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24_눈먼 소(키레네 사람 시몬)
“그들은 나가다가 …… 사람을 보고”(마태 27,32)
어깨에 붉은 주름이 있는 이 거무스름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그는 예수님의 행렬과 반대 방향에서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수님과 ‘반대’였습니다. 피부의 색깔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뭐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아 한 ‘생각’의 색깔까지도요. 키레네 사람 시몬은 메시아이자 구세주이신 분과 관련된 예언적 관심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이 유다인 사건과 하느님 나라의 이야기에서 전체적으로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한테 유일한 나라는, 식탁보보다 그리 크지 않은 농장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그곳에서, 저녁이 되어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이 잔디와 그에서 불어온 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밭과 달랐습니다. 그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의 이 시간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옥수수 더미들과 함께 달 아래에 머물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한다는 이유만으로요. 저녁이 그를 무겁게 내리눌렀습니다. 비록 그곳에 시와 같은 향기도 없고 짙은 피로감이 있었지만요. 그리고 문을 밀어 열어 놓고 따뜻한 스프 그릇 앞에 앉고 싶은 갈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의 냄새를 맡고, 그한테 유일한 소유물이자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이 보낸 하루에 주는 신통하지 않은 보상인 침대의 냄새를 맡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닙니다. 여느 날과 사뭇 달랐습니다. 이 저녁의 운명은 그를, 바로 그를, 거무스름한 농부를, 아담과 마지막 날까지 이 세상에 살았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콕 집어냈습니다. 그는 가장 이름 없는 시대에 가장 이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 신비가 그로 하여금 짧은 시간 동안 그리스도의 일을 대신하는 자리가 되도록 밀어부쳤습니다.
그래서 시몬이 하루 일이 끝났으리라 희망했을 시간에 여전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노동에 삯을 받지 않고 일했습니다. 평소대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십자가 무게 아래에서 투덜댔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몰랐지만, 키레네 사람의 마음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그의 구부린 몸에, 그리고 땀이 줄줄 흐르는 목에 자비의 음모가 있었습니다.
마침내 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작업 바지에 손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렸습니다. 가 버릴 때 걸음이 더 빨라지더니 마지막에는 허겁지겁 내달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건너뛰고 휴식처로 삼은 침대에서 그는 어깨 때문에 아팠습니다. 내일부터는 집에 갈 때 다른 길로, 빙 돌아가는 먼 길로 갈 것입니다.
키레네 사람 시몬이여, 당신은 아마도 복음 전체에서 가장 외롭고 나쁘게 다루어진 형제일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친구들과 팔레스타인 군중한테는 비유와 기적과 산상수훈, 그리고 길고도 마음을 끄는 가르침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신한테는 엄청난 무시, 십자가라는 꼬리를 달고 골고타라는 땅을 쟁기로 가는 황소의 눈멈만이 있었습니다. 집에 왔을 때 당신은 여전히 놀라서 잠이 들고 나서도 두려움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깨가 여전히 욱신욱신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숭고한 특권을 지녔습니다. 그 특권은 그리스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요한 사도의 특권과 반대였지요. 그와 달리 당신의 어깨는 …….
당신의 시간이 끝났을 때, 시몬, 당신은 어떻게 죽었을까요? 당신은 몰랐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임종의 자리에서 당신은 아프리카의 우상신과 바알신에게 빌었습니다. 아니면 알렉산드로스와 루포스에게 베개를 방향을 바꾸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신비하게도 복음사가들이 당신의 그 두 아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세례나 기도 없이 당신은 하느님 나라로 곧장 들어갔습니다. 당신의 손은 비어 있었지만, 어깨에 난 그 상처가 당신이 그리스도에게서 많은 고통의 무게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니까요.
당신은 엄청난 성물을 만졌습니다. 그 작은 조각들은 흩어져서 하늘만이 그 십자가가 세상 어디에 있는지 압니다. 그것은 한 조각만 있어도 우리가 영원히 행복해질 만한 보물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감정 없이, 그것을 축복하지 않은 채, 그리고 거칠고 화가 난 손으로 그 일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십자가가 당신에게 고통을 주었지요. 그러니 오십시오. 뜻하지 않은 첫 번째 순교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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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row 도랑 에 주름살 지게 하다 밭고랑 팬 자국
extraneous 관계없는 외부로부터의 이질적인
growl 으르렁거리다 꼬르륵거리다 화난 목소리로 말하다
caryatid 여인상 기둥
enchanting 매혹적인 황홀하게 하는
brute 짐승 신체적 잔인한 엄청난 잔혹한
plough 쟁기 갈다
throbbing 두근거리는 고동치는 약동하는
sublime 숭고한 멋진
rancorous 원한이 사무친 악의 있는 원한이 있는
invoke 1. 호소하다2. 기원하다3.빌다
implore 1. 간청하다2. 애원하다3. 탄원하다
opposite number 1. 대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 2. 대등자 3. 자기 나라의 것에 대응하는 다른 나라의 사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