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17_기발한 계획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을 하게 하였다.”(요한 19,1)
* 한 줄 논평 : 이 글은 독백(혹은 예수님께 드리는 말씀) 형식으로서, 바로 앞에 있는 빌라도의 일기에 대한 제자의 반응을 독백의 형식으로 썼다. 원저자가 소설가라 그런지 형식이 정말 다채롭다.
힘을 내세요, 예수님. 빌라도가 세운 계획이 아주 기발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채찍질에 맞아 무척 놀라시긴 하겠지만 그 덕분에 그들이 당신의 목숨을 살려 둘 것 같습니다. 채찍에 살이 점점이 달라붙으면서 당신이 아주 불쌍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 테고, 그 매질에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수난도 함께 끝날 것입니다. 빌라도의 말이 맞습니다. 서른 나이시니까 당신은 몇 주면 거뜬히 회복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당신의 머리에 가시나무로 된 관마저 눌러 씌우기는 했지만 (가시가 아주 길고 튼튼했어요. 당신의 머리가 뼈로 되어 있어서 가시가 잘 안 들어가니까 병사들이 망치로 쳐서 누를 만큼 딱딱했고요.) 그 때문에 당신이 돌아가시는 일 도한 없을 겁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입힌 외투와, 왕홀로 오른손에 쥐어 준 갈대는 전부 다 연극에서 시기적절한 부분입니다. 이런 식으로 임금의 모습으로 꾸몄으니, 이 세상에서 아니면 다른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한다고 당신이 말씀하신 애매한 표현에 사람들이 그토록 화를 냈지만, 이제 그것이 없어질 것입니다. 망가지고 기이한 당신의 모습에 그 연극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당신을 때리고 당신에게 침을 뱉은 이유로, 그 사람들이 당신의 머리에 망치질을 하면서 당신에게 욕을 한 이유로, 그 사람들이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을 “유다인들의 임금님!” 하고 조롱한 이유로, 당신이 피를 흘리신 이유로 우리는 모든 이들의 분노가 갑자기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당신은 붉고 뜨거운 고통의 용광로 안에 계십니다. 매질이 더는 당신께 떨어지지 않고, 흠씬 두드려 맞은 당신의 제2의 몸을 향합니다. 시뻘겋게 변한 힘줄과 신경이 살짝 치기만 해도 경련을 일으킵니다. 매질의 가죽이 바로 거기를 내리칩니다. 당신은 소리 하나 지르지 않으셨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울부짖으신다면 그 비명에 저희의 고막이 터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빌라도를 믿고 또 사람들을 믿습니다. 그들한테 연민의 마음이 있다고, 아니면 적어도 그들이 진저리를 치리라고 믿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단어 찾기
lash 비난 채찍질 공격하다 휘몰아치다
inflict 주다 가하다 입히다
appall 오싹하게 하다 질리게 하다 놀라게 하다
morsel한 입 소량 조금
robust튼튼한 강건한 건장한
skull 두개골 해골 머리뼈
reed 갈대
sceptre 왕이 지니는 홀 왕위 왕위에 앉히다
providential섭리의 신의 뜻에 의한 시기 적절한
equivocation애매한 언사 애매한 표현 말끝을 얼버무리기
evaporate증발하다 사라지다
bloodletting유혈 사혈 삭감
furnace용광로 난방로 화장로
flay껍질을 벗기다 호되게 치다
crimson자주색 진홍색
sinew건 힘줄 체력
spasm경련 쥐 욱신욱신
whip 때리다 휘몰아치다
eardrum 고막
disgust 혐오 메스꺼움 넌더리 분통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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