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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29일 : 캐논볼 모먼트(포탄에 맞은 순간)

by 봄날들판 2020. 4. 7.

제29일 : 캐논볼 모먼트(포탄에 맞은 순간)

Cannonball Moments

차가 구르기 시작하자 나는 잠긴 브레이크를 눌러 대고 움직이지도 않는 자동차 바퀴에 클러치를 넣고 있었다. 차가 회전하면서 그 추진력 때문에 차 몸체가 바깥쪽 두 개의 바퀴가 있는 면, 그러니까 가스탱크가 있는 면이 위로 향했다. 자동차가 올바르게 작동하려고 애쓸 때 내 밑에서 강철 소리가 들려오자, 간절한 기도가 떠올랐다. “주님, 드디어 오늘 제가 당신을 뵙게 되는 건가요? 괜찮으시다면, 정말 이 세상에 좀 더 머무르고 싶어요.”

430도를 돌고 나서 차는 네 바퀴를 위로 한 채 무겁게 내려앉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차에서 나왔다. 도롯가의 연석까지 가기도 전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차가 전부 부서져서도, 내가 다쳐서도 아니었다. 둘 다 맞긴 하지만, 내가 흘린 눈물은 감사함의 눈물이었다. 불과 5분 전에 내가 어린이집에 있는 둘째 아들을 데리러 가면서 첫째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아들은 집에 남아서 동전을 세겠다며 싫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연석에 앉아, 아들이 동전을 세느라고 집에 있어서 나는 울었다. 그것은 아들이 차 사고의 첫 번째 충격이 닿았던 자리에 없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리고 아들이 집에서 동전을 세고 있었기 때문에 에어백이 터져서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없었다는 의미이니까. 그리고 하느님께서 천국의 이편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동전을 세는 그 미소를 다시금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셨기에 울었다.

또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울었다. 차에서 나오자, 두 사람이 나를 따라잡으려고 도로 반대 방향에서 달려왔다. 한 사람은 내가 울 때 옆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집으로 가서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내게 아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이들이 당신과 함께 있지 않은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세요. 하느님이 당신을 지켜보고 계셨네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가 내 마음을 환히 읽는 것처럼 보여서 더 크게 울었다. 종종 아주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여전히 걱정해 준다는 것이 좋다.

뒤이어 회복할 때 나는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연히 내 쪽으로 운전하던 사람에게 어떻게 내 차가 보이지 않았던 건지 궁금했다. 하느님께서 어째서 내가 바로 그 순간에 거기에 있도록 허락하셨는지 궁금했다. 어째서 내가 그 자리를 그저 잠시 후나 조금 전에 지나가지 못한 걸까?

이냐시오 성인이 다리에 포탄을 맞고 나서 회복하는 도중에 이리저리 생각할 때도 이런 질문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 순간 그곳에 왜 그가 있었는가? 그는 왜 왼쪽이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그 포탄의 탄도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내 인생도 바뀌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다면 당신의 인생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포탄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창립자 이냐시오가 성인이 되었고, 역사에 그리고 그 역사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친 수도회인 예수회가 창립되었다.

하느님께서는 큰 그림, 시야가 좁은 우리는 볼 수 없는 그림을 보시는 분이시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이사 55,8-11)

나는 하느님이 생각하시는 방식을 상상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내면에서부터 나온 감사를 불러일으켜 주는 데에 어려움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하느님께서 매 순간 우리 바로 앞에 놓으신 모든 선물에서, 아름다운 사람, 세상의 놀라운 것들, 시간이라는 선물, 그리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선물에 눈을 열게 하는 데는 어려움만 한 것이 없다.

이냐시오 성인 역시 그랬다. 이냐시오 성인은 부상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감사하는 삶을 살았고,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은 눈을 지녔으며, 그처럼 포탄에 맞았을 때라도 우리에게 좋은 것을 마련해 두신 하느님을 향한 신뢰에 내맡기는 삶을 살았다.

* 나중에 내가 추가 : 이냐시오 성인이 포탄에 맞은 날은 1521년 5월 20일로 예수회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여 2021년 5월 20일부터 1년여를 이냐시오의 해로 지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