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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by 봄날들판 2020. 11. 7.

사람과의 만남 07_큰 무리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두어라.”

…… 작은 이들아, 내 주변에 머물러 있어라. 그리고 자신을 나의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너희에게 소리치며 너희를 쫓아내려 하는 사람이 있어도 놀라지 말아라. 그들에 대해서는 미안하구나. 그들한테 이렇게 말해라. 당신들이 존재하는 것은 다만 내가 어른들의 현재의 태도를 참아 주고 있어서라고. 그것은 다만 나와 보냈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지금 네가 하고 있듯이, 줄줄 흐르는 콧물과 잔뜩 기름진 머리카락, 소리 지르고 밀치닥거리고 내 발가락을 밟았던 시간들 때문이라고. 그들의 달콤한 어조와 연고를 바른 손발들 때문에 내가 불쾌함을 이겨내고 있는 거라고. 내가 그들의 수염 너머에서 그 작고 주근깨투성이인 얼굴을, 입안 가득 튼튼한 치아가 있고 내 주변에서 춤출 때 짓는 건방진 찡그린 표정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른들에게는 무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숨을 내쉴 때 내가 아멘하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팽이와 연을 가지고 놀던 너희 나이였을 때 이래로 행한 짓을 모두 잊었기 때문이라고. 곧 나는 노상 강도인 사람을 영광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로지 내 옆의 십자가에서 들리는 그의 신음이 매맞은 아이의 견딜 수 없는 울음처럼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너는 죽고 나서 하늘나라에서 그를 만나더라도, 심지어 유다, 바라빠, 카야파와 헤로데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너는 그들을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지금 네가 있는 시점에, 아주 무서워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성을 잘 내고 슬퍼하고 입맞춤을 하지만 죄는 짓지 않는 여느 다른 아이들처럼 어느 시점에 그들을 나에게 모아들일 것이다.

내가 위협이 되는 말 가운데 가장 심한 말을 한 것은, 너를 보호하려고 그런 것이었다. 어느 날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희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그래서 누구도 그의 시신을 꺼내지 못하게 말이다. 그렇지만 나도 안다. 너는 완전히 순수하지는 않다. 그래도 나는 이미 너의 피를 어지럽히는 그 작게 가물거리는 악 때문에 너를 오히려 더 사랑한다. 왜냐하면 태어나게 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던 너의 살 속에 이미 있는 용의 이빨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너를 지금으로서는 이곳에, 이 크고 행복한 무리 안에 계속 두려 하는 이유다. 너의 어머니의 생각을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가장 강한 유혹은 나의 붉은 튜닉으로 너를 완전히 덮어 우리 아버지의 가슴으로 너를 곧바로 날아서 데리고 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네가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네가 양이기를 멈추는 순간 너는 마치 나의 모든 양들처럼 골짜기로 길을 잘못 들어서서 강간자와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니다. 그것 때문이 아니다. 나의 피가 세상의 모든 죄를 씻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래서 너희 저마다가 기다리는 모든 슬픔을, 내가 곱슬거리는 앞머리와 좀이 쑤시는 손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남겨두게 하려는 것이다. 죽음을 기다릴 때 이루어지는 나이 듦에서 마치 물고기처럼 분홍빛으로 너의 몸을 구원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곧 서로 떨어질 것이다. 제자들이 거칠게 너희를 나한테서 멀리 떨어뜨려 놓을 것이다. 집으로 가거라. 그렇지만 나에게는 오로지 너만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너에게 나는 십자가에서 선물로 나의 어머니를 줄 것이다.

잊지 말아라. 그날에 우리는 서로 다시 만날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네게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오늘 보듯이 서로를 보게 될 것이다. 너의 영혼이 너의 지친 몸에서 이별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얼른 이처럼 작게 되어라. 바로 이 순간, 장난감투성이와 머리의 혹들이 있는 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너의 길들여지지 않은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하느님 나라에서 너의 외침으로 내 귀를 멀게 하기 위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아버지의 자비에도 용서를 베풀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둠이 있을 것이다.

* 한 줄 평 : 글이 진퇴양난인데 그래도 그냥 올립니다.

James Tiss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