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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아 보자

눈온 날 읽는 시, '첫눈'

by 봄날들판 2021. 1. 5.

어제 늦은 시간에 눈 왔다고 하던데 
올해는 아직 눈이 오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네요.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님의 
괜찮아라는 시집에서 첫눈이라는 시예요.

......
금세 차도도 인도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온 길도
모두
새하얀 눈에 덮여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나
물어볼 여유조차 없었던 하루의 끝자락
내 마음에 내리는 위로!
연약한 나뭇가지에 얽힌 희미한 기억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순백의 가루가 내려 쌓인다.
저녁 무렵 세계는 검푸른 색으로 바뀌고
그때 모든 이가
따뜻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그곳은 어릴 적
태어나 처음으로 눈이 온 날
아버지와 함께 온 힘을 다해 밤늦게까지 만들던
눈집 같은 곳!
차가운 어둠이 떠오르던
어렴풋이 붉은 곳
분명 그곳에서
차디찬 작은 손에
잊을 수 없는 따뜻한 손이 건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