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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영성115

사순 묵상]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끝마침을 하려고 피고인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났다. 만난 시간이 아주 짧았다. 밖에 있는 그 사람들이 예수가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소리칠 때 나는 돌아와서 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다시 말해 그의 기원을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일깨워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내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그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유죄 내린 사람과 같은 편으로 여긴다는 것 말고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들을 연달아 말했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내가 한 일에 어떠한 책임이나 잘못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공동 책임이 없음을 영원히 확..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20_붉어진 목청 수난 20_붉어진 목청 “그러자 그들이 외쳤다.”(요한 19,15)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모든 이가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열린 입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더 힘 있는 허파의 외침으로 자극하여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려 했습니다. 흥분한 여인들이 더 높은 어조로 외쳤고, 엄마 팔에 안긴 어린이들이 그 외침을 따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긴 단어가 무슨 뜻이야?’ 하면서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이처럼 계속해서 크게 소리친다면, 그 두 단어를 소리치고 그 끔찍한 두 단어만을 소리친다면, 그들은 로마 제국 지배자를 무너뜨릴 것이고 하느님을 죽이는 군중의 용기에 두려움을 느껴 ..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8_이 사람을 보라(에체 호모) 수난 18_이 사람을 보라(에체 호모) “이윽고 예수님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다.”(요한 19,5) * 한 줄 감상 : 원문이 시적이어서 번역을 매끄럽지 않다. 극작가요 인간 심리의 분석가이자 루크레티우스의 제자인 빌라도는 멋드러진 작품을 쓰는 중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옆에 예수님을 둔 채 재판석의 발코니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가리키면서 절제된 표현을 부자연스럽게 말했습니다. “자, 이 사람이오.” 그와 동시에 그리스도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흡족함을 느꼈습니다. 자줏빛 해면 같은 저 두 눈하며, 저 핏자국, 맞아서 상처가 벌어진 저 이마, 필요한 것은 분명 딱 이 정도였습니다. …… 불안한 순간이었습니다. 도성의 모든 말이 서로 쓰러지고 조경과 건축물이..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7_기발한 계획 수난 17_기발한 계획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을 하게 하였다.”(요한 19,1) * 한 줄 논평 : 이 글은 독백(혹은 예수님께 드리는 말씀) 형식으로서, 바로 앞에 있는 빌라도의 일기에 대한 제자의 반응을 독백의 형식으로 썼다. 원저자가 소설가라 그런지 형식이 정말 다채롭다. 힘을 내세요, 예수님. 빌라도가 세운 계획이 아주 기발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채찍질에 맞아 무척 놀라시긴 하겠지만 그 덕분에 그들이 당신의 목숨을 살려 둘 것 같습니다. 채찍에 살이 점점이 달라붙으면서 당신이 아주 불쌍한 모습으로 변하게 될 테고, 그 매질에 사람들이 환호하면서 수난도 함께 끝날 것입니다. 빌라도의 말이 맞습니다. 서른 나이시니까 당신은 몇 주면 거뜬히 회복하실 겁니다. 그리고 그들..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6_후세를 위해 남기는 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수난 16_후세를 위해 남기는 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마태 27,19) * 한 줄 감상: 이번에는 일기 형식이다. 이 글은 루이지 산투치라는 작가의 묵상집을 번역한 것입니다. 아내가 그 꿈들을 꾸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일기를 쓰기로 했다. 아니 더 멋있게 말하면 내 뒤에 올 이들에게 나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혹은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후세에 보내는 편지’라고 부르겠다. 아내 클라우디아가 꿈을 꾸고 나서 지난밤에 침실에서 말해 준 다른 이야기 가운데서 그녀는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것을 믿고 싶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믿지 않는.. 2018. 4. 2.
사순 묵상] 수난 15_몽유병자 (베드로의 눈물) 수난 15_몽유병자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루카 22,62) 예수님의 죽음이 시작된 밤 동안, 이 쓰라린 울음이 터져 나와 이야기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첫 번째 피가 정원에서 흘렀고, 첫 번째 구타가 저택에 있던 한 종에 의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흐느낌은 나무 때는 곳 옆에서 일어났습니다. 왜냐하면 “날이 추워 종들과 성전 경비병들이 숯불을 피워 놓고 서서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과 함께 서서” 불을 쬐었기 때문입니다. 수탉이 울었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울었습니다. 베드로의 닭은 새벽을 환호하며 맞은 게 아닙니다. 밤이 깊어도 아직 새벽이 먼 시간이었습니다. 그 닭이 예루살렘의 뒷마당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남모르게 사명을 받은 대로 스승의 계.. 2018. 4. 1.
사순 묵상] 수난 14_예수님의 눈을 가리고 수난 14_예수님의 눈을 가리고 “예수님을 지키던 사람들은 그분을 매질하며 조롱하였다. 또 예수님의 눈을 가리고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하고 물었다.”(루카 22,63-64) 예수님이 낮 시간에 큰 수난을 겪으셨지만 또한 이날 밤에 짧은 시간만 이어진 수난을 겪으셨습니다. 이는 너울거리는 불길로 생긴 어스름 속에서 신원을 숨긴 겁쟁이들이 잠깐 동안 그분을 때리며 즐긴 사건이었습니다. 그리스도는 기둥에서 채찍질을 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언덕을 안간힘으로 오르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장대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럴 때에 그분은 장엄하고 우러를 만한 아름다움의 단계로 올랐습니다. 이러한 단계에서, 다만 괴로워하는 육신의 적응성으로 그분은 자신이 사람일 뿐만 아니라 초.. 2018. 4. 1.
사순 묵상] 수난 13_두 개의 터반 수난 13_두 개의 터반 “먼저 한나스에게 데려갔다. …… 한나스는 예수님을 결박한 채로 카야파 대사제에게 보냈다.”(요한 18,13.24) 이 무렵 그분의 죽음을 위한 준비가 모두 마쳤습니다. 이에 관해 카야파가 아주 확실하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더 낫다.”(요한 11,50) 한나스, 카야파……, 그들은 누구였습니까? 어째서 그들은 이 온화한 분이 죽기를 바라단 말입니까? 어째서 그날 밤에 횃불이 오고 가는 가운데 늦도록 저택에서 자지 않고 깨어 있었습니까? 예수님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이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모든 죽음 가운데서도 가장 수치스럽고 사악한 일이었고 그들은 가장 무자비할 만큼 끈질겼습니다. 그 두 터반을 쓴 사람 아래(하.. 2018. 4. 1.
사순 묵상] 수난 12_뺨 수난 12_뺨 곁에 서 있던 성전 경비병 하나가 예수님의 뺨을 치며, “대사제께 그따위로 대답하느냐?” 하였다. (요한 18,22) 난생 처음으로 최고 의회에서 그리스도가 구타를 당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33년간 사시는 동안 단단한 물체에도 다른 사람의 몸에도 맞은 적이 전혀 없으신 분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과 함께 나자렛의 편안한 침묵 속에서 가축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 일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이집트로 태워 나른 온순한 나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까지 예수님은 한 번도 맞아 본 적이 없을뿐더러 피부에 폭력의 흔적이 한 번도 남지 않아 일종의 두 번째 순결을 지니셨습니다. 한 병사의 손이 그분의 뺨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깜짝 놀란 비둘기처럼 성모님의 애정 어린 마음이 그 뺨에서, 최고 의회의 마당에.. 2018.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