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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예수님의 기적 06_유령(물 위를 걸으시다)

by 봄날들판 2018. 9. 18.

예수님의 기적 06_유령(물 위를 걸으시다)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 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마태 14,22-33)

 

한밤에 일어난 이 기적에는 여러 실타래가 있습니다. 그 놀라움을 한번 풀어 봅시다.

고요한 밤에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사도들의 배였습니다. 벳사이다에서 카파르나움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요. 힘겨운 날이었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이 불과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더랬지요. 제자들은 여전히 그 놀라운 분에, 그리고 바닥날 줄 모르는 광주리를 연신 비워야 하는 그 기쁜 임무에 멍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스승님이 제자들을 배에 태워 보내신 다음 산으로 오르시어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배 안에서 제자들은 짓눌려 있었습니다. 그분이 계시지 않을 때면 저 막연한 두려움에 괴로웠고,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갈망에 말문을 닫고 서로 거의 낯선 이처럼 느꼈습니다. 그러한 때면 그분에게 속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유령이 나타나는 것은 둘째치고 이파리 하나만 떨려도 머리에 손을 얹으며 뛰어오를 것입니다.

누군가 외쳤습니다. “저기를 봐, 유령이……

그렇습니다. 한 사람이 파도 위를 걸어오고 있었고 달빛에 호수 위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그 잊을 수 없는 발걸음이 배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만은 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요.

저리 가거라. 유령아.……

물 위를 걷던 발걸음에서 말이 들려왔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가고 있다. 기도하느라 지쳤구나. 내가 들어가게 자리를 마련하여라.”

그렇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다시 한번 인사를 하며 외치셨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뛰어올랐습니다. 누군가가 배 옆쪽으로 올라가 자신을 물 위로 던졌습니다. 이제 두 사람이 물 위로 몸을 세운 채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배 밖으로 뛰쳐나간 사람은 바로 베드로였습니다. 안전한 구석에 있던 친구들을 떠나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검푸른 파도를 향해 몸을 던질 만한 사람은 그가 유일했지요. 왜일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압니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보다도 더 예수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개인적으로 전문가적인 호기심에 유혹을 느꼈습니다. 어부가 물 위를, 변덕스러운 물 위를 걸을 수 있다니 어부한테 얼마나 설욕의 기회가 됩니까? …… 그리고 베드로는 순식간에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처럼 되어, 똑같이 마법적인 방법으로 그를 떠받쳐 준 그 도전에 흥분하는 마음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 나라는 마른 발과 갈매기처럼 가벼운 몸으로 물 위를 걷는 것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나서 추락이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호수 속으로 빠져든 것입니다. 그의 아래서 물이 갑자기 열리며 다시 한번 무서운 야수가 되어 무거운 것을 모두 삼켜 버렸습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바로 그때에 그는 어째서 물에 빠져들었고 기적이 작용하지 않게 되었습니까?

믿음이란 손으로 만져서 알 수 없는 불빛과 같습니다. 누가 믿음과 의심 사이에 경계선을 그을 수 있습니까? 베드로마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그 생각을 알지 못했습니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가운데 내가 성공해 낼 수 있을까?’ 하고 중얼거린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충분했기에 물이 열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이가 그의 손을 붙잡아 다시 물 위에 뜨게 해 주었습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 루이지 산투치의 <예수님을 만나다Meeting Jesus> 번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