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35 사순 묵상] 수난 06_침묵 수난 06_침묵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마태 26,37) * 한 줄 정리 : 그리스도는 사람의 침묵과 아버지의 침묵 사이에서 우셨다. * 한 줄 감상 : 장르가 묵상에서 소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날 밤 정원에서 그분이 처음으로 뭔가를 부탁하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세 제자에게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마태 26,38) 하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작은 행동으로 충분했습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사도는 거기 남아서 올리브 나무 밑동 근처에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기도하는 동안 그분과 함께 밤의 찬 공기를 조금 참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날이 추웠기에, 기도하지 않더라도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 깨어..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5_긴 이별 수난 05_긴 이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요한 16,5) 만찬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모든 것을 마쳤습니다. 음식도 행동도 몸짓도요. 유다가 배신을 저질렀습니다.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예수님이 동료들을 남겨 두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어 주시지도, 이름을 불러 주시지도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이 많으셨고 그것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그분을 따른 이유가 그분의 기적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분은 아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베드로 사도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 그분의 마지막 말씀. 영원성으로 마법에 ..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이제부터, 이제부터 앞으로 그가 한 짓을 한 이는 그가 아니었습니다. 횃불을 든 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겟세마니 정원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온 이는, 예수님께 다가와 말을 걸고 입을 맞춘 이는,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 적신 빵과 함께 그의 입을 거쳐 그의 안에 들어간 이, 이제부터 그를 밀어부쳐 소 떼처럼 몰고 갈 이였습니다.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간 것은 음모를 꾸미던 낮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돈주머니를 맡은 그는 낮에 산헤드린의 원로들과 함께 스승을 은돈 서른 닢에 팔려고 모의했습니다. 사탄이 들어간 것은 바로 수난의 민감한 상호 ..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그 사람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예수님이 발을 씻어 주시기 전, 이별에 관한 우울한 말씀 속에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하시며 제자들에게 잔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르셨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18,22) 그렇지만 우리가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는 부분의 구절을 읽을 때면 열두 제자들의 머리에, 다가오는 비극의 정점이 시작될 힘이 어떤 식으로든 모여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우선, 어리석고도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중요하며 스승님에..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3_숨는 곳 수난 03_숨는 곳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 ”(마태 26,26) 글을 쓴 작가가 이냐시오 관상 기도를 하면서 느낀 묵상을 중심으로 적은 것이라서 내용이 독특한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의 글은 블로그에서 무단 복사하지 말아 주세요. 모든 것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기록에 쓰인 것이었습니다. 성변화(consecration)도 거기에 들어가지요. 그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신 그리스도께는 그분조차도 놀라워할 만큼 예상을 벗어나고, 진심 어린 심리 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심리는 즉흥적인 자유로움 속에서 성부의 영원하신 뜻에 신비한 방법으로 일치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이 복음 구절에서 나는 그분 눈길이 식탁보 위, 빵의 남은 조각 주위에서 맴도는 모습을 바라봅.. 2018. 3. 22. 사순 묵상] 수난 02_아래에서부터 수난 02_아래에서부터 글을 쓴 작가가 이냐시오 관상 기도를 하면서 느낀 묵상을 중심으로 적은 것이라서 내용이 독특한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의 글은 블로그에서 무단 복사하지 말아 주세요.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 13,1.5) 그분의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의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자, 마치 미리 준비한 예식인 듯 예수님은 첫 번째로 가서 대야를 가져오셨습니다. 복음에서는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다.’라고 나옵니다. 이러한 귀결이 문법의 단단한 순환 논법(tight circle)으로 표현.. 2018. 3. 22. 사순 묵상] 수난_01 버틸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수난 “그분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마르 14,33) 글을 쓴 작가가 이냐시오 관상 기도를 하면서 느낀 묵상을 중심으로 적은 것이라서 내용이 독특한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의 글은 블로그에서 무단 복사하지 말아 주세요. 버틸 수 있는 한 오랫동안 “내가 ……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루카 22,15) 그분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이 세상에서 숨을 쉬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라면 인간과 사랑 사이에 높이 솟은 그 철의 장벽, 곧 죄는 마치 어린아이의 입김에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버렸을 테지요. 그날에 세상은, 마치 갑자기 경련이 나타난 간질 환자가, 길을 지나다 그를 보고 도와준 나그네에게 미소 짓는 것처럼 다시 원래의 모습이 되었겠지요. .. 2018. 3. 18. 예수님을 만나다―그리스도를 만나는 새로운 길 예수님을 만나다―그리스도를 만나는 새로운 길 작가 루이지 산투치를 알게 된 계기는 어느 신부님이 준 글이다. 기도 모임 시간에 신부님이 직접 번역한 한 단락 글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서 작가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외국 헌책 사이트에서 출간된 지 40년이 넘은 작가의 책 두 권을 구할 수 있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역시 예상대로 이 책 장에 들어 있었다. 이 책의 원서는 (그리스도의 생애―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1971년)이다. 2015년 이탈리아 성바오로 출판사에서 재판이 나왔으며 생전 우정을 나누었던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지안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이 서문을 썼다. (Herder and Herder 출판사)라는 제목으로 1971년 영어로 번역되었다.루이지 산투치(1918.. 2018. 3. 1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