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를 모아 보자

성고독 박두진

by 봄날들판 2021. 1. 8.

성고독

쫒겨서 벼랑에 홀로일 때, 뿌리던 눈물의 푸르름
떨리던 풀잎의 치위를 누가 알까.

땅바닥 맨발로 넌즛 돌아 수줍게 불러보는 만남의 가슴떨림
해갈의 물동이 눈길의 그 출렁임을 누가 알까.

천 명 삼천 명의 모여드는 시장끼
영혼의 그 기갈 소리 전신에 와 흐르는
어떻할까 어떻할까

빈 하늘 우러르는 홀로 그 때 쓸쓸함을 누가 알까

하고 싶은 말 너무 높은 하늘의 말 땅에서는 모르고
너무 낮춘 땅의 말도 땅의 사람 모르고
이만치에 홀로 앉아 땅에 쓰는 글씨
그 땅의 글씨 하늘의 말을 누가 알까

모닥불 저만치 제자는 배반하고
조롱의 독설 닭울음 멀어가고 군중은 더 소리치고
다만 침묵 흔들이는 안의 깊이를 누가 알까

못으로 고정시켜 몸 하나 매달기에는 너무 튼튼하지만
비틀거리며 어께에 메고 가기엔 너무 무거운

몸은 형틀에 끌려가고 형틀은 몸에 끌려가고
땅 모두 하늘 모두 친친 매달린

죄악 모두 죽음 모두
거기 매달린 나무 형틀 그 무게를 누가 알까

모두는 끝나고 패배의 마지막
태양 깨지고 산 웅웅 무너지고
강물들 역류하고 낮별의 우박오고
뒤뚱대는 지축 피흐르는 암반

마리아 그리고 막달레나 울음
모두는 돌아가고 적막.
그때 당신의 그 울음소리를 누가 알까

(박두진 작)

제임스 티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