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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람과의 만남 01_니코데모―“어떻게”

by 봄날들판 2018. 8. 20.

사람과의 만남 01_니코데모어떻게

바리사이 가운데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다. 그 사람이 밤에 예수님께 와서 말하였다…….(요한 3,1-2)

 

이 사람이 나입니다. 복음이라는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가운데, 이 사람이 나인 것 같습니다.(세리, 창녀, 나병 환자한테서 나를 발견할 때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니코데모 박사, 그는 성격이 급한 지식인이어서 밤에 예수님께 와서 말한사람입니다.

나는 밤중에 가곤 했습니다. 그것도 자주요. 내가 막 지나온 낮 때문에 진저리가 나고 생각나는 이가 걱정되어 잠이 통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해 주려고 학비를 내 주신 나의 부모님, 그분들로부터 내게 전해진 학문적 지식과 두뇌가 그 어떤 죄보다도 내 마음을 내리 누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그분에게 갑니다. 일어날 필요조차 없습니다. 어둠 속에 누워 눈을 뜬 채 그분에게 조릅니다. 이것은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께 도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분이 엮이게 해서 내가 겪는 미신적인 무신론자의 극적 상황 때문에 그분이 넘어지게 되기를 남모르게 바라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은 나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답을 달라는 호소입니다. 칠판 위로 몸을 굽혀 그것을 단단하고 둥근 분필로 덮을 정도로 하느님이 계시다고, 그분이 성부의 아드님이고, 내가 행복하고 오랫동안 살다가 낙원에 들어가리라고 나한테 증명해 달라는 간청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내가 속한 문화라는 비틀린 피라미드 위에 형이상학적 확신이라는 도장을 찍어 주셔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밤입니다. 우리를 보는 이도, 우리가 나누는 말을 듣는 이도 하나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점잖게, 어쩌면 나는 그분으로부터 이 특권을 얻어내서 그분이 조금 설명하시게 할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 바른 분위기를 얻을 수 있으면 시간과 두 사람만의 대화로 마법적 묵인을 얻어 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일종의 동료입니다. docti sumus.

니코데모는 일대일 레슨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바로 그것을 원합니다. 두 사람의 눈이 만나는 것을요. 등이 굽은 어부들이나 카파르나움 뒷골목의 창녀들 사이에, 아니면 호숫가에서나, 발에 피가 흐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흘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지낸 사막에서 많은 사람 사이에 있는 그런 것 말고요. 그분을 보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고 자캐오처럼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도 말고요. 아니요,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음에 처하게 했는데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과 섞여 있는 것은 여러 위험도 있고 해서 더 나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니코데모가 예수님을 만나러 갔고 예수님께서 그를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가는데, 그분이 나에게도 문을 열어 주시고 자리를 권하십니다. ‘어떻게?’라고 유다인 박사가 그분께 여쭈었습니다. 나 역시 어떻게?’ 하고 여쭙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지요?’ 니코데모와 내가 우물우물 물었습니다. 이제 그분이 나의 학자적 지위를 아주 정중히 대해 주시고는 말씀하십니다. “너는 이스라엘의 스승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느냐?” 니코데모와 나는, 그분의 아이러니를 참아내려 애쓰면서 말합니다. ‘제가 그런 것은 잊어 주십시오. …… 어떻게가능한지 우리한테 끝으로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세요.’

큰 시계, 작은 시계, 시계들이 똑딱똑딱 하면서 밤의 시간을 잘게 부수었습니다.(분명히 낮의 시간과 똑같은데도 아주 달랐습니다.) 집 안에서 시계는 벽돌들과 가구들과 함께,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존의 고뇌로 이유도 모른 채 고통받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 서재에 있는 오래된 안락의자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세상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는데, 하물며 하늘 일을 말하면 어찌 믿겠느냐?” 이번에도 역시, 그분의 말씀이 내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문하는 이가 그분이었습니다. 이에 내가 말합니다. “세상적인 것과 천상적인 것 사이의 그런 차이들은 제쳐 두십시오. 그리고 천국과 세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저 자신에 관해, 기본적으로 그런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저 자신에 대해 제게 말해 주십시오. 저는 다만 두렵습니다. 죽는 것이 아주 그리고 계속해서 두렵습니다.”

너무나.’

‘‘너무나라니, 무슨 의미신가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내가 일어납니다. 그것도 전과 다름없습니다. 누구의 집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분이 나의 집에 오신 건지, 내가 그분의 집으로 가서 노크를 한 건지요. 어찌되었든 어느 편이든 마찬가지지요.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야기한 때가 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니코데모처럼 내가 몇 번인지 모를 만큼 그분을 만나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소득이 없는 방문을 했던 집에서 떠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시골 길의 어둠 속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도 나는 기분이 더 좋습니다.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창피하기는 하지만 행복합니다. 어쩌면 새벽이 오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둠은, 적어도 영원한 어둠은 옅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이 헤어질 때 하신 말씀을 떠올립니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완전히 악하지는 않은가 봅니다. 나는 새벽을 사랑하고 지금도 위안을 얻습니다. 크게 패배를 하고서는 한숨도 자지 못한 이의 찝찔한 소금기를 입에서 느끼기는 하지만요. 나는 다만 니코데모입니다.

 

* 단어 찾기

topple 1.앞으로 꼬꾸라지다 2.쓰러지다 3. 쓰러뜨리다

tangle 1.엉키다 2.걸리다 3.연루되다 4.옥신각신하다

metaphysical 1.형이상학의 2.극히 추상적인 3.난해한

tortuous 1.구불구불한 2.비비 꼬인 3.비틀린

superstitious 미신적인

atheist 1.무신론자 2.무신앙자

entreaty 1.간청 2.탄원 3.애원

petulant 까다로운 성마른 성미 급한

wring 비틀다 쥐어짜다 억지로 끌어내다 움켜쥐다

connivance  (못마땅함방조, 묵인

favour 1.찬성하다 2.주다 3.부탁 4.유리하다 5.유리

favoured 특혜를 받는

tete a tete 1. 사람만의 2.얼굴을 맞댄 3.얼굴을 맞대고

basically 1. 기본적으로2. 다시 말하면3. 근본적으로4. 원래

mumble 1.중얼거리다 2.중얼중얼 말하다 3.중얼거림

distinction 1.구별 2.차이 3.차별 4.영예

catch out 1.간파 2.기대에 어긋남 3.만나다

nth (비격식몇 번째인지도 모를 정도의

couldn't care less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