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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11_칼과 어루만지심

by 봄날들판 2018. 3. 31.
수난 11_칼과 어루만지심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만해 두어라.” 하시고, 그 사람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셨다.”(루카 22,50-51)


그것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기적이었습니다. 귀가 잘렸을 때 거기서 피가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나는 모릅니다. 한 컵 정도, 아니면 대야 하나 정도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곧바로 기적이 일어났으니까 몇 방울 정도만 피가 났을 것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라는 말씀만으로 귀가 흉터를 남기지 않고 다시 머리에 붙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 겐네사렛 정원에서 풀 위에 튄 핏방울이, 채찍질과 못 그리고 가시와 창으로 붉은 내를 이루어 흐르게 될 피의 거대한 테마에 앞선 서곡임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를 위해 도살된 어린 양의 테마입니다. 그렇지만 이 장면에서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첫 번째 암시를 발견합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말씀도 없고 시각적으로 피가 철철 뿜어져 나오는 영웅적 행위도 없습니다. 말코스가 유일하게 피를 묻히는 주인공입니다. 여분의 횃불을 들기 위해 불려나왔다가 정원의 풀 위에서 자신의 피와 계약의 신비한 피가 섞이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 서민이 맞은 운명이었습니다.

“그때 시몬 베드로가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 ”(요한 18,10) 베드로 사도한테 칼이 있었나요? 복음은 우리한테 비밀을 그냥 넘겨주지 않습니다. 갑자기 다짜고짜 놀랍고도 예기치 않은 진실을 드러내 주지요. 열두 제자 가운데서 칼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누가 칼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칼을 입수하게 된 걸까요? 아마 제자들은 칼을 그분한테서 숨겼을 테이고 그분도 칼에 대해 항상 모르는 척하셨을 것입니다. 그 우스운 칼로 나중에 한 일이라곤 사람의 귀 하나를 자르는 게 전부였지만, 그 칼조차도 복음에서 물건을 모아 둔 저장고에, 곧 영원이라는 심오한 미로에서 아버지가 간직하신 목록에 하나하나 세어 둔 것이었습니다. 칼은 예수님이 또다시 자비를 선포하실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마태 26,52) 이층방에서 작별의 장엄한 의식을 하면서 말씀을 남기신 뒤에도, 그분은 이 말씀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셨습니다. 단호하고 사랑 어린 마음으로 나무라시는 말씀이었지요. 그분을 저 세상으로 잔혹하게 몰고 가 버릴 수난이 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이때에 그들이 잊지 않게 될 그분의 마지막 몸짓이 이것이었습니다. 땅에 엎드려서 잘린 귀를 주운 다음 손으로 어루만지시어 뺨에 다시 붙여 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역사에서 십자군이나 또는 그리스도교 군대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에게 이따금 하는 신랄한 말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갑자기 스승님이 몸을 굽혀 귀를 주우시는 모습을 다시 봅니다. 그리고 그분이 위협적인 횃불 사이에서 사랑하는 적에게 조용히 손을 대시는 모습을 봅니다.


* 단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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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ly 초세속적인 저승의 내세의

reproach 비난하다 나무라다

basinful 대야 하나 가득  

spurt 뿜어나오다 분출

obscure 불분명한 무명의 가리는 희미한

scullion 천한 사람 부엌 하인 상놈

turf 영역 잔디

preamble서문 서론 서두     without ~~ 다짜고짜로 느닷없이

enumerated열거하다 차례로 들다 하나하나 세다  

arsenal무기고 군수물자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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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use난해한 심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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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mnity 엄숙함 장엄한 엄숙

amputate 절단하다 잘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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