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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콘텐츠 수다

예수회원이 쓴 책 가운데 추천 도서

by 봄날들판 2021. 5. 20.

500년 전 오늘 한 군인이 전쟁터에서 포탄에 맞았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궤적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로부터 500년이 흘렀는데 많은 사람이 그때 달라진 궤적이 미치는 잔잔한 파장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거진 500년이 지나서도 그분이 쓴 책을 읽고 또 그 책의 영향을 받은 저자들의 책을 읽고 있으니까. 또 나한테는 오래전 어느 날의 이냐시오식 관상 기도 체험이 굉장히 강렬한 느낌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그냥 한 번 그 파장 안에 있는 책 중에서 좋아하는 책을 골라 보았다. 

1.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월터 옹. 
일단 난 문과 출신이니까 이 책부터 시작해야겠다. 자.. 잠깐... 민속학 등 배울 때 추천 도서로 꼭 나오는 이 책이 예수회원과 상관이 있다고? 예수회원이 쓴 이 책은 실은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에 이미 접한 책이다. 저자 월터 옹은 미국현대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뛰어난 언어학자이다. 그리고 예수회원이기도 하다. 읽을 때 이분이 예수회원인 것도 몰랐던 것 같고, 아니 그런 내용을 읽었어도 그게 뭔 뜻인지 몰랐을 때이고. 고전연구자·신학자·매체론자·문학비평가로도 활동했으며, 마샬 맥루한의 제자라고 한다.
이 책은 번역도 잘 되었고 인사이트가 정말 뛰어난 것이 많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와, 이 책 쓴 사람 천재인가 봐... 하는 느낌이다.  책의 진가는 시대가 가도 사그라들지 않아 오늘날에도 팟캐스트, 유튜브 등 디지털 시대의 제2의 구술문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책이 되었다.
절판되었지만 <언어의 현존>도 좋은 책인데, '예수님께서 왜 2000여 전에 오셨을까'라는 질문, 왜 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딱 그때  딱 이스라엘 민족에게 오셨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풀어 가는 내용이 있는데, 내가 문과 출신 신앙인이라 그런지 그런 게 재미있었다.
   


2. 하느님과 그대, 윌리엄 A 배리 
차근차근 기도가 뭔지에 대해 하느님과 친밀해지는 것이 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영적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지도자로 오랫동안 일할 정도로 뛰어난 저자이기도 하다. 나이가 많으셔서 작년엔가 돌아가셨다. 확 끌어당기는 맛은 없어도 마치 고등학교 때 옆 짝꿍처럼 궁금해하는 거 하나씩 풀어 주는 느낌이다. 

3. 우리 시대의 유랑자 : 동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하는 영혼의 여행, 제임스 마틴 
제임스 마틴 신부님 책은 이스라엘 성지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묵상하는 <예수 여기에 그가 있었다>나 이냐시오 영성을 잘 설명해 주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 발견하기>도 좋지만 나는 한 권을 꼽으라면 이 책을 꼽고 싶다. 제임스 마틴 신부님은 설명하는 글도 잘 쓰지만 설명하지 않아도 좋은 것 같다. 누군가를 진짜로 만나려면 삶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야 하니까. 이 책은 수련자일 때 수련의 일환으로 동아프리카에 가서 난민들과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경영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서 난민들이 만든 물건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난민의 자립을 돕기도 했다. (이 판매점은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있다고 한다.) 난민들과의 만남, 또 사도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길을 더욱더 깊이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4. 러시아에서 그분과 함께, 월터 J. 취제크 
바오로딸에서 양장으로 예쁘게 나와 있다. 이 책이 처음 눈에 띈 것은 헌책방... 이상하게도 헌책방에 가면 자주 접해서 제목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무슨 책인지도 모르면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꿋꿋이 외면했는데, 하도 자주 만나니까 나중에 결국 사서 읽었다. 결론은 좋은 책임. 15년의 수감생활을 포함해 23년간 공산화된 소련에서 겪은 체험을 담은 이 책은, 러시아를 걱정하면서 러시아어를 배워서 공산화된 소련으로 들어가겠다는 용기에 놀라고, 수없는 고통 중에서도 오롯이 이겨낸 취제크 신부님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나중에 죽었다가(?) 살아서 돌아온 과정도 마치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고.  현재 미국에서는 이분에 대한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5. 영혼의 메아리, 마이클 하터 엮음
영신수련 4주간의 구성에 따라 주제별로 기도문과 묵상을 모은 모음집이다. 이냐시오 성인, 그의 동료였던 하비에르, 파브르 성인부터 현대의 아루페 총장 등까지 여러 예수회원이 쓴 글을 모았다. 좋은 기도문이 많아서 하나 곁에 두고 가끔씩 읽기에 좋은 책이다.  시라는 형식 자체가 가장 절제되고 가장... 뭐랄까... 응축해서 담아내는 것이기에. 슬플 때나 우울할 때나 기쁠 때나 어떠한 영적 상태에 있든 이 책에서 그 마음에 함께해 줄 수 있는 글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6.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사랑하는 교황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황좌에 오른 지도 8주년이 지났다. 그분도 예수회원이기는 했으니까 생각이 났는데 그분의 책에서 한 권을 꼽으라면 <찬미받으소서>를 꼽고 싶다. <찬미받으소서>를 교황님이 전부 쓴 것은 아니겠으나, 지구 공동체가 지금 맞닥뜨린 생태 문제에 대해 앞으로의 세대에, 교회에 큰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주는 책이니까.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책 <찬미받으소서> 읽으러 가기 : 개정판이 전자책으로 올라와 있음.  http://ebook.cbck.or.kr/gallery/view.asp?seq=214868


더 이어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