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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탄생 01 - 나자렛 사람(Nazareno)

by 봄날들판 2021. 1. 4.

나자렛 사람(Nazareno)

그분의 육화는 이해할 수 있겠다, 소경을 치유하시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겠다, 나자로의 부활이나 다른 모든 기적들도 이해할 수 있고, 그 군인이 뺨 때림, 십자가 못 박히심, 죽으심, 부활, 성체 안의 예수님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삼심 년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천지를 모르고 뛰어 노는 동네 친구들과 나자렛의 담들을 따라 뛰어 다니던 그 아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창문과 문 닫는 소리와 함께 급히 집으로 뛰어가던 아이들 틈의 그 아이, 아버지를 도와 일할 때 손에서 자꾸 빠져나가던 그 대패, 자라나던 머리카락, 지나가던 행인이 길을 물어보던 그 아이. 다른 모든 집에서처럼 매일 나오던 쓰레기, 그가 먹고 버렸을지도 모를 계란껍질, 혹은 톱질하다가 다쳐 피 흘리던 곳을 감았던 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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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나자렛 사람(Nazareno)이라고 사람들은 불렀다. 마치 그리스도라는 명칭이 영웅적이고 활활 타오르는 육화의 이름이듯, Nazareno라는 명칭은 인내롭고 불투명한 육화의 이름이다. 그는 승리의 시간, 고통의 시간, 빨마 가지의 환호 속에, 십자가 못 박힘의 울부짖음의 시간에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더 오랜 시간을 평범함 가운데, 일상사 안에서 우리의 동료로서 머물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들의 가장 고독하고 무의미했던 순간들에, 슬프고 쓰윽 내키지 않았던 일들에, 우리 의식에서 멀리 치워 버리고 싶었던 가장 암울했던 시간들에서 바로 이 Nazareno도 그러한 시간들을 살았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녁 한 때 나의 방에서 도시의 수없이 많은 피곤함들 가운데 흩어진 나의 피곤함을 거둘 때, 나는 그를 그리스도라 부르지 않고, 어느 도시에서나 어느 집에서나 찾을 수 있는, 그리고 그의 손으로 언젠가 우리처럼 일했던 하느님인 “Nazareno”(나자렛 사람)라고 부른다.

루이지 산투치의 <예수님을 만나다> '탄생' 장에 있는 글인데, 연이어 있는 두 글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이 글은 제 번역은 아니고 예수회 최시영 신부님이 예전에 번역하셔서 기도 모임 때 주신 글이에요.
이 책이 이탈리아 원서로 읽으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셨는데... 
우리말로 읽어도 참 아름답죠. 새해를 맞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