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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예수님의 기적 24_얼굴을 마주하고

by 봄날들판 2019. 4. 13.

예수님의 기적 24_얼굴을 마주하고

 

예수님께서 건너편 가다라인들의 지방에 이르셨을 때, 마귀 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나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마태 8,28)

 

우리는 한 숨도 잠을 자지 않습니다. 밤이면 우뚝 솟은 험한 바위 위에서 몸을 기울여 계곡의 어두운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몸이 역겹고 둥지에서 잡은 부엉이에게 먹이를 줍니다. 우리는 목소리가 자칼의 그것과 같아서 마을 아이들이 침대보를 덮고 깨어 누워 있을 때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낮에는 무덤 주위를 휘젓고 다니면서 뼈 사이를 샅샅이 뒤지고 해골에서 나온 썩은 물을 마십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해골의 회색빛 빛깔을 띱니다.

당신네 사람들은 죽음에서 도망쳐, 해질 무렵이면 공동묘지에 넓은 잠자리를 차립니다. 당신은 죽은 쥐를 아주 무서워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이들 불쌍한 유골들과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한테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을 증오합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뼈조각이 모인 상자처럼 되면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당신이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당신의 재가 하느님을 잃었다고 외칠 때까지, 우리는 사라져 버리는 물질의 될 당신의 운명을 지켜볼 것입니다.

저기 검은 황소가 질주하며 돌격하네요. 우리 어머니가 그 소의 뿔에 묶여 있습니다. “엄마 …….” 아닙니다. 우리한테는 어머니가 없습니다. 황소가 자기 몸을 일부러 바위에 부딪치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죽게 했습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

우리가 자신을 사람으로 가장해서 이곳에 왔듯이, 당신도 이곳에 사람으로 가장해서 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가 오랫동안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 인간 나비들의 영원한 삶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당신과 우리만이 영원함이 무슨 뜻인지 알 뿐, 그들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기울인 노력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한 줌 먼지로 끝나고 만다고 사기를 칠 때에만 그들에게 미끼를 던질 수 있습니다. 반면 당신의 말씀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당신은 그들이 자신의 고뇌로 들어갈 때에 울리는 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화해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합니까? 오 빛이여, 오 생명이여, 우리를 만져 주시어 우리 역시 자유로워지게 해 주십시오.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악을 빼 주십시오. 우리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

그렇지만 당신은 오로지 우리를 던져 버릴 생각으로 오셨고 우리는 반드시 복종해야만 합니다. 집이 없으면 무섭습니다. 낮게 뜬 구름처럼 악이 공기 속에 터트려져 있으면, 머무를 곳이 없는 우주에서 떠다니면 무섭습니다. 우리를 단죄하실 때, 당신은 몸의 따뜻함을 잃은 채 공중을 헤매는 것이 얼마나 고문이 되는지 알았습니다.

적어도 우리를 저 돼지 안으로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부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이고 그들의 뻣뻣한 털 아래 있으면 우리는 그분의 나라의 따뜻함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마귀들이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가 모두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천 마리 돼지가 앞을 다투어 물에 빠지는 이 일화가 나오는 복음에는 특별한 수수께끼가 울려 퍼집니다. 저기 그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서 갑니다. 사탄의 동료들이 아주 모질어서, 사탄에게 넘어가느니 죽음을 택하는 짐승이라는 역설입니다. 오로지 사람만이 그것을 참고 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 인간 떼가 달려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바다가 없는 것일까요?

 

“그러자 온 고을 주민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나왔다. 그들은 그분을 보고 저희 고장에서 떠나가 주십사고 청하였다.”

그런 충돌과 파괴가 있고 나서 온 고을 주민들에게 지쳐 버린 두려움이 내려앉았습니다.

주님, 떠나 주십시오.……무서움에 떠는 그림자들로 작아져, 고을 주민들이 이것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해하려고 해 보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돈 가치가 있는 것이 호수에 떠 있는 이천 마리 돼지 떼였습니다. 그들한테 유일한 부의 원천이었는데 이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전부라야 대단한 일이나 기적이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잠을 잘 수 있는 마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