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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화+콘텐츠 수다

울고 싶을 때 읽는 신앙 서적

by 봄날들판 2012. 12. 31.

울고 싶을 때 읽는 신앙 서적

가끔 살다 보면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또 울어야 할 때가 있다.

근데 눈물샘이 말라 버린 건지 잘 그러지는 않는다.

가끔 살다 보면 책을 읽고서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다.

근데 이 경우에는... 내 맘대로 책을 한번 뽑아보았다.

신앙인의 눈물은,, 뭐랄까,, 그냥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데 슬프고, 거룩한데 가슴 아프고, 그런 눈물이었으면 좋겠다.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령있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이 책의 줄거리를 정말 쏙 들어오게 정리해 보려고 여기저기 찾아본 적이 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줄거리가 중요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만나는 것은, 어느 시골 사제가 대화를 나누는 두 그룹의 사람들이다. 그를 이해하고, 그가 이끌려는 세상으로 선뜻 발걸음을 옮기려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행복하기 그지없다. 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함께 공감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그룹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오해받고 그가 하는 말이 허공에서 아무런 울림도 얻지 못하고 허무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책이 읽기 지겹다고 건성건성 건너뛴다면, 인상 깊은 맨마지막 장면이 그다지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은총이지 않은가!”라는 마지막 말에 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음사에서 몇 년 전 새로 나온 책이 번역이 아주 좋다.

 

하느님으로부터의 허기

예수회 김상용 신부님의 묵상시집이다. 책을 사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래리 신부님이라는 시를 펼쳤다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시어 안에 조심스레 감추어둔 상황들, 거기 놓인 마음들이 조금씩 선명해질수록, 사제직에 대해서 또는 한 인간의 슬픈 운명에 대해서 머리를 치는 듯한 통찰과 아픔이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이 참 잘 살려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를 내 보고 무진장 애도 쓰지만, 삶이 그리 쉽게 흘러 가지 않고, 그걸 또 우리 인간은 어찌어찌 헤쳐 나가야 하고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또 맨 처음 시도 무척 다가오는데,, 시가 맨 처음 읽을 때는 평범하고 같은 내용 반복인 것처럼 보인다. 어느날 무심히 읽는데, 시구가 반복될 때마다 갑자기 글자가 커져(?) 보였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똑같은 느낌을 곱씹다 보면 갑자기 와락 하고 마음에 뭔가가 밀려들 때가... 이 시는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듯하다.

 

사형수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대부분,, 삶의 진짜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의 저기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이고 하루하루 죽음을 대면하는 사람들이다. 십자가의 길 묵상에서,,, 그들은 악몽을 시달리고, 지은 죄가 부끄러워 얼굴을 감추고, 옛날의 가슴 쓰라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 그들은,,, 부끄러워도 조심스럽게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어쩔 줄 모르고 부끄러워하고,,, 악몽에 시달려도 잠시 가위에 눌리며 시달리는 게 아니라 아악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다. 묵상에 잠시 머무르며 내 앞에 거친 회색 벽이 있다고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거기 밑에까지 어깨를 구부리시며 쭈욱 팔을 뻗어 주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다. 

 

최양업 신부 서간집

하느님의 종 최양업 신부는 땀의 순교자로 유명하다. 김대건 신부님보다 한 해 늦게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병오박해가 끝나고 나서 입국하여 서양 선교사들이 가기 어려운 오지나 산골을 걷고 또 걸으며 숨어 사는 신자들을 만난 선교사셨다. 그분의 편지를 모아둔 서간집이 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죽림굴에서 보낸 편지이다.

자신과 신자들이 처한 불쌍한 처지,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이르러 신부님은 스승에게 닿을지조차 알 수 없으면서도 절절한 마음을 편지에 적는다. (물론 한자로 적은 것이 아니라 라틴어(!)로 적으셨다. 이 책은 라틴어 편지의 번역본이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하직 인사가 될 듯합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지 계속 추적하는 포졸들의 포위망을 빠져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없습니다.”(1860. 9. 3. 죽림굴) 이분이 이렇게 몰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잠시 숙연해진다. 조용하고 한적한 어느 성지 나무 아래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분이 끝끝내 그렇게 지친 몸으로 온 산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것이 무엇일까, 마음이 먹먹해진다.

최양업 신부님은 죽림굴에서는 무사히 잘 빠져나오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과로로 어느 산길 주막에서 돌아가셨다.

 

나가사키의 노래

일본의 평화운동가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책이다. 방사능을 연구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그는 가족을 부양하려고 그래도 연구소에 출근한다. 1945년 어느 날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아픈 그는 살고 그를 뒷바라지하던 아내는 한 줌 재와 타다 만 묵주알로 남았다. 희망인 아이들은 다행히 할머니댁에 있어서 무사히 살아 남았다.

그는 이런 상황을 분노하지도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서 감정을 발산하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그런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현실은 정말로 너덜너덜한데, 그 와중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마지막을 평화를 위해서 살다간 그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힘겨운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남기는 편지나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말할 때면 예의 그 조용조용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생생한 마음 때문에 절절하게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이제 그가 겪은 방사능의 위험성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반지의 비밀 (캐드펠 시리즈)

이건 딱히 신앙서적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아니고 대중적인 추리소설이다.

앨리스 피터스가 작가로, 12세기 영국에서 스테판 왕과 모드 왕후의 왕권 쟁탈이 한창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시즈루베리라는 지역에 있는 한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주인공이다. 19편에 달하는 시리즈 가운데 이 작품에서는 범죄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귀족 출신이었으나 십자가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은 뒤, 십수년 동안 그를 기다린 약혼녀와 파혼하고 베네딕도회에 입회한 휴밀리스 수사와 아픈 그의 옆에서 3년 동안 보좌한 벙어리 피델리스 수사가 머나먼 여정을 떠나기 앞서 휴밀리스 수사의 고향집 마당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가슴 뭉클함과 함께 눈물을 짓게 한다.

이상 캐드펠 수사 시리즈와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팬이.... ^^*

 

 

 


반지의 비밀 (캐드펠시리즈 11)

저자
엘리스 피터스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00-01-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역사와 추리가 조화된 추리소설 시리즈 11번째권. 파혼을 당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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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저자
사형수 5인 지음
출판사
가톨릭출판사 | 2012-12-08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5명의 사형수가 전하는 참회와 속죄의 고백 『사형수와 함께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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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다음번에는 웃고 싶을 때 읽는 신앙 서적이라는 주제의 글도 써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