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일 : 이냐시오적 우정이란 무엇인가?
What Is Ignatian Friendship?
이냐시오적 우정, 즉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의 영적 지혜에서 영감을 얻은 우정과 다른 유형의 우정은 서로 어떻게 다른가?
내 생각에 이냐시오적 우정이란 마지스(magis, 보다 더)의 정신을 모델로 한 의도적intentional 관계이다. 마지스는 ‘더욱더’를 뜻하는 말이지만, 이 글의 목적을 위해서는 ‘더 큰 선’으로 확장하여 정의하도록 하겠다. 따라서 이냐시오적 우정은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가장 큰 선을 원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냐시오적 우정을, 주로 서로의 인접함으로 형성이 되는 가장 보통의 우정과 비교해 보자. 보통의 우정에서는 내가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끓어오른 말다툼을 절대 해결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편이 더 쉽기 때문이고 내가 관계에서 마찰이나 노여움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냐시오적 우정에서 나는 투명성,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알고자 하심을 인정하는 것에서 높은 수준을 기대한다. 우리의 삶과 우정에서 더 높은 수준을 존중하고 우리 삶에 하느님이 중심에 계시다는 것을 존중하면서 살아간다.
보통의 우정에서는 나에게 그런 것을 그다지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눈치가 좀 빠르고 태도가 털털하며, 정기적으로 만나려는 뜻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함께 어울리거나 같이 영화를 보러가기에 즐거운 사람이라면 그러한 특성이 그 관계를 붙들어 준다. 삶에서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견뎌낼 수 없지 않는 한은 이러한 우정에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 이런 우정에서는 어려운 시기가 되면, 우리는 진정한 친구라기보다는 화창한 날씨에만 적합한 친구를 가졌음을, 또는 자신이 바로 그런 친구임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정이 보통의 우정에서 이냐시오적 우정으로 성장하는 것은 언제인가? 거의가 의도에 의해 성장한다. 이냐시오 성인의 영적 지혜를 바탕으로 한 우정은 어려운 시기에 진정으로 시작된다. 이것에 대해서라면 내가 조금 아는 것이 있다. 나의 친한 친구 세 명과는 모두 내가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우정이 깊어졌다. 우리의 관계는 서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 같은 관심사와 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강하고 평생의 우정으로부터 훨씬 더 깊은 우정으로 변화했다. 세 친구는 저마다 내가 삶에서 더 큰 선을 알아보고 잊지 않도록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내가 선한 사람이고 사랑받는 사람이며 목적을 갖고 있고 혼자가 아니라고 일깨워 주었다. 나는 그들의 사랑에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축복받았음을 느낀다.
나는 또한 직업과 관련한 관계도 많이 맺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내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에 이냐시오적 우정으로 변화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한 친구는 내가 아주 힘들 때에 나를 위해 나타나, 함께라면 아무리 나쁜 것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일깨워 주었다. 또 다른 주에 나와 작업을 함께 하던 작가가 있었는데, 그는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고 카드도 보내 주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꼭 알려 주었다. 두 경우 모두 우정이 이냐시오적 우정으로 변화한 예이다.
관계에서 ‘마지스’를 찾기 시작할 때, 곧 다른 사람의 더 큰 선을 위해 노력하고 더욱 깊은 보살핌으로 초대할 때, 특히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이냐시오적 우정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관계가 하느님의 사랑과 우정에 바탕을 두고 서로의 더 큰 선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것이 세상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까? 그것이 바로 이냐시오적 우정이 가진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