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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수련78

사순 묵상] 수난 26_그 말씀 몇 마디로(가장 마음에 드는 글)   수난 26_그 말씀 몇 마디로(가장 마음에 드는 글)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카 23,34) 그 위에서 그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말씀을 하실 수는 있었지요. 군중한테 말씀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들이 더 이상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군중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악담을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는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이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할 수 없었지만, ‘그 일’은 하실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을 벌에서 구할 수 있으셨습니다. 죽어 가는 어깨로 폭풍우 속에 있는 그들에게 피난처를 주실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5_아침 아홉 시 수난 25_아침 아홉 시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마르 15,25) 이천 년 동안 그날 아침 아홉 시는 모래시계 속에 여전히 멈추어 있었습니다. 이천 년 동안 우리는 그 아홉 시를 우리의 눈길 아래, 그리고 손가락 아래 두었습니다. 캔버스에, 은에, 나무에, 나전에 새겼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날부터 그 십자가의 삼각형은 마치 달이나 깃발이나 숟가락이나 바퀴처럼 일상의 감각 속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의 집안의 배지 안에서 삽니다. 우리가 죽을 때는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보이지 않는 어떤 이가 그것을 우리 입술에 대어 줄 것입니다. 차가운 광택이 나는 그 모양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바칠 물건입니다. 그분은 늘 거의 조용함과 익숙함 속에 서 있습니다. 지금은..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끝마침을 하려고 피고인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났다. 만난 시간이 아주 짧았다. 밖에 있는 그 사람들이 예수가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소리칠 때 나는 돌아와서 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다시 말해 그의 기원을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일깨워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내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그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유죄 내린 사람과 같은 편으로 여긴다는 것 말고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들을 연달아 말했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내가 한 일에 어떠한 책임이나 잘못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공동 책임이 없음을 영원히 확..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루카 22,43) 예수님, 어디에 계십니까? 땅에 떨어진 이 올리브 열매들처럼, 너무나 엄청난 시련이 담긴 올리브 압착기 속에서 으깨지셨습니까? 나의 구원이 걸려 있는 수난을 시작하려고 병사들이 곧 올 텐데, 그들이 와서 누구를 찾아내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꼿꼿이 서 있는 그분의 그림자가 있었고 그분의 목소리는 모든 운명의 주인의 목소리보다 더 우렁찼습니다.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 일어나 가자.” 어떤 사람이 그분과 함께 있었는데, 그가 생명과 죽음을 하찮게 여기는, 검은 나무에 있던 악마를 물리쳤습니다. 그 천사는 누구였습니까? 무엇을 하는 이이며, 어디서 왔습니까? 이날 밤에 또는 다른 날 밤에 한층 지쳐 계시던 그분이 받은 그 위.. 2018. 3. 31.
사순 묵상] 수난 07_잠 수난 07_잠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와서 보시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자고 있느냐?”(루카 22,45-46) * 한 줄 감상 : 이번 묵상은 약간 희곡 같다. 베드로 : 거기 누구요? 당신 누구요? 벌써 왔느냐? 네 놈은 나의 스승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 깨어나라, 친구들이여. 칼과 죽음이여. 누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느냐? 죽음을 맞는 건 너일 것이다. 우리는 몸집이 크고 금발의 임금이 계신 하느님 나라를, 유다의 왕국을 가질 것이다. 너는 그분을 향해 감히 손을 올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 . 스승님, 당신이셨습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니 그들이 아직 여기에 오지는 않았군요. 제가 어쩌다가..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6_침묵 수난 06_침묵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마태 26,37) * 한 줄 정리 : 그리스도는 사람의 침묵과 아버지의 침묵 사이에서 우셨다. * 한 줄 감상 : 장르가 묵상에서 소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날 밤 정원에서 그분이 처음으로 뭔가를 부탁하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세 제자에게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마태 26,38) 하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작은 행동으로 충분했습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사도는 거기 남아서 올리브 나무 밑동 근처에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기도하는 동안 그분과 함께 밤의 찬 공기를 조금 참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날이 추웠기에, 기도하지 않더라도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 깨어..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5_긴 이별 수난 05_긴 이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요한 16,5) 만찬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모든 것을 마쳤습니다. 음식도 행동도 몸짓도요. 유다가 배신을 저질렀습니다.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예수님이 동료들을 남겨 두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어 주시지도, 이름을 불러 주시지도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이 많으셨고 그것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그분을 따른 이유가 그분의 기적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분은 아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베드로 사도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 그분의 마지막 말씀. 영원성으로 마법에 ..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이제부터, 이제부터 앞으로 그가 한 짓을 한 이는 그가 아니었습니다. 횃불을 든 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겟세마니 정원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온 이는, 예수님께 다가와 말을 걸고 입을 맞춘 이는,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 적신 빵과 함께 그의 입을 거쳐 그의 안에 들어간 이, 이제부터 그를 밀어부쳐 소 떼처럼 몰고 갈 이였습니다.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간 것은 음모를 꾸미던 낮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돈주머니를 맡은 그는 낮에 산헤드린의 원로들과 함께 스승을 은돈 서른 닢에 팔려고 모의했습니다. 사탄이 들어간 것은 바로 수난의 민감한 상호 ..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그 사람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예수님이 발을 씻어 주시기 전, 이별에 관한 우울한 말씀 속에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하시며 제자들에게 잔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르셨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18,22) 그렇지만 우리가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는 부분의 구절을 읽을 때면 열두 제자들의 머리에, 다가오는 비극의 정점이 시작될 힘이 어떤 식으로든 모여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우선, 어리석고도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중요하며 스승님에.. 2018.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