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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도성 01_추방

by 봄날들판 2020. 11. 9.

도성 01_추방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

 

언덕 위였습니다. 아마 바위나 나무뿌리처럼 자연적으로 있는 자리였을 겁니다. 그곳에서 그분께서는 도성을 바라보셨습니다. 도성은 마치 조개 속에 자리 잡은 듯했고, 그 집들과 지붕들과 나무의 덩어리들이, 가장 고약하고 위악스런 도시들조차 멀리에서 가장하는 그 순수한 겸손함의 분위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거리와 골목을 지나가다 길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다면 도시가 오만함의 커다란 종기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면 다른 것으로 보였습니다. 더 이상 돌들이 쌓인 곳, 거기 사는 이들이 악행, 그리고 원한과 절망이 쌓인 곳처럼 보이지 않았지요. 곧 도시를 사라지게 할 마법 주문이 미치는 곳에서, 도시는 신기루 뒤에 숨은 듯 멋지고도 놀랍게 보였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외침과 곧 그 위에 떨어져 도시를 완전히 사라지게 할 큰 질투 사이에서 그 마지막 순간에 일시 정지된 듯 보였습니다. 언덕에 있는 조망지에서 도시를 응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스승님께서 그러셨듯이, 무력한 포옹을 하면서 손을 내밀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곳을 내려다보는 눈길에만 열려 있는 극장의 무대에서처럼 안전하면서도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다는 바로 그 이유로, 도성은 그 과실들을 예민하게 깨닫는 것과는 아주 떨어져 있었습니다. 도성은 살인자들이 남긴 보기 흉한 자리들을 씻어내 버렸고 지저분한 곳이 뒤죽박죽 모인 후미진 곳들을 감추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모든 가정에서 행복한 가정이 식탁에 둘러앉아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처럼 교양 있는 우정의 이야기를 서로 경합하듯 말할 때 불 밝힌 창문으로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예루살렘은, 벌이 날아갈 만큼 가까이 떨어진 도성은 슬프고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곳에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집들이 펼쳐져 있는 지도에는 예수님께서 알아볼 수 있는 지붕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성당의 탑에 올라갔을 때 하듯이) 두 눈으로 그분께서는 삼 년간 하느님으로서 어려운 일을 해낸 장소들을 찾으셨습니다. 다리 저는 사람과 몸이 굽은 사람이 똑바로 서게 한 거리와, 눈먼 이를 다시 보게 해 주었던 작은 옆길을요. 그곳에 병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벳사이다의 못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그분께서 물건을 사고팔아 성전을 더럽힌 자들을 쫓아낸 성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허리가 굽은 여인이 똑바로 일어서고 손이 오그라든 남자가 다시 두 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쾌한 기억도 있었습니다. 한 벗이 치유를 받아 집으로 보내졌는데, 열 명, 아니 백 명의 적이 그분을 대항하여 생겨나고 하루가 갈수록 커다란 앙갚음으로 부풀어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이제 겨우 며칠의 새벽 너머에, 도성이 사람의 아들을 무너뜨려 버릴 앙갚음이, 동쪽의 저 메마른 언덕, 바로 골고타 언덕이 있었습니다.

눈으로 언덕을 둘러보면서 예수님께서는 평원에서 언뜻 보이는 티투스 황제의 군대를 내다보셨습니다. 앙갚음에 앙갚음을 할 군대였습니다. “……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살의 단죄를 예언한 이 말씀보다 그분을 더 수심에 잠기게 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도성은 악했습니다. 모든 도시는 피와 회한 속에(카인은 성읍 하나를 세우고, …… 그 성읍의 이름을 에녹이라 하였다.) 땅에서 다시 일어난 그 첫 번째 도시의 후예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 그 성벽 안에 머물 방이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에 그분께서 한 추방자의 타는 듯한 굴복감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자의 수치심으로 도성을 바라보신 것입니다. 저 아래 그 돌무더기 안에서는 가장 낮은 뱀이 그 우물의 깨진 틈바구니에서 여왕이었습니다. 대사제 카야파처럼 나병 환자 시몬처럼 도성에서 인기 있는 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고 삼각형의 머리에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치려고 이미 기다리면서 공동의 묵인이라는 온기 속에 있는 세리들과 율법 학자들의 누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전원과 나무숲과 하늘이 빚어내는 그 빛의 혼성곡과 목가적인 색채 때문에 여전히 도성은 그분에게 계속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불현듯 집과 정원의 저 더미들이 그분이 도성을 사랑하도록 다시 유혹하게 하지 않게 하려고, 이미 사막에서 그분을 유혹하려 한 적이 있는 어떤 사람이 그분의 귀에 마지막 유혹을 속삭였습니다. ‘이렇게 돌로 만든 뾰족탑이라고 이렇게 사기치는 것들을 저주하라. 거기에 침을 뱉어라. 계속해서 침을 뱉어라. 그러고 너는 빠져나가라.’

그렇지만 이번에 예수님께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으셨습니다. 추방된 자의 내면에서부터 그분께서는 우셨고 도성을 향해 말씀을 하셨으나 그 말은 오직 나무들과 말벌들만 들었습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