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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일 : 낯선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을 때 일어난 일 제19일 : 낯선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을 때 일어난 일 Waving to a Stranger By Shemaiah Gonzalez 그날 이탈리아 루카 시의 광장에는 햇빛이 어룽거리고 있었다. 레몬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 옆에는 남편이 서서 상점 유리창 너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들들은 요리 채널 Food Network 전문가와 같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맛을 논하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올 때 자주 그러듯이 나는 이 순간을 붙잡아 더 실제처럼 느끼고 싶어서 나와 하느님께만 “지금 행복해요.”라고 소곤거렸다. 그때 작은 버스가 군중 사이로 들어왔다. 거리에 사람이 많을 때는 이 거리가 차가 다니는 길임을 잊게 마련이다. 보행자들은 마치 뒤에 눈이 달린 것처럼 몸을 왼쪽으로 혹은.. 2020. 12. 27.
성탄에 읽는 시 - 성탄 전야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님이라고, 이름 보면 알듯이 일본 신부님인데, 책을 몇 권 썼는데 좋은 작가이다. 뭔가 어렵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옆나라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감성이 맞는 것도 있고 그랬다. 책 중에 라는 시집이 있는데 예전에 무척 좋아했지. 성탄 전야에는 무슨 시를 읽을까 생각하다가, 이 시가 떠올라서 옮긴다. 평소라면 이 시간은 24일 오후 6시 20분이면 저녁을 먹고 성당을 향해 가기 시작해야 하는 시간인데, 올해는 다르니깐... 성탄 전야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 성탄 전야에는 온화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언제나 화만 내고 심술궂고 냉정했기에 오늘 밤만큼은 미소를 짓고 따뜻한 말을 하며 지내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고 싶다. 언제나 나의 일만 생각했다. 머무를 집이 없는.. 2020. 12. 24.
도성 01_추방 도성 01_추방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 언덕 위였습니다. 아마 바위나 나무뿌리처럼 자연적으로 있는 자리였을 겁니다. 그곳에서 그분께서는 도성을 바라보셨습니다. 도성은 마치 조개 속에 자리 잡은 듯했고, 그 집들과 지붕들과 나무의 덩어리들이, 가장 고약하고 위악스런 도시들조차 멀리에서 가장하는 그 순수한 겸손함의 분위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거리와 골목을 지나가다 길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다면 도시가 오만함의 커다란 종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면 다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더 이상 돌들이 쌓인 곳, 거기 사는 이들이 악행, 그리고 원한과 절망이 쌓인 곳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곧 도시를 사라지게 할 마법 주문이 미치는 곳에서, 도시는 신기루 뒤에.. 2020. 11. 9.
도성 도성 “카인은 성읍 하나를 세우고”(창세 4,17) 번역자 설명 : 루이지 산투치의 책 에 ‘도성City’라는 장이 있습니다. 글이 세 개뿐이지만 ‘사람과의 만남’과 ‘수난’ 사이에 있어 예수님의 공생활을 정리해 주고 앞으로 다가올 수난을 미리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작가가 소설가이자 시인이라 그런지 은유도 많고 시적인데, 여기서는 특히 그런 분위기가 많네요. 그래서 번역이 쉽지 않았어요. 영어가 이 정도면 원어인 이탈리아어로는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이 됩니다. 번역은 대충 말만 만들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장이 끝나면 번역 안 한 부분은 ‘서문’과 첫 장인 ‘탄생’, 그리고 ‘부활’만 남는데, 서문은 이미 번역했는데, 역시 너무 어려워서 이것은 블로그에 옮기지 않을 거.. 2020. 11. 9.
사람과의 만남 08_그분과 함께한 모든 사람 사람과의 만남 08_그분과 함께한 모든 사람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가장 어려운 가르침이네요. 그럭저럭 제대로 기도할 줄 아는 이가 누가 있습니까? 또 기도란 무엇입니까? 기도의 스승이요, 하루가 끝날 때면 아버지와 이야기하기 위해 산으로 물러가는 습관이 있던 분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이 신비로운 것,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것(그렇지만 동시에 사람 마음에 매력적이다가도 못마땅한 것)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도를 앞두고서의 어떤 법칙(“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 2020. 11. 8.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두어라.” …… 작은 이들아, 내 주변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고 자신을 나의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너희에게 소리치며 너희를 쫓아내려 하는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 말아라. 그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그들한테 이렇게 말해라.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은 다만 내가 어른들의 현재의 태도를 참아 주고 있어서라고. 그것은 다만 나와 보냈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지금 네가 하고 있듯이, 줄줄 흐르는 콧물과 잔뜩 기름진 머리카락, 소리 지르고 밀치닥거리고 내 발가락을 밟았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그들의 달콤한 어조와 연고를 바른 손발들 때문에 내가 불쾌함을 이겨내고 있는 거라고. 내가 그들의 수염 너머에서 그 작고 주근깨투성이인 얼굴을, 입안 가득 튼튼.. 2020. 11. 7.
사람과의 만남 06_살과 돌(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사람과의 만남 06_살과 돌(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 여자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성적 즐거움을 좇다가는 죽음에 이르는 발걸음이 엄청나게 짧아질 수 있습니다. 히브리 여인은 간음을 하다가 붙잡혔기에 충분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었습니다. 재판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거나 아예 안 열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부주의한 여자는 애인의 포옹이라는 어두움에서 억지로 떨어져 나와 남들의 눈에 드러난 광장의 눈부시고 부끄러운 빛 속으로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여자는 무자비한 시선과 돌의 표적이 되지 않게 피.. 2020. 11. 7.
사람과의 만남 05_또 다른 목마름(사마리아 여인) 사람과의 만남 05_또 다른 목마름(사마리아 여인)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어떤 목마름인가요? 무슨 물을 말하는가요?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으로 대화가 열렸고, 그 대화는 물을 마시고 싶은 상징이라는 맥락에 머물렀습니다. 물은 당연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용이 있기에 그날에 두 세상 사이에 있는 매개체(mediator)였습니다. 두 세상이란 고대 이래로 사이가 나빴던 남자와 여자, 영과 육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물’이라는 테마에 있는 여성의 관능성을 피하고자 하셨습니다. 그 순수한 추상물에는 많은 상징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시작은 활기차고 의미심장했습니다. 순화되기는 했지만, 물이라는.. 2020. 11. 6.
사람과의 만남 04_예수님의 사랑스러운 사람 사람과의 만남 : 예수님의 사랑스러운 사람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루카 10,38-39). 골고타 언덕을 거꾸로 뒤엎으신 다음에, 예수님께서 피땀을 흘리시고 고뇌로 고통스러워하실 곳인 겐네사렛의 정원에서 옆으로 한 발짝 비킨다면, 아마도 나는 베타니아의 저 작은 집을 이용할 것입니다. 진흙 바닥과 장미와 돌무화과나무가 있는 그 집을요. 그분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던 곳이요 그분에게 지상의 영토였던 곳을요. 그곳은 머리 둘 돌조차 한 번도 가진 적 없으신 분을 위한 집이었습니다. 냄비와 프라이팬이 부딪치는 소리, 빵 상자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 물 끓는 소리, 햇볕 잘.. 2020. 11. 5.
어느 수사의 묵상> 때로는 내려놓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느 수사의 묵상> 때로는 내려놓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Sometimes I Have To Let Go and It Is the Only Thing I Can Do 2020년 10월 14일 출처 : https://thejesuitpost.org/2020/10/sometimes-i-have-to-let-go-and-it-is-the-only-thing-i-can-do/ 저자 Eric Immel, SJ 몇 주 전 일이다. 유튜브 앱에 추천 영상으로 영국 출신 파쿠르 선수 7명으로 구성된 Storror(https://www.youtube.com/user/StorrorBlog)의 동영상이 떴다. 나도 모르게 그 영상을 봤다. 그러고 나서 다음 영상도, 그다음 영상도 보았다. 건물 꼭대기와 어둡고.. 2020. 10. 18.
제18일 : 결정하기 제18일 : 결정하기 Decision Making By Barbara Lee 우리는 끊임없이 결정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 식사로 무얼 먹을까? 무슨 옷을 입을까? 들고 가는 가방에 우산도 추가로 넣을까? 하루의 활동에서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할까?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할까 아니면 누워서 30분을 더 잘까? 또는 늦게 오는 버스를 계속 기다릴까 아니면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들까? 같은 것을. 결정은 우리가 하는 일의 종류나 가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재빨리 결정을 내린다. 그리스도의 몸은 내가 오트밀을 먹는지 아니면 베이글을 먹는지에 따라 청바지를 입느냐 치마를 입느냐에 따라 눈에 띌 만큼 영향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타성적으로 내리는 결정 가운데 많은 것에는 윤리적인 .. 2020. 10. 14.
제17일 : 이냐시오적 식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아홉 가지 제17일 : 이냐시오적 식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아홉 가지 Nine Reasons to Embrace Ignatian Discernment By Gretchen Crowder 매년 봄이면 나는 2학년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는 1학년들이 신앙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생각해 보도록 그들을 초대한다. 2학기인 봄까지 기다리는 것은, 그때가 되어서야 1학년생들이 안정을 찾은 뒤 틈새를 공략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 시기의 대부분은 관계/참여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는 것을 안다. 실제로 나는 1학년 그 한 해 동안 축구, 연극, 피아노, 학생회, 기타 등등을 시도해 보았다. 신입생 학년이 거의 끝날 때가 되어서야 진정으로 속할 곳을 찾았다... 2020.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