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20_붉어진 목청
“그러자 그들이 외쳤다.”(요한 19,15)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모든 이가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열린 입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더 힘 있는 허파의 외침으로 자극하여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려 했습니다.
흥분한 여인들이 더 높은 어조로 외쳤고, 엄마 팔에 안긴 어린이들이 그 외침을 따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긴 단어가 무슨 뜻이야?’ 하면서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이처럼 계속해서 크게 소리친다면, 그 두 단어를 소리치고 그 끔찍한 두 단어만을 소리친다면, 그들은 로마 제국 지배자를 무너뜨릴 것이고 하느님을 죽이는 군중의 용기에 두려움을 느껴 유다 땅에 숙영하던 강력한 군대가 패주할 것입니다.
노예에서 도망치려면, 황제에 속하는 노예와 하느님에 속하는 더 매인 노예에서 도망치려면 군중한테는 무기가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붉어진 목청입니다. 그날 저녁에 그분이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보고 나면, 그들의 고향과 마음과 여자와 가축 떼는 마침내 그들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들 각자에게 속할 것입니다. 주인이라면 지겹도록 많이 모셔 보았습니다. 폭풍우를 잠재우고 죽은 이를 살리는 마법사라면 충분히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원래 모습의 세상을 원했습니다. 그러려면 세상의 법칙에 따라 예상 가능하고 영원한 생명에 대해 공갈을 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모두가 이 말을 힘껏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외침에 중독되는 사이에 그들은 자신이 품에 안은 어린아이처럼 되었습니다. ‘십자가에’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알려고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선조가 부르던 어느 우울한 노래, 어느 희미한 탄원이었고, 굴레가 풀려 어둠 속으로 질주하는 말이었으며, 지금 할 수 있는 전부는 그 갈기에 꽉 매달리는 것이었습니다. ‘눈을 감으라. 그리고 소리치라.’
한 남자가 군중이 함께 외치는 소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섞지 않은 채 군중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조금 전에 그들은 그를 기세등등하여 데리고 와서는 그에게 물을 한 바가지 주며 말했습니다. “집에 가서 즐겨라.” 그렇지만 그는 광장 주변에 머물렀습니다. 자신한테 진 경쟁자인, 발코니에서 피 흘리는 사람을 바라보았고 지금은 십자가에 그를 못 박는 그 열린 입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에 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감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바라빠, 살인자 바라빠였습니다.
* 단어 찾기
mane 갈기 숱이 많은 머리털
manes 신으로 모셔진 조상의 영혼 마네스 마니
dusky 어둑어둑한 거무스름한 어슴푸레한
imploration 애원 간청 탄원
unbridle 굴레를 풀다 을 구속에서 풀다 자유롭게 해 주다
gallop 치솟다 질주하다
lull 달래다 소강
humiliate 창피를 주다 모욕하다 굴욕감을 느끼게 하다
bawl 고함치다 외침 을 큰 소리로 말하다
shrill 날카로운
put to flight 패주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