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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2일 : 진창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하느님께 귀 기울일까?

by 봄날들판 2020. 4. 15.

2진창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하느님께 귀 기울일까?

Listening for God When We’re Stuck

2019 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너무나 크게 실망해서 진창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일을 겪은 적이 있나요? 몇 주 전에 여러 날 동안 창조적인 에너지가 마치 파도처럼 나에게 밀려든 적이 있었습니다. 피정 강의 원고를 쓸 때면 글이 아주 술술 풀려나습니다. 또 다른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할 때는 말이 더 잘 풀려나왔지요. 부르심을 살아내고 일이 잘 풀리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릴 때 얼마나 경쾌하고 기뻤는지 그때의 느낌이 기억나는군요.

그러고 나서 펑! 어느 날 오후 창조성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던 와중에 난데없이 실망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갑자기 무거움이 덮쳐 오는 느낌이 든 것입니다. 진창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을 뿐 아니라 머리에서 괜찮은 생각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느낀 경쾌함과 기쁨의 자리에는 의심과 힘겨움과 혼란이 들어찼습니다. 말 그대로 빠져나갈 도리 없이 갇혀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받은 부르심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전에 했던 말들이 어째서 제게 이 일을 하도록 명하시나요? 저는 이 일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는 하소연으로 바뀌었습니다.

나는 길을 뚫고 나아가거나 실망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으려고 계속 애썼습니다. 더 많이 밀고 나아갈수록 더 많이 잠겨서 마치 사막의 늪에 빠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내는 두 손을 완전히 들어 버렸습니다. 컴퓨터를 끄고 책상에서 멀어져 소파에 쓰러지듯 앉아 거칠게 한숨을 내쉰 것이지요. 그리고 조용히 투덜댔습니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친구가 보내 준 문자 메시지의 시편 40편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전에 같이 기도할 때 읽은 시편인데, 둘 다 루이지애나 출신이라서 최근에 바뀐 시편 번역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번역에서는 진창이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떠오른 시편 구절은 이렇습니다.

 

나를 멸망의 구덩이에서,

오물 진창에서 들어 올리셨네.

반석 위에 내 발을 세우시고

내 발걸음을 든든하게 하셨네.

(시편 40,2)

 

며칠 전에 친구가 이 구절을 문자로 보내 주었을 때 바로 든 생각은 그랬습니다. 우리가 실망에 빠져 있을 때, 특히 그곳에 거의 삼켜졌을 때, 우리를 실망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느님께서 어떻게 도와주시는지 이 구절이 참 잘 그려내 준다고요. 혼자서 이 구절을 몇 번이고 거듭 읽고 그날 오후에 루이지애나의 진창에 빠져 있는 기분이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하며 낄낄 웃었습니다.

그 시편 구절은 내가 실망이라는 오물 진창에 여전히 빠져 있을 필요가 없다고 일깨워 주었습니다. 성령께서 거기서 나를 꺼내 주시어 다시 발걸음을 나아가게 하실 테니까요. 이 깨달음에 이렇게 이름을 붙여 줄 뿐인데도 힘겨움이 조금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실망이라는 진창에 빠져 있었음을 깨닫자마자 나는 이냐시오 성인의 원리로 달려갔습니다. 바로 내가 영성 지도를 할 때 실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건네 주는 원리였지요.

 

- 실망 중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그 길을 죽 가세요.

- 그 일을 비밀로 숨기지 마세요. 그것을 하느님께 말씀드리세요. 믿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세요.

- 실망에서 빠져나오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청하세요.

- 기도를 더 많이 하세요.

- 실망에 대항하며 계속 일/활동을 하세요.

Never change anything when in desolation. Stay the course.

Do not keep it secret. Name it to God. Name it to trusted friends.

Beg God to get you out of it.

Pray more.

Work against it.

 

나는 내가 실망이라는 것에 빠져 있다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망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청했습니다. 믿는 친구 두 명에게도 기도해 달라고 문자 메시지로 부탁했습니다.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금세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몇 시간 동안 천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잠자리에서는 내가 마주하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더 많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자, 에너지와 위안이 오랫동안 창조적으로 올라온 다음에 실망이 고개를 드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잠이 들 때 나는 내가 다음 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내가 부르심 받은 바로 그 일, 쓰기를 함으로써 실망에 맞서 일하는 것이었지요.

다음 날 아침 여느 날처럼 아침 기도를 하고 나서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등교하게 한 다음 바로 그 일을 했습니다. 앉아서 글을 쓴 것이지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릴 때 분명 전날 나를 떠나 버렸다고 생각했던 단어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에너지가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시편 40편이 명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물 진창에서 나를 들어 올리시어 반석 위에 내 발을 세우게 하시고 다시 한 번 하느님께서 주신 부르심에 라고 응답하도록 내 발걸음을 든든하게 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