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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예수님의 기적 09_하느님의 분노(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다)

by 봄날들판 2018. 9. 18.

예수님의 기적 09_하느님의 분노(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다)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달렸을까 하여 가까이 가 보셨지만,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나무를 향하여 이르셨다.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마르 11,13-14)

 

마태오 : 어느 봄날 아침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평화롭게 밭을 지나던 중이었어요.

야고보 : 아름다운 날이었지요. 그분도 말씀이 없으시고 우리도 말을 하지 않아 기뻤어요. 저마다 약간 간격을 두고 걷고 있었지요. 4월의 바람에 떠오르는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녁때까지 그렇게 계속 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안드레아 : 그분께서 우리 바로 앞에 계셨는데, 줄지어 선 포도나무와 울타리 사이에서 붉은 겉옷이 마치 깃발처럼 보였어요.

필립보 : 이곳에서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청하는 병자들도 없었고, 율법에 관해 질문하는 학자들도, 그분의 어려운 비유도 없었지요. 한 번쯤 그렇게 밭을 지나 그분을 따라가는 것이 좋았어요.

유다 : 이곳에 올리브나무가 있었고요, 자운영 꽃과 뽕나무도 있었지요. 스승님이 나무마다 발걸음을 멈추시고는 그분 뒤로 제자들 무리를 모으시고는 나무를 하나씩 하나씩 바라보게 하셨어요. 그러고 나서 스승님이 움직이시면 우리 역시 움직였지요. 서로 떨어져서 각자 자기만의 생각에 빠진 채로요.

토마스 : 그러고 나서 그분이 무화과나무 앞에 이르셨어요. 내 생각에 그 나무가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꽃에서 10월 무렵 맺게 될 아름다운 무화과를 떠올렸지요. …… 입가에서 그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나 나서 갑자기 외침이 들렸지요. ……

작은 야고보 : 그 외침은 전연 그분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입이 없는 분이 구름 위에서 하시는 말씀 같았지요. 그리고 그 말씀은 마치 화가 난 말 한 마리처럼 들판을 떠돌았지요. 그것을 듣고 나 혼자 모든 것이 끝났구나.” 하고 혼잣말했어요.

바르톨로메오 : 나 역시 모든 것이 끝났구나.”라고 혼잣말했어요. 그리고 닷새 안에 과월절과 파스카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우리가 그 파스카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그분을 존경하고 바로 전날에 성지 가지를 흔들며 그분을 환영했기 때문이예요.) 우리는 그날이 우리 열세 명이 어린 양 주위로 식탁에 앉아 평화로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 되기를 바랐지요.

요한 : 전날은 멋진 축제 기간을 보냈어요. 과월절과 무교절이 가까워지고 있었지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그날 행복감을 느꼈어요. 해가 뜨면 모든 것이 여전히 그대로였으면 하고 바랐고요. 왜냐하면 한번쯤은 휴식이 있어야 함께 산다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러고 나서 깨달았는데, 우리가 쉬는 날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이날이 우리가 그분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로 경험한 가장 안 좋은 날이었어요. 그렇게 행동하시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었거든요. ……

열혈당원 시몬 : 그럼요, 한 번도 없었지요. 그분이 예루살렘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시고 바리사이에게 욕설을 퍼부으시고 상인들을 성전에서 내쫓은 적이 있으시지요. 하지만 절대로 무엇을 파괴하지는 않으셨어요. 위협을 하려고 손을 들었을 수도 있지만 절대로 치지는 않으셨거든요. 그리고 이제 갑자기 움직여 치셨네요. 그분이 무화과나무를, 불쌍한 무화과나무를 죽이셨어요. 왜 그러신 걸까요?

베드로 : 누군들 그 나무를 잊을 수 있겠어요. …… 우리의 눈은 나병 환자를, 사탄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얼굴을, 나흘 동안 죽었던 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들판 가운데에 있던 그 말라 버린 나무 때문에 태어난 이래로 다른 무엇 때문에보다 더 눈이 어두워졌어요.

자요, 타인인 당신이여, 뭐라도 말해 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해 보세요. 이 악몽에서 우리가 풀려나게 해 주세요. 왜냐하면 이해가 가지 않아요. 땅이 발밑에서 미끄러져 어쩌면 우리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유다 : 당신은 일어났던 일에 대해 너무 호들갑을 떠는군요. 지금이 무화과 철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잖아요. 무화과는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고 마못이 굴로 돌아갈 무렵에 익는 법이에요. 그날 일은 전부 스승님이 이것을 잊고 계셔서 일어난 거고요. 그분의 생각은 항상 우리와, 또 여기 아래의 작은 문제들과 멀리 떨어져 높은 곳에 머물러 있어요. …… 내가 보기에 그 일은 아주 단순하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그분이라도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는 거예요. 그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나무 하나가 없어졌다고 해서 절망하지 마세요.

 

# 루이지 산투치의 <예수님을 만나다Meeting Jesus> 번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