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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아 보자

집 밖에서

by 봄날들판 2022. 4. 29.

오늘은 뭔가 글을 올리고 싶어서... 
이메일함에 친구들에게 보내 주었던 글을 찾아보니 이 글이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글입니다. 어떤 이미지가 쉽게 그려지는 시이지요. 
지금은 부활 시기인데 글이 성탄 시기 글이라 안 어울리긴 하지만요. 


집 밖에서


그곳은 길고
먼지나는 길이었다.
가파르고 바람부는 길은
뱀처럼 꾸불꾸불
산자락을 누비고 지나가고 있다.
그들은
작고, 절박한 확신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안고서 지는 해를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하늘과 어머니인 대지는
드러나는 증거다.

기진맥진하지만
희망에 가득 차서
그들은 도시에 다다른다.
때때로 그녀의 아버지라고
착각할 수 있는 남편은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막 닫히는 문으로 달려간다.


“실례합니다.
오늘 밤을 지낼 방 하나만 빌려줄 수 있습니까?"
머리만이라도 누울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이봐, 당신 글 읽을지 몰라?
우리 집은 꽉 찼단 말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제 아내인데,
지금 막 첫 아이를 낳으려고 해서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오."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가 한 말이 맞아요."

“여보게나, 자네 귓구멍을 열어보라구.
딱 한 번만 말을 할 테니까.
우리는 방이 없단 말이야.
썩 꺼지라구!"

“네, 알았습니다.” 하는 소리가
쾅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묻혀 버린다.

그들이 묵을 곳을 찾기 위해
그는 세번째 시도를 할 것이다.
실패할 때마다
그의 아내와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태중의 생명을
돌보기가 어려워진다고 느낀다.

"이거 참 난감하네.
방이 모두 찼다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거예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내가 두려워하는 바요.
그들은 미안해하지만
방이 모두 꽉 찼소.
참 암담하오. "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실 거예요. "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이것을 믿으며
그도 조금 안심을 한다.

세번째 멈춘 곳은
암담했던 전이 두 곳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안 주인은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이해한다는 모습으로
움추린 어린 소녀를
유심히 쳐다본다.

“당신들은
뒤켠 밖에 묵을 수 있겠네요.
그곳은 넓지는 않지만,
당신의 머리를 가려 줄
지붕이 있답니다.
거기에는 깨끗한 짚이 깔려 있어요.
짐승들은 당신들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아이도 따뜻할 거예요.
나는 덮을 것과 물을 좀 가져다 드리지요.
지금 가세요.
엄마와
아기가
기다립니다." 


조용하게
어린 소녀의 얼굴은 외치고 있다. 

“내 영혼이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 미카엘 모이나한, SJ

<영혼의 메아리>(이냐시오 영성연구소) 중에서

#성탄 #묵상 #성모님과성요셉


Nativity
By Brian Kershisn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