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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30일 : 은총의 빛은 언제나 빛납니다

by 봄날들판 2020. 4. 9.

제30일 : 은총의 빛은 언제나 빛납니다

The Light of Grace Is Always Shining

 

(역자 코멘트 : 양심 성찰에 대해서 상당히 쉽고 다가오게 설명하는 글이다.)

나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씩 오후에 일거리를 싸 들고 동네 커피숍에 간다. 그럴 때면 홈오피스에서 벗어나 다른 시점에서 문제를 공략하는 기회도 되고 워싱턴 호수의 멋진 경치를 보는 기회도 얻는다. 때로는 헤드폰을 껴서 커피숍의 시끄러운 대화를 피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재미있는 농담에 귀를 쫑긋 열어 두기도 한다. 오늘처럼 바리스타와 한 손님이 솔직한 순간을 함께 나눈 날에는 언젠가 쓸 단편 소설에서 사용하려고 대화를 적어 두기도 한다.

이번 주는 글을 쓰기가 여간 힘이 들었다. 아이디어도 잘 나오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았다. 마음은 끝없는 광고 스타일의 생각에서 짧은 노래가사로, 페이스북에서 본 단신 뉴스에서 친구와 나눈 대화로 이리저리 부산했다. 그렇지만 나는 편집자가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릴 때까지 일을 밀어부친다. 아니다. 내가 수정한 것을 편집자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글 전체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실망하여 나는 일거리를 싸서 거리를 가로질러 호숫가에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본다.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그에게 내 글이 거부당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냥 똑똑하지가 않은 것 같아.” 하고 남편에게 하소연한다.

다행히도 남편이 웃는다. “당신 충분히 똑똑한 사람이야. 연습이 부족할 뿐이지. 하지만 지금 하고 있잖아. 다시 해 봐.” 하고 권한다.

숙제를 도와주고 저녁을 먹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우리 삶에서 하느님의 현존에 주목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기도인 양심 성찰을 하는 잠들 시간이 될 때까지, 그날 할 일을 해낸다.

시인 크리스 앤더슨은 양심 성찰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은총의 빛은 비록 굴곡되고 흩어지고 놓치기 쉽긴 하지만 언제나 빛나고 항상 쏟아져 내립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낸 하루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빛이 비껴들었던 것을 보았던 때를 떠올리는 것도 기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아침부터 하루가 어떠했는지 되돌아본다. 어떻게 남편과 내가 같이 일찍 깼는지 기억한다. 원기와 활력을 얻었기에 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그날을 맞이하기 전에 잠깐 기분 좋게 누워 있었다. 시애틀의 겨울 날씨로는 드물게도 비가 내리지 않아서, 아들을 학교에 걸어서 데려다주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보통은 하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벌새 한 마리가 길가에 있는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에 아주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움직여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마치 아침 햇살에 깃털이 얼마나 밝은 분홍색으로 빛나는지 뽐내고 싶은 것 같았다.

그저 메우기만 하면서 보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하루가 얼마나 풍요로웠는지를 깨닫는다. 그러고 나서 커피숍에서 있은 옆자리의 대화를 떠올린다. 나는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나눈 순간의 솔직함에 감동을 받아, 그 이야기를 일기에 적어 두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나서 바리스타가 진지하게 물었다. “실패에서 뭔가 배운 게 있다면 그걸 과연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질문에 담긴 진심을 느끼고서 손님이 아버지 같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교훈(lesson)이겠지요.”

되돌아보니, 그런 말이 또한 나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거의 놓칠 뻔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아름다움이라는 조용한 선물을 건네시면서 내내 거기 계셨다. 그리고 내가 글을 쓰는 도중에 그 일을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고 교훈이라고 생각하렴.” 하고 격려의 말을 보내 주셨다.

양심 성찰이란 되돌아보기를 통해 기쁨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다.

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