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18일 : 추억을 받아들이기

by 봄날들판 2018. 7. 29.

18: 추억을 받아들이기

Accepting the Memories

 

* 번역자 주 : 하고 싶은 말이 핵심이 안 잡히는 글.

 

지난주에 나는 하느님께서 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어떻게 현존하셨는지 묵상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에 엄마가 준 오래된 사진첩을 꺼냈다. 엄마가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계속해서 사진첩을 만들어 두었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엄마가 사진첩에서 열다섯 장 정도를 채웠다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채운 사진이 들어간다. 졸업식, 결혼식, 두 아들의 탄생(그렇지만 셋째인 딸의 탄생은 아직 넣지 않았다.), 그리고 두 아들이 한 살 무렵에 찍은 가족사진 등등이다. 사진첩을 넘기면서 가족 관계의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았다. 아빠와 엄마, 여동생과 남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나는 놀라웠다. 아마도 가족 사이에 나타난 사랑과 다정함을 처음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추억을 즐기다가 열네 살 당시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끄는 사진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파티에 모인 아이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사진에 나 말고는 소녀가 한 명도 없었기에, 엄마는 틀림없이 첫 번째 소년소녀 파티를 주최한 일에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내 뒤에는 온통 소년들뿐이었다.

그때 한 소년의 모습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도, 그가 믿음직한 친구였다는 것도 기억났다.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금방 친해져서 우정을 오래 지킨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나 사진에 나오는 다른 친구들을 40년 넘게 만난 적이 없지만, 오랜 학교 친구들이 살면서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페이스북에서 그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찾아서 친구 요청을 보냈고 우리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해 인사말을 나누었다. 그리고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며 배우자, 자녀, 손자가 어떤지도 시시콜콜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서로 안녕을 빌며 대화를 끝마쳤다. 모두 아주 즐겁기는 하지만 매우 신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나는 오래된 지인들과 다시 연락하고 나서 실망하는 느낌이 드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 목표가 인생의 모든 순간에 하느님께서 어떻게 함께해 주셨는지 알아보는 것이었음을 기억하면서, 나는 옛 친구와 다시 연락한 경험을 기도 시간에 생각했다. 다시 연락을 취했던 다른 친구들과, 지금은 익숙해진 활기 없는 느낌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런 재회가 어째서 즐겁기는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지, 시간을 따로 내어 묵상해 본 적이 전에 한 번도 없었다.

기도하면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옛 친구와 실제로 다시 연락하는 것보다 더욱 풍성하고 만족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를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실은 은혜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출신지, 뿌리, 과거 경험, 그리고 현재의 내 모습이 만들어지는 데 이바지한 과거에 만난 사람들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후회하거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시 불을 붙이고 싶은 갈망으로 옛 이성친구와 다시 연락하듯이 그것에 따라 행동한다면 열네 살 생일날의 즐거운 추억이 지금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보았다. 이것은 추억을 만족감으로 채워 주기보다, 새로운 것으로 변하게 한다.

이러한 이해는 불쾌한 기억과 관련하여 특히 강하다. 그 오래된 사진첩에 있는 사진들로 추억을 즐기고 나서 나는 내가 나쁜 기억들을 무사히 넘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기억들이 결코 나를 장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나를 괴롭힌 오래된 기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은 이 새롭게 발견한 능력에 감탄했다. 나는 그 사건을 과거에 일어난 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고통스러웠던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멍해서 기억이 나지 않았으며, 나를 포함해 그 사건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었다.

이번 주에 과거에 있던 삶의 이야기가 나를 오늘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과 어떻게 연결시키는지를 보기 위해 은혜를 묵상하면서, 선인과 악인이건 이전에 함께했던 모든 이들과 평화롭다는 감각을 느꼈음을 깨달았다. 하느님께서는 내게 좋은 추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처럼 나쁜 기억도 비난이나 맞대응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다정하게 보여 주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