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예수님의 기적 08_다섯과 둘에서 십만이 되다(오병이어 기적)

by 봄날들판 2018. 9. 18.

예수님의 기적 08_다섯과 둘에서 십만이 되다(오병이어 기적)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마르 6, 41-42)

물고기도 그렇게 하시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주셨다. 그들이 배불리 먹은 다음에(요한 6,11-12)

 

물고기 : 우리가 이 기적에 나오는 물고기예요. 우리는 깊은 바다에서, 옥빛 물결이 흐르는 동굴 속에서, 곱디고운 모래 속에서 태어나지 않았어요. 한 번도 헤엄친 적이 없고요.

우리는 사도들의 광주리에서, 허공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비늘에서 태어났어요.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죽기는 했지만, 그 짧은 삶은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아 있는 형제자매 물고기들의 삶보다 훨씬 더 멋지답니다.

우리는 베드로와 필립보와 안드레아의 손길에 광주리 바닥에서 모아졌어요. 그리고 갑자기 비어 있던 그곳에서 또 다른 우리가 일곱 마리씩, 스무 마리씩 더 태어났지요. 당신이 우리 배를 갈라 본다면 우리한테 다른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등뼈도 아가미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한 번도 바다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없고 아버지나 어머니도 없어요. 오로지 그 강력한 명령으로 우리가 저 움직임 없고 텅 빈 바다에서 끌어올려졌어요. 바로 무(nothingness)라고 하는 바다에서요.

우리는 무에서 자애(charity)로 던져졌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짧으면서도 중요한 임무를, 자기 자신을 준다는 임무를 마주하게 되었지요.

우리는 그 긴급함에서 태어났어요. 제자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주린 이들에게 주는 동안에요. 그 주린 군중이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고 여자와 아이들도 있었는데, 집에 가지 않고 계속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했지요. 우리는 툭 튀어 나온 눈으로 당신이 인간적으로 놀라워하는 모습을, 당신의 확신을 비웃었어요. 항상 그렇게 배워 왔다는 이유 하나로 물고기가 바다나 호수나 강의 번식지에서 태어난다고 믿다니요!

우리는 육즙이 풍부한 살점에 주리기보다 진리에 주린 사람 가까이에서 태어날 수 있어요. 당신이 우리를 잡으려 해도 우리는 순식간에 잽싸게 도망치지요. 그렇지만 또한 바다를 떠나 초원에서 당신에게 자신을 바칠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분과 사흘을 같이 지내면서 먹는 것도 잊었다면요.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들이 모았더니,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요한 6,12-13)

 

: 우리 역시 그래요. 우리 어머니로 옥수수 이삭들이 있어 본 적이 없어요. 낫질을, 탈곡하면서 탁탁 치는 것을, 방앗간에서 빻는 것을, 밤늦게 행복한 제빵사가 반죽하는 것을, 우리 안에서 효모를 키우기 위해 오븐이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을 느껴 본 적도 없고요.

그렇지만 이곳을 한번 보세요. 열두 광주리 속에 우리의 남은 조각이 여전히 보일 거예요.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보통의 빵처럼, 주린 이들을 위한 빵이요, 진짜 빵이었어요. 그리고 배고픔은 기적을 알아채는 것을 뛰어넘기에, 우리를 우적우적 먹은 이들이 우리를 알아차리지 못했지요. 우리만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았어요. 우리만이 수천 명이 손을 내미는 데 응답하여 누가 우리를 황금빛으로 빛나는 모양으로 밀어 올렸는지 알았어요. 그리고 모두가 보지 못하는 사이, 빵이 가득 찬 더미 아래서 많은 수가 언제 노련하게 똑같은 모양새로 만들어졌는지 그때를 기억한답니다.

우리의 제빵사이신 분은 밀가루 속에 손을 집어넣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는 말씀이 전부였지요. 그렇지만 그 말씀으로 충분했어요. 주린 이들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그러고 나서 빵이 만들어졌거든요.

아무도 완성하지 못한 세상을 여전히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빵 덩어리들이 있어요. 당신이 더 많이 먹을수록 그 빵은 더 많이 축적된답니다. 우리는 벳사이다의 부스러기예요. 우리는, 노르스름한 식은 빵 다섯 개는 사도들의 배낭에서 수확한 것이었지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내어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청받을 때면,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열두 광주리에 가득 남은 빵 부스러기인 우리를요.

 

# 루이지 산투치의 <예수님을 만나다Meeting Jesus> 번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