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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25_아침 아홉 시

by 봄날들판 2018. 5. 24.
수난 25_아침 아홉 시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마르 15,25)


이천 년 동안 그날 아침 아홉 시는 모래시계 속에 여전히 멈추어 있었습니다.

이천 년 동안 우리는 그 아홉 시를 우리의 눈길 아래, 그리고 손가락 아래 두었습니다. 캔버스에, 은에, 나무에, 나전에 새겼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날부터 그 십자가의 삼각형은 마치 달이나 깃발이나 숟가락이나 바퀴처럼 일상의 감각 속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의 집안의 배지 안에서 삽니다. 우리가 죽을 때는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보이지 않는 어떤 이가 그것을 우리 입술에 대어 줄 것입니다. 차가운 광택이 나는 그 모양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바칠 물건입니다.

그분은 늘 거의 조용함과 익숙함 속에 서 있습니다. 지금은요. 그분은 오래되고 벌거벗은 작은 사람입니다. 묵주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전나무로 만든 두꺼운 지붕 아래서 비에 젖어 색이 짙어진 채 스위스 티롤 지방의 길에서 찾을 수도 있지요. 우리는 한숨을 쉬면서 그분께 인사하고 나서 시골의 즐거움을 즐기러 몸을 틉니다.  

때로는 더 별난 공예가가 그분에게 역동성을 가미합니다. 마치 그분을 나무에서 떼어 내서 그분이 춤추게 하려는 것처럼 그분을 비틉니다. 그렇지만 못이 항상 손과 발의 세 군데를 붙잡아 두기에 그분이 다른 것이 되실 수 없습니다. 혹은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로 자유로이 모양이 변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항상 삼각형 모양입니다. 지금 예술가가 자신이 만드는 예수님에게 일그러진 입과 돌아가는 눈과 아니면 빨간 납으로 못에서 피가 흐르는 현실적인 핏방울을 만들려고 해도 그 삼각형이 움직이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와서 이것을 한 번 보세요.” 하고 기념품 판매원이 말합니다. “이것은 어떠세요? 이 기념품이 가격이 더 나가지만 이 상아색 예수님이 나름대로 아름답잖아요. 특히 배경에 쓰인 벨벳을 보세요.”

그분은 물건이 되셨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작아지게 하려 합니다. 그분을 불쌍하거나 귀하게 만들려 합니다. 그분을 금이나 빵 한 조각이 되게 하려 합니다. 그래서 사람으로서 그분이 거치신 고뇌와 죽음에서 자기 자신이 자유로워지려 하지요. 그분을 더 많이 재생산해 낼수록 우리는 그분을, 진짜 풀이 덮이고 진짜 피가 있고 진짜 시간이 흐르던 언덕 위에서 수백만 시간 전에 울린 아침 아홉 시를 더 많이 잊게 됩니다.  

작고 금속으로 만든 그 사람은 그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분은 나만큼 키가 컸고 두려움과 살 말고는 그분에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공예가들이 도구를 가지고 화강암도 있고 청동도 있고 뭐든지 물체를 깎아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잘 조각된 손을요. 그렇지만 아침 아홉 시에 골고타에 있던 공예가는 전혀 문제없이 그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을 조각했습니다. 망치로 못을 박는 데 기교를 부릴 필요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십자가상의 손과 발에서 흘러내린 피가 고랑을 이루는 데 어떤 붉은 납도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만 십자가에 충격을 가해 그분을 들어 올려서 그분이 강직성 경련에 시달리도록 거기에 내버려두는 것만으로 입과 눈이 놀랄 만큼 뒤틀어졌습니다.  

그 위에서 그 처음의 충격이 있고 나서 우리는 더 이상 그분이 입은 천이 풀어지고 괴저가 퍼지며 미칠 듯이 갈증이 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스도는 조용히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의 조용한 침착함에 우리는 그분의 온 존재가 이와 같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팔 모양이 인사와 체념 사이 중간쯤 되는 석궁의 모양 같다고, 공중에 들어 올려진 그분의 모습이 보잘것없는 애벌레에서 잠자리로 변할 때의 사람의 명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은 그것이 필요로 하는 평화로 돌아갔습니다. 그분은 그것을 대성당의 큰 오르간으로 만들려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돼지 떼에서 마른 빵에서 창녀와 죽은 이들한테서 음악을 발견해 내셨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 언덕의 침묵으로, 음탕함과 지겨움으로, 벌레 먹은 나인과 예리코, 카파르나움과 베타니아 같은 그런 마을의 연기로 돌아가는 편을 좋아했습니다. 당신은 그분의 음악을 잠재우기 위해 그분의 손에 두 못을 넣었습니다.

나는 적어도 잠깐만이라도 성인이 되고 싶습니다. 성인은 이 오래된 삼각형 앞에서 환시에 빠져든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성인과 죽음. 그분의 마지막 숨을 그리는 것. 작은 사람이 그분을 그분이 갇힌 얼음에서 풀려나게 했고, 은을 부렸으며 아홉 시의 신비를 털어놓았습니다.

* 단어 찾기

triangle 삼각형  

haze 안개 먼지 혼탁 괴롭히다 흐릿해지다  

familiarity 친밀함 잘 알고 있음

tyrolese 티롤의 티롤 사람

artificer 고안자 기술자 계획자

pathetic 불쌍한 한심한 슬픈

lechery 호색 음탕한 행위 음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