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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13일 : 멀어 있던 눈이 열리고 나서(눈먼 거지에 대한 묵상)

by 봄날들판 2018. 7. 27.

13: 멀어 있던 눈이 열리고 나서(눈먼 거지에 대한 묵상)

The Consequences of Seeing

 

이 내용은 요한 9,1-41(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 주시다)과 마르 10,46-52(예리코에서 눈먼 이를 고치시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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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티매오와 나는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곧바로 치유되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치유받지 않았다. 당시 내 모습은 틀림없이 눈두덩이에 진흙을 묻힌 채 길에서 발을 헛딛는 얼간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바르티매오에게 내가 물었다. “당신은 처음에 뭐가 보였나요?”

예수님의 얼굴이요. 당신은요?”

못에 비친 내 그림자였어요.”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멋진 풍광을, 그러니까 길을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그냥 바라보기만 하다가 서로 이런 질문을 물어보았다. “오늘 본 것 가운데 뭐가 제일 놀랍고 신기했나요? 만약 여전히 눈으로 볼 수가 없는 상태라면 오늘 당신한테 달라졌을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나는 어째서 예수님이 바로티매오에게 해 주신 것처럼 나를 곧바로 치유해 주지 않으셨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는 눈을 씻으러 여정을 떠나야 했었다.

바르티매오가 말했다. “정말이지 그분이 내 눈에 침을 섞은 진흙을 묻히시도록 나를 내어 드리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당신은 용감하군요.”

내가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나는 그분의 침으로 치유하신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감히 희망을 품었던 거지요. 게다가 당신이용감한 사람이에요. 예수님을 멈추게 하려고 큰 소리를 질렀으니까요. 나는 내가 청한 것도 아니었어요. 예수님께서 그분을 따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일이 눈에 보이게 하기 위해 가르침을 보여 주려고 그리하셨던 거지요. 나야 운이 좋았지요.”

바르티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지만 당신은 한 치도 망설이지 않았어요. 행동을 취했지요. 못으로 갔잖아요.”

나를 그곳에 가게 해 준 것은 그였다. 나는 약간 엄청난 일을 기꺼이 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걸어가면서 망설임을 느꼈던 일이 기억난다. 내면의 목소리가 이렇게 비웃었다. ‘네가 치유라는 선물을 받아들이면 너는 더 이상 구걸을 할 수가 없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구걸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내가 더 이상 눈먼 사람이 아니라면 부모님이 나한테 기대를 가지게 될 텐데. 연못으로 가는 도중에 발걸음이 느려졌다. ‘계속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요!” 하고 낯선 그 사람이 나를 불러 세웠다. 앞에 깊게 팬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부터 그가 나를 안내해 주었고 내가 품은 의심을 말로 하게 해 주었다. 내가 물었다. “내가 누구이기에 기적을 바라겠어요? 어째서 저일까요?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낯선 이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이지 내 말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 준 건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내 팔꿈치를 잡아 주기까지 했고 내가 얼굴을 씻을 때 옆에 있어 주었다. 그래서 씻고 나서 처음 보게 된 얼굴이 바로 그의 얼굴이었다. 전에는 얼굴을 손으로 느끼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색깔과 그의 표정에 놀라워했다.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표정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하느님에 대해서는 거의 포기했었어요. 이제 당신을 만나네요.” 낯선 이가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가 자신의 마음을 온통 털어놓았다.

바르티매오가 내게 말했다. “당신의 치유를 증언해야 하기에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요? 또 그것이 당신이 못으로 보내진 이유고요.”

내가 대답했다. “모든 사람한테 가서 내가 치유받았다고 말한 사람이 바로 그 낯선 이였지요.”

나는 더 생각했다. “나는 멀어 있던 눈이 열리고 나서 어떤 결과가 생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바리사이의 눈길을 끌게 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그들에게 학대받을 줄 예상하지 않았던 거지요.”

글쎄요, 친구여, 그게 당신과 내가 이 여정에 있는 이유예요. 내 삶에 이런 방향 전환이 있으리라고 나 역시 예상하지 못했어요.”

나는 치유만 받은 것이 아니에요. 조사도 받고 모욕도 당했고, 남들이 내 말을 불신했어요.”

바르티매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당신을 실패하게 하려 했군요.”

부모님이 중립을 지키셨는데, 나는 부모님 탓은 안 해요. 그렇게 해서 부모님 역시 회당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니까요.”

바르티매오는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다시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당신은 눈먼 사람으로 남는 편을 선택할 건가요?”

그러고는 자기 연민에 빠져 살라고요?” 내가 말했다. “그 편이 더 쉬울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내게서 특별한 무엇을 보셨어요. 그리고 내가 그 바리사이들을 대면할 수 있다는 걸 아셨지요.”

못에 다시 가시겠어요?” 바르티매오가 물었다.

진심으로 가고 싶어요. 그리고 거기서 다시 파견되는 은총을 청하며 기도하겠어요.”

Reflect further on John 9:141 with an Arts &Faith: Lent reflection video inspired by the image, El Greco’s Christ Healing the Bl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