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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예수님의 기적 22_약속을 놓친 이유(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 주시다)

by 봄날들판 2019. 3. 21.

예수님의 기적 22_약속을 놓친 이유(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 주시다)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루카 17,17)

 

예수님께서 치유받은 나병 환자 가운데 유일하게 약속을 지킨 이 사람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그 사람은 대답이 없었습니다. 혼란한 채 그분의 발치에 엎드려 떨었고 한 사람이라는 것이 마치 옷을 모두 벗은 것인 양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주님,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그 열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자였습니다. 나병 환자는 이름도 없을뿐더러, 당신이 나병을 낫게 해 주셨으니 제가 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바다에 다시 던져진 물고기처럼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행복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 버렸습니다.”

……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그리스도께서 기다리셨습니다. 이번에는 기다리기로 마음먹으신 듯 그 침묵이 끈질겨 보였습니다.

그곳 광장에 복음에서 가장 긴 멈춤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열 사람이 병이 낫지 않았습니까? 다른 이들도 분명 마찬가지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들이 약속을 놓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가장 기다리던 것이었으니까요.

침묵이 왜 그리 끝이 나지 않았습니까? 수님께서 약속에 빠진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외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각 사람에게 너는 어디에 있느냐?” 하고 거듭 묻고 계셨습니다.

 

술꾼들 : 우리는 여관에 있습니다. 나병을 낫게 해 주신 예언자가 만수무강하시기를 빌며 꿀을 넣은 무화과주를 마시는 중입니다. 얼굴이 완전히 달라지고 여관의 조명이 어두워서 서로 알아보기 어렵긴 했습니다만, 그런데도 우리 세 사람이 우연히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여관에서 마셔 댄 모든 술에 혀가 풀렸지만, 우리는 놀라운 동료애를 발견하고서는 서로 포옹하면서 술을 더 가져오라고 시켰지요. 그리고 노래도 부르며 흥청망청 놀았습니다. 주님,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저희가 당신께 가야 한다고요? , 그렇지만 다리가 비틀거리고 귀가 윙윙거려서 오늘 아침에 당신이, 끄억,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절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은, 끄억, 아브라함에 맹세코 정말 놀라우신 분입니다! 여기 술이 조금 있습니다. 주님, 당신의 건강과 우리의 건강을 빌며, 끄억, 술을 마시겠습니다.

호색꾼 : 저는 이곳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있습니다. 몸이 넝마 밑에 있던 날만큼이나 부드러우며, 입에서 깨끗한 냄새가 나고 전에 갈라져 있던 부위가 둥글둥글한데다, 딱지투성이였던 손에 갑자기 손가락이 돋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자마자 제가 알던 집으로 달려갔지요.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주먹으로 문을 두들겨 대며 여자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그 집에 전의 여자 말고 다른 여자가 살고 있더군요. 그래서 여자가 문을 열고 나를 들여보내 준다면 그녀한테 많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나를 모르고 내가 넝마를 쓰고 있었거든요. 나는 여자의 따뜻한 가슴에 손을 밀어 넣고 머리카락을 잘근 깨물었습니다. 나병을 앓던 어두운 세월 내내 고통의 감옥인 그곳에서 저는 그 느낌을 생각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길거리에 머리를 숙인 채,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무서워하며 도망가는 모든 여인들의 발목을 썩은 눈으로 뒤쫓았습니다. 이제 한 여인이 알로에를 태우면서 방을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곧 돌아와 내 옆에 섬처럼 아름답게 누울 테지요. 혈관 속 내 피는 꿀로 변할 테고요. 주님, 당신이 저를 부르고 계시지만, 그녀의 머리카락 단 한 올이 백 겹의 사슬보다 더 강하게 나를 포로로 사로잡을 것입니다. 주님, 어쨌든요, 당신이 저에게 입과 손과 몸을 되돌려주셨는데, 그것을 이것 말고 어디다 쓰겠습니까?

도둑 : 이 덤불은 숨기에 편한 장소입니다. 멀리서 땅주인의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고 그가 언제 떠나는지도 보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그의 습관을 잘 알지요. 나병에 걸리기 몇 년 전에 그들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는 습관을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분명 곧 집을 나가서 자기 농장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 저주받은 무기력증을 앓던 내내 나는 이 순간을 계속 생각하며 확실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품에 있는 돈이 분명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입니다. 개는 내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지가 민첩하고 손가락이 재빠르니까 한 번에 뛰어서 안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사업가 : 나의 좋은 친구여, 이 황소는 은화 20냥 이상은 값어치가 없습니다. 소가 등이 얼마나 내려앉고 목이 얼마나 짧은지 직접 보시오. 20냥에서 한 푼도 더는 안 되오. 내 제안에 소작농이 22냥을 내겠지만, 내가 겨우 2냥을 이익으로 얻을 것으로 기대하오? 좋소. 그렇다면 21냥이오. 그리고 모세가 내게 나병을 내리더라도 가격을 더 좋게 쳐 줄 수가 없소. 예언자의 이름으로 맹세하건대, 나일 강에서 온 황소일지라도 값을 더 쳐 주지 않을 것이오. , 당신은 돼지처럼 머리가 얼마나 나쁘오? 당신 때문에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잖소. 여기 보시오, 친구여. 외국에서 온 라삐가 나를 기다리오. 그와 만나기로 약속했단 말이오. 그리고 바로 오늘 아침에 그가 나한테 한 냥도 요구하지 않고 좋은 거래를 해 주었소. 알겠소. 당신은 아브라함의 고집 센 후손이로군. 내가 22냥을 주겠소. 그것으로도 안 된단 말이오? 내 말을 좀 들어 보시오. ……

오만한 사람 : 당신이 나를 부르고 있는데,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 그것이 제 이름 맞긴 하오. 하지만 법의 박사라는 내 타이틀하고 내가 물려받은 고귀한 혈통을 덧붙이는 일을 당신이 깜빡 잊은 것 같구려. 나는 이 시간에 집과 하인들과 제자들을 두고 떠나 밖으로 나가지 않을 테요. 나를 보고 싶거나 부탁할 것이 있거나 또는 이익이 필요하거든 나의 서기관한테 가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하겠지요. 이곳 나의 자택으로 오면 됩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 누구나 내 집이 어디인지 알아요. 나는 밖으로 직접 나가지는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유리한 점 덕분에 나한테는 결코 아무도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잘 잊는 사람 : 저는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걸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이 언덕 꼭대기에 제가 있더군요. 공기가 얼마나 신선하든지요! 길에서 등에 건초를 지고 염소 한두 마리, 양치기 개 한 마리와 가는 남자와 여자를 만났습니다. 어제는 짐승마저도 저를 보고 무서워 도망쳤는데 반면에 오늘 동물도 정말 얌전히 있으면서 나한테 다가오고 사람들도 역시 내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저는 이 건초 더미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올리브 나무 모양으로 된 구름을 잠깐 올려다보다가 선뜻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제가 여전히 나병 환자였어요. 아마 건초가 제 피부를 건드리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잠깐 깨어났다가 얼굴과 손을 만져 보며 느끼고 나서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애인 : 주님, 당신과 한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아픕니다. 그녀가 내게 입맞춤하자마자 곧장, 당신이 가져가셨던 나병에 다시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살던 나병 환자의 굴에서 살려고 돌아왔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우물가에 있던 그날 그녀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가 양동이 위로 몸을 굽혀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제가 딴마음을 먹고 그녀의 목에 입맞춤을 했지요. 그녀는 나의 병을 전혀 몰랐고 내 몸에 난 그것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도 내게 되돌려 입맞춤했고 와서 나랑 살다가 병이 옮았습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사랑이 고통과 더불어 자랐습니다. 주님, 저는 부끄럽지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열 사람 가운데 있은 것은 다만 우연히 그런 것이고 잠깐 동안 저 역시 병이 나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렇지만 당신 손이 제게 닿던 순간 제가 그녀를 잃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몸을 돌려 그녀에게 달려갔고, 예전에 내가 우물가에서 그녀에게 입맞춤했던 것처럼 내게 입맞춤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나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제게 기적을 헛되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과 한 약속으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열 번째 나병 환자가 여전히 땅바닥에 입술을 댄 채 그곳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다른 나병 환자는 세상에서 분주히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그분께서 치유해 주시자마자 우리는 예전의 삶이 중단된 바로 그 지점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다시 삶을 시작했습니다.

십 분의 일, 이것이 저희의 비율입니다. 주님, 저희한테 기적을 허투루 낭비하지 마소서.

 


# 루이지 산투치의 <예수님을 만나다Meeting Jesus> 번역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