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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산투치7

탄생 01 - 나자렛 사람(Nazareno) 나자렛 사람(Nazareno) “그분의 육화는 이해할 수 있겠다, 소경을 치유하시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겠다, 나자로의 부활이나 다른 모든 기적들도 이해할 수 있고, 그 군인이 뺨 때림, 십자가 못 박히심, 죽으심, 부활, 성체 안의 예수님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삼심 년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천지를 모르고 뛰어 노는 동네 친구들과 나자렛의 담들을 따라 뛰어 다니던 그 아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창문과 문 닫는 소리와 함께 급히 집으로 뛰어가던 아이들 틈의 그 아이, 아버지를 도와 일할 때 손에서 자꾸 빠져나가던 그 대패, 자라나던 머리카락, 지나가던 행인이 길을 물어보던 그 아이. 다른 모든 집에서처럼 매일 나오던 쓰레기, 그가 먹고 버렸을지도 모를 계란껍질, 혹은 톱질하다가 .. 2021. 1. 4.
도성 01_추방 도성 01_추방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 언덕 위였습니다. 아마 바위나 나무뿌리처럼 자연적으로 있는 자리였을 겁니다. 그곳에서 그분께서는 도성을 바라보셨습니다. 도성은 마치 조개 속에 자리 잡은 듯했고, 그 집들과 지붕들과 나무의 덩어리들이, 가장 고약하고 위악스런 도시들조차 멀리에서 가장하는 그 순수한 겸손함의 분위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거리와 골목을 지나가다 길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다면 도시가 오만함의 커다란 종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면 다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더 이상 돌들이 쌓인 곳, 거기 사는 이들이 악행, 그리고 원한과 절망이 쌓인 곳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곧 도시를 사라지게 할 마법 주문이 미치는 곳에서, 도시는 신기루 뒤에.. 2020. 11. 9.
도성 도성 “카인은 성읍 하나를 세우고”(창세 4,17) 번역자 설명 : 루이지 산투치의 책 에 ‘도성City’라는 장이 있습니다. 글이 세 개뿐이지만 ‘사람과의 만남’과 ‘수난’ 사이에 있어 예수님의 공생활을 정리해 주고 앞으로 다가올 수난을 미리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작가가 소설가이자 시인이라 그런지 은유도 많고 시적인데, 여기서는 특히 그런 분위기가 많네요. 그래서 번역이 쉽지 않았어요. 영어가 이 정도면 원어인 이탈리아어로는 얼마나 어려웠을지 상상이 됩니다. 번역은 대충 말만 만들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장이 끝나면 번역 안 한 부분은 ‘서문’과 첫 장인 ‘탄생’, 그리고 ‘부활’만 남는데, 서문은 이미 번역했는데, 역시 너무 어려워서 이것은 블로그에 옮기지 않을 거.. 2020. 11. 9.
사람과의 만남 08_그분과 함께한 모든 사람 사람과의 만남 08_그분과 함께한 모든 사람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가장 어려운 가르침이네요. 그럭저럭 제대로 기도할 줄 아는 이가 누가 있습니까? 또 기도란 무엇입니까? 기도의 스승이요, 하루가 끝날 때면 아버지와 이야기하기 위해 산으로 물러가는 습관이 있던 분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이 신비로운 것,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것(그렇지만 동시에 사람 마음에 매력적이다가도 못마땅한 것)에 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기도를 앞두고서의 어떤 법칙(“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 2020. 11. 8.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두어라.” …… 작은 이들아, 내 주변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고 자신을 나의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너희에게 소리치며 너희를 쫓아내려 하는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 말아라. 그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그들한테 이렇게 말해라.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은 다만 내가 어른들의 현재의 태도를 참아 주고 있어서라고. 그것은 다만 나와 보냈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지금 네가 하고 있듯이, 줄줄 흐르는 콧물과 잔뜩 기름진 머리카락, 소리 지르고 밀치닥거리고 내 발가락을 밟았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그들의 달콤한 어조와 연고를 바른 손발들 때문에 내가 불쾌함을 이겨내고 있는 거라고. 내가 그들의 수염 너머에서 그 작고 주근깨투성이인 얼굴을, 입안 가득 튼튼.. 2020. 11. 7.
사람과의 만남 06_살과 돌(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사람과의 만남 06_살과 돌(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 여자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성적 즐거움을 좇다가는 죽음에 이르는 발걸음이 엄청나게 짧아질 수 있습니다. 히브리 여인은 간음을 하다가 붙잡혔기에 충분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었습니다. 재판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거나 아예 안 열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부주의한 여자는 애인의 포옹이라는 어두움에서 억지로 떨어져 나와 남들의 눈에 드러난 광장의 눈부시고 부끄러운 빛 속으로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여자는 무자비한 시선과 돌의 표적이 되지 않게 피.. 2020. 11. 7.
사람과의 만남 05_또 다른 목마름(사마리아 여인) 사람과의 만남 05_또 다른 목마름(사마리아 여인)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어떤 목마름인가요? 무슨 물을 말하는가요?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으로 대화가 열렸고, 그 대화는 물을 마시고 싶은 상징이라는 맥락에 머물렀습니다. 물은 당연하면서도 구체적인 비용이 있기에 그날에 두 세상 사이에 있는 매개체(mediator)였습니다. 두 세상이란 고대 이래로 사이가 나빴던 남자와 여자, 영과 육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물’이라는 테마에 있는 여성의 관능성을 피하고자 하셨습니다. 그 순수한 추상물에는 많은 상징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시작은 활기차고 의미심장했습니다. 순화되기는 했지만, 물이라는.. 2020.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