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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21일 : 상상력을 사용하여 기도해 보세요.

by 봄날들판 2021. 1. 2.

제21일 : 상상력을 사용하여 기도해 보세요.
Pray with Your Imagination
By David L. Fleming, SJ
‘What Is Ignatian Spirituality?’라는 책에서

<
이냐시오 영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기에 그 번역을 가져왔습니다. ‘상상력을 사용하여 기도하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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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는 스스로를 고등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이었던 파리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했고, 선두적인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사상을 잘 익혔으며 탁월한 분석가였다.

그러나 그의 영성생활을 이끈 정신적 자질은 그가 지닌 놀라운 상상력이었습니다. 이냐시오의 상상은 그의 회심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영성 지도를 하는 동안 그는 상상이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심화시켜 나아가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알게 되었다. 상상력을 사용하는 기도는 이냐시오 영성의 전형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냐시오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오랜 기간 요양을 하는 동안 상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하느님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은 바로 상상을 통해서였다. <그리스도의 생애>를 읽으며 그가 메모한 것은 300쪽짜리 공책을 가득 채웠는데, 이것은 그의 인생에 더할 바 없는 보물이 되었다. <금빛 전설>에 담긴 성인들의 생애는 그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숭고한 생각으로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냐시오는 성 도미니코가 이렇게 했으니까 나도 해야 한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러저러한 일을 했다. 그러므로 나도 하겠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기사다운 용맹을 떨치거나 낭만적인 모험을 하는 공상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 두 가지 공상을 번갈아 가며 했다.

그러나 이 공상이 부질없지는 않았다. 낭만적인 공상은 그를 불안하게 했고 만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성인들을 모방하려는 생각은 그에게 생기를 북돋우었고 그를 만족시켰다. 점차 그는 이러한 서로 다른 느낌 뒤에는 어떤 영적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당시의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을 움직였던 두 가지 다른 영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다. 하나는 악한 영에게서 온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에게서 온 영이었다.” 자기 느낌의 근원을 이해하게 한 이 돌파구는 이냐시오식 식별 과정의 기초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을 사용하여 그가 얻게 된 통찰이었던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상상력을 활발히 사용했고, 상상력을 사용한 기도를 영성 생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통합했는데, 이로써 영신수련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상상력은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었다.

이냐시오는 영신수련에서 두 가지 상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영신수련 제2주간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는 부분에 나와 있다. 그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요청한다. 하느님이 격동하는 이 세상을 내려다보신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대해 염려하고 계시는 것을 상상한다. 하느님이 예수님을 소용돌이치는 삶 안으로 파견하시어 이 세상에 개입하시는 것을 본다. 이러한 유형의 상상은 우리가 하느님의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해 주고, 하느님처럼 사랑하고 연민을 느끼며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상력을 사용하여 기도하는 두 번째 방법은 복음서 이야기 속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들여 넣는 것이다. 우리는 구경꾼이자 참여자가 되어 상상력을 십분 발휘한다. 예수님께서 길가에 있는 눈먼 이에게 말을 건네신다.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지중해의 태양을 느낀다. 행인들의 발걸음에 차여 떠다니는 흙먼지의 냄새를 맡는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거치적거리는 것, 눈썹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 배고픔으로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느낀다. 눈먼 이의 얼굴 위에 드리운 간절함을 응시하고 희망을 품고 울부짖다시피 하는 그의 말을 듣는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짜증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자세히 바라본다. 그분의 걸음걸이, 그분의 몸짓, 그분의 눈빛, 그분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본다. 복음에 기록된 대로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다. 또한 그분이 더 하셨을지도 모르는 말과 행동을 계속 상상해 본다.

영신수련에서 이렇게 상상력을 사용하는 기도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예는 제2주간의 성탄 관상이다. 이냐시오는 베들레헴까지 여행하시는 수고, 묵을 곳을 찾아 애쓰신 일, 가난, 목마름, 허기, 추위, 그리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당하신 온갖 모욕들을 상상의 눈으로 보라고 한다. 영신수련 안에서 이냐시오는 이렇게 상상력을 사용하여 관상할 수 있는 복음의 장면들을 많이 제시한다. 이 장면들을 고르는 데 있어서 이냐시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비유의 말씀보다는 예수님이 행동하시는 장면들을 선택한다. 이냐시오는 사람들과 교감하시는 예수님, 결정을 내리시는 예수님, 돌아다니시는 예수님, 돌보시는 예수님을 우리가 보기를 바란다. 이냐시오는 예수님에 대해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냐시오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가 예수님을 체험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감각을 채우시기를, 또한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 사업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다.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는 그분을 알아야 하며, 우리는 상상력을 사용하는 기도를 통해 그분을 알아가게 된다. 상상력을 사용하는 이냐시오식 기도가 예수님에 대하여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성경 공부나 신학적 성찰을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다. 이 기도 방식은 그리스도의 인격이 지성으로는 접할 수 없는 곳까지 뚫고 들어올 수 있게 해 준다. 예수님을 우리의 마음속에 모실 수 있게 하며, 우리의 느낌을 사로잡는다. 아낌없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을 불타오르게 한다.

상상력을 사용하는 기도는 복음 속의 예수님을 우리의 예수님이 되게 한다. 우리가 그분과 고유한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예수님의 얼굴을 보며,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방식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분께 응답하는지 알아차린다. 이렇게 상상력을 사용하는 기도를 통해 예수님을 세세하게 앎으로써 우리는 예수님을 책에 나오는 이름이나 역사적인 인물 그 이상으로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