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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영성115

사순 묵상] 수난 11_칼과 어루만지심 수난 11_칼과 어루만지심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만해 두어라.” 하시고, 그 사람의 귀에 손을 대어 고쳐 주셨다.”(루카 22,50-51) 그것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기적이었습니다. 귀가 잘렸을 때 거기서 피가 얼마나 많이 흘렀는지 나는 모릅니다. 한 컵 정도, 아니면 대야 하나 정도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곧바로 기적이 일어났으니까 몇 방울 정도만 피가 났을 것입니다.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라는 말씀만으로 귀가 흉터를 남기지 않고 다시 머리에 붙었습니다. 우리는 그날 밤 겐네사렛 정원에서 풀 위에 튄 핏방울이, 채찍질과 못 그리고 가시와 창으로 붉은 내를 이루어 흐르게 될 피의 거대한 테마에 앞선 서곡임을 .. 2018. 3. 31.
사순 묵상] 수난 10_차례로 모조리 수난 10_차례로 모조리 “…… 앞으로 나서시며 그들에게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요.”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나다.” 하고 말씀하셨다. …… 예수님께서 “나다.” 하실 때,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요한 18,4-6) 이 사람들이 곧 무자비한 폭력으로 그분을 패배시키려고 했습니다. 잠시 후 그리스도가 그들에게 넘겨지실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묶이도록 하고, 구타를 피하려는 행동을 하나도 하지 맙시다. 그렇지만 이 첫 번째 승부에서 그분은 역할을 바꾸어 보기로 하셨습니다. 그분이 악의가 없는, 우습다시피 한 박해자가 되려 하셨고 그들이 희생자가 되는 것이지요. 수난을 미리 막기 위해 아버지께서(그분이 곧 베드로에게 말씀하실 것이기에) 적을 모.. 2018. 3. 31.
사순 묵상] 수난 09_첫 번째 상처 수난 09_첫 번째 상처 “그분께 입을 맞추었다.”(마태 26,49) 남몰래 온 천사는 그분이 두려움을 이겨 내도록 기적을 일으킬 때 아마도 그분에게 입을 맞추는 것 이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말로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을 때, 우리는 하늘의 명령에서 용기를 얻어 불행에 빠진 이들의 얼굴에 입술을 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닌 생명력의 따뜻함으로 그들을 구원하게 되지요. 천사가 떠나고 나자 어떤 사람이 다가왔습니다. 그도 마찬가지로 그분께 입을 맞추었습니다. 유다한테는 예수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그분의 얼굴이나 입은 겉옷의 색깔로 그분을 지목하는 것으로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밤이 검은색 수지만큼이나 어두워 모든 사람의 그림자가 전부 똑같이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정확.. 2018. 3. 31.
사순 묵상]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수난 08_날개도 나팔도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루카 22,43) 예수님, 어디에 계십니까? 땅에 떨어진 이 올리브 열매들처럼, 너무나 엄청난 시련이 담긴 올리브 압착기 속에서 으깨지셨습니까? 나의 구원이 걸려 있는 수난을 시작하려고 병사들이 곧 올 텐데, 그들이 와서 누구를 찾아내게 되겠습니까? 그러나 꼿꼿이 서 있는 그분의 그림자가 있었고 그분의 목소리는 모든 운명의 주인의 목소리보다 더 우렁찼습니다.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 일어나 가자.” 어떤 사람이 그분과 함께 있었는데, 그가 생명과 죽음을 하찮게 여기는, 검은 나무에 있던 악마를 물리쳤습니다. 그 천사는 누구였습니까? 무엇을 하는 이이며, 어디서 왔습니까? 이날 밤에 또는 다른 날 밤에 한층 지쳐 계시던 그분이 받은 그 위.. 2018. 3. 31.
사순 묵상] 수난 07_잠 수난 07_잠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와서 보시니, 그들은 슬픔에 지쳐 잠들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자고 있느냐?”(루카 22,45-46) * 한 줄 감상 : 이번 묵상은 약간 희곡 같다. 베드로 : 거기 누구요? 당신 누구요? 벌써 왔느냐? 네 놈은 나의 스승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 깨어나라, 친구들이여. 칼과 죽음이여. 누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느냐? 죽음을 맞는 건 너일 것이다. 우리는 몸집이 크고 금발의 임금이 계신 하느님 나라를, 유다의 왕국을 가질 것이다. 너는 그분을 향해 감히 손을 올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 . 스승님, 당신이셨습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니 그들이 아직 여기에 오지는 않았군요. 제가 어쩌다가..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6_침묵 수난 06_침묵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마태 26,37) * 한 줄 정리 : 그리스도는 사람의 침묵과 아버지의 침묵 사이에서 우셨다. * 한 줄 감상 : 장르가 묵상에서 소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날 밤 정원에서 그분이 처음으로 뭔가를 부탁하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세 제자에게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마태 26,38) 하고 부탁하셨습니다. 그 작은 행동으로 충분했습니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사도는 거기 남아서 올리브 나무 밑동 근처에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기도하는 동안 그분과 함께 밤의 찬 공기를 조금 참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날이 추웠기에, 기도하지 않더라도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 깨어..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5_긴 이별 수난 05_긴 이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요한 16,5) 만찬이 끝났습니다. 드디어 모든 것을 마쳤습니다. 음식도 행동도 몸짓도요. 유다가 배신을 저질렀습니다. 예수님이 빵과 포도주를 변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예수님이 동료들을 남겨 두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입을 맞추어 주시지도, 이름을 불러 주시지도 않았습니다. 해야 할 말이 많으셨고 그것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그분을 따른 이유가 그분의 기적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분은 아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베드로 사도가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 그분의 마지막 말씀. 영원성으로 마법에 .. 2018. 3. 28.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2) “유다는 빵을 받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이제부터, 이제부터 앞으로 그가 한 짓을 한 이는 그가 아니었습니다. 횃불을 든 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겟세마니 정원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온 이는, 예수님께 다가와 말을 걸고 입을 맞춘 이는,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 적신 빵과 함께 그의 입을 거쳐 그의 안에 들어간 이, 이제부터 그를 밀어부쳐 소 떼처럼 몰고 갈 이였습니다. 사탄이 유다에게 들어간 것은 음모를 꾸미던 낮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돈주머니를 맡은 그는 낮에 산헤드린의 원로들과 함께 스승을 은돈 서른 닢에 팔려고 모의했습니다. 사탄이 들어간 것은 바로 수난의 민감한 상호 .. 2018. 3. 27.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사순 묵상] 수난 04_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1) “그 사람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마태 26,24) 예수님이 발을 씻어 주시기 전, 이별에 관한 우울한 말씀 속에서 저녁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하시며 제자들에게 잔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르셨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루카 18,22) 그렇지만 우리가 최후의 만찬이 시작되는 부분의 구절을 읽을 때면 열두 제자들의 머리에, 다가오는 비극의 정점이 시작될 힘이 어떤 식으로든 모여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는 인상을 받지 않습니다. 우선, 어리석고도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그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누가 가장 중요하며 스승님에.. 2018.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