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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과 함께하는 31일 여정 번역

제29일 : 의식 성찰과 우편함

by 봄날들판 2023. 3. 14.

제29일 : 의식 성찰과 우편함
How the Examen Made Me Smile at the Mailbox
By Gretchen Crowder

내 아들은 최근 우편함에 새롭게 빠져들었습니다. “엄마,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들이 어느 날 아주아주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우리는 편지 보내는 순서를 알아보았어요. 우선 편지를 쓰고, 그것을 봉투에 넣은 다음,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표도 잊지 말고 붙여야 한다고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아주 친한 친구를 위해 그린 그림을보여 주었고, 그 그림을 우편으로 보내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지요. 20분 안에 식구 모두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침 일과를 막 시작할 때였으니까요. 아들의 부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습니다.
대개 아들이 아침에 뭔가 부탁을 더 할 때면 저는 걱정의 회오리 바람으로 내몰립니다. 어쨌든 식구 다섯 명이 집 밖으로 다 나가야 하는데 시간이 몇 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몇 년 전에 지혜가 많은 예수회 신부님이 그러한 불안감을 억제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존 에드워즈 신부님은 몇십 년간 우리 학교에서 사목했습니다. 내가 근무하는 동안 그는 주로 영성 지도를 통해 교직원과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을 돌보았습니다. 또한 나한테는 평화와 묵상의 모범 같은 분이었지요. 출근과 퇴근 때면 매일 신부님이 학교 건물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자주 있습니다. “신부님은 걷는 동안 무엇을 하세요?” 하고 물으면 신부님은 항상 주저없이 말했지요. “기도합니다.”
신부님은 자주 제 사무실에 와서 아이들의 안부와 워킹맘으로서의 바쁜 생활에 대해 묻곤 했습니다. 내가 다른 것을 하기 어렵다면 의식 성찰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 주셨지요. 그것이 불안감을 가라앉혀 주어 이 미친 듯한 생활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요. 의식 성찰을 하겠다고 신부님에게 셀 수 없이 약속했지만 실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에드워즈 신부님을 볼 때마다 그 약속을 떠올리곤 했지요. 또 그분의 평화로운 성격을 떠올리며 의식 성찰을 하면 그분처럼 나도 평화롭고 즐겁고 현재에 머무를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에드워즈 신부님은 2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나는 그 약속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올해 새해 결심을 하면서 평소라면 살 빼기, 살을 빼거나 식사 잘하기 등을 세우겠지만 대신 매일 의식 성찰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편지를 보내 달라고 부탁한 날 아침, 나는 일주일 넘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의식 성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이 말했던 것처럼 단 일주일만 의식 성찰을 연습했는데도 조금씩 불안감이 덜해짐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더 많은 지향을 담아 움직이고 일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내 마음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담았습니다.
그날 아침, 조금 놀랍게도 나는 아들의 부탁에 자신있게 “그래!”라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들이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고 주소를 쓰고 우표 붙이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런 다음 아들과 나는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우편함으로 가서 편지봉투를 넣고 우편함 깃발을 올려 두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은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습니다. “엄마, 친구가 편지 받으면 정말 좋아할 거예요!”
그 순간 나는 어쩌면 에드워즈 신부님이 나처럼 미소 지으며 우리와 함께 우편함까지 걸어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알아듣기까지 때로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년이 걸리기는 하지만, 마침내 “예”라고 응답할 용기가 생길 때 어떤 결실을 맺는지 놀라운 마음이 듭니다.

출처 ㅣ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