는 이보다 더 길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삶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이 천사한테는 날개도, 나팔도, 후광도 없었으니까요. 예전에도 지금도 눈에 아주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 전할 말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니고 우리 안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 천사가 바로 불멸의 연민pity이었습니다. 피조물을 통해 날개를 다는 이, 마지막 순간에야 오는 이, 우리가 자신의 절망을 이겨 내는 것을 두고 보지 않고 절망 너머로 우리와 동행하는 이였습니다.

정원에 나타난 천사는 우리의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우리 자신의 어머니요 누이요, 숨겨진 용기요 어쩌면 우리가 지닌 모든 추억의 외침이었습니다. 어쩌면 단지 하늘과 땅을 우리에게 되돌려주는 밤의 마른풀 향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천사가 있다는 것을 믿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또한 다른 사람, 곧 말이 없으신 아버지가 보내신 뜻밖의 메신저이기도 하니까요.


* 단어 찾기

pettiness 마음이 좁음 옹졸함

submerge 잠수 침수 잠기다 숨겨진 가라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