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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아 보자

성탄에 읽는 시 - 성탄 전야

by 봄날들판 2020. 12. 24.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님이라고, 이름 보면 알듯이 일본 신부님인데, 책을 몇 권 썼는데 좋은 작가이다. 뭔가 어렵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옆나라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감성이 맞는 것도 있고 그랬다. 책 중에 <괜찮아>라는 시집이 있는데 예전에 무척 좋아했지. 성탄 전야에는 무슨 시를 읽을까 생각하다가, 이 시가 떠올라서 옮긴다. 평소라면 이 시간은 24일 오후 6시 20분이면 저녁을 먹고 성당을 향해 가기 시작해야 하는 시간인데, 올해는 다르니깐...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

 

성탄 전야에는 온화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언제나 화만 내고

심술궂고 냉정했기에

오늘 밤만큼은 미소를 짓고 따뜻한 말을 하며 지내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고 싶다.

언제나 나의 일만 생각했다.

머무를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 밤만큼은 그를 위해 뭔가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선물을 보내고 싶다.

늘 무엇 하나 제대로 못하지만

소중한 당신에 대한 사랑을

오늘 밤만큼은 더할 나위 없는 고마움을 담아 보내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천사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다.

언제나 자신을 책망해 왔지만

살아갈 힘을 달라고

오늘 밤만큼은 이 별에 태어난 것이 좋았다고

노래하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싶다.

언제나 나만이 올바르다며

상대를 비난해 왔다.

오늘 밤만큼은 미안하다고, 나도 잘못한 것이 많다며 용서하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치유의 힘을 믿고 싶다.

언제나 포기하며 살아왔다.

언젠가는 미소 지을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오늘 밤만큼은 힘들어도 힘차게 살아갈 수 있음을

믿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편안히 잠들고 싶다.

언제나 내일을 걱정하고

지나간 날을

후회했다.

오늘 밤만큼은 평화로운 구유에서 푹 잠들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천국의 꿈을 꾸고 싶다.

언제나 세상일만 생각하다

천상 아버지의 마음을 잊어 왔다.

오늘 밤만큼은 순진한 아이로 되돌아가 꿈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