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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콘텐츠 수다

눈이 오면 듣는 음악 - 바흐 콘체르토 5번 라르고 굴렌 굴드

by 봄날들판 2012. 2. 9.

 



눈이 오면 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굴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콘체르토 5번 라르고죠.

앞부분에서 피아노의 맑은 터치와 바이올린의 뜯는(?) 소리를 들으면 (첼로였던가?)

발목까지 차는 눈길을 천천히 걸어갈 때의 느낌이 떠오릅니다.

보통 걸음이면 두 박자인데,

눈에 빠진 발을 빼느라고 네 박자로 걷고 있는 느낌 말이지요.

이 곡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혼자 떠난 피정지에서 밤에 펑펑 눈이 내리고

아침에 눈쌓인 숙소 주변 산책길을 걸어다닐 때의 느낌이랄까요.

음악이 흘러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세상의 평화로움을 다 안은 듯합니다.


실제로 이 음악은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제5도살장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에

눈길을 걷는 장면에 삽입되었습니다.

굴렌 굴드가 몇 안되는 영화음악을 맡았는데, 그중의 하나죠.

드레스덴으로 기차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음악도

아주 아름답고요, 굴렌 굴드의 음악 때문이라도 꼭 추천하고픈 영화입니다.

영화의 시작, 주인공 빌리 필그램은 혼자서 오랫동안

프랑스 어느 들판의 눈길을 헤맵니다.

영화는 아주 평화롭게 시작하지만

이 눈길 장면이 끝나고 나서 희극이라고 해야 할지 비극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장면이 시작되지요.

같은 곡의 다른 연주도 들어보았지만-굴렌 굴드의 음악을 포함해서-

이만큼 고요한 눈길을 떠오르게 하는 곡은 없네요.


음악만 올리기 뭣해서 그냥 가지고 있는 그림 몇 개 모으다 보니

관계라는 주제로 성화를 모아보았습니다.

그것도 너와 나, 단 둘의 관계말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너와 나가 있지요.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그리고 다양한 관계를

한번 모아 보았습니다.

친구가 이 곡을 무척 좋아했죠. 제가 어렵사리 음반을 구해서 선물로 주자

정말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천상의 음악을 듣고 있을 친구에게

이 곡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