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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기적: <예수님을 만나다> 번역

사순 묵상] 수난 34_그림자와 향기(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묻다)  

by 봄날들판 2018. 5. 24.
수난 34_그림자와 향기(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 무덤에 묻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요한 19,34)


이제 살아 있는 이들이 유령이 될 차례였습니다. 그분이 다시 되살아나실 때까지는 그러했습니다. 십자가 주위에서,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경계에서 그들이 취한 행동은 유령의 행동이었습니다. 라임색 벽에 비춘 소리 없고 몸이 없는 환영이었습니다. 마지막 빛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질 것들이었지요. 진짜 몸과 현실은 그 하얀 시체였습니다. 세상의 진짜 지배자는 피가 하나도 없는 저분이었습니다. 저녁에 나타난 첫 별의 숨결에 얼어붙고 밤의 이슬에 가려진, 움직임 없는 임금이었습니다.  

그분의 옆구리를 찔러 피와 물이 마지막으로 흐르게 한 병사는 유령이었습니다. 그의 창도 유령과 같았고 그의 무자비함 역시 유령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그분의 친구들이라는 유령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말입니다. 그들은 곧 등을 돌릴 것입니다. 날이 추웠고 집이 죽은 이보다 덜 추웠으니 도시의 연기 나는 굴뚝은 마리아 막달레나마저 살로메마저 그리고 야고보의 어머니마저 삼킬 것입니다. 저항할 수 없을 만큼요. 그곳에는 십자가를 모든 이가 무서워하느라 누구도 거기에 가까이 가지 못해서 십자가 둘레의 공간이 더 넓어졌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짧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에게 남은 것은 그분의 십자가 옆에 매달린 다른 두 친구였습니다. 묘지가 비워졌을 때 그분이 새롭게 도착하면서 그분의 이웃 묘지의 침묵에 그분 자신의 영원한 침묵이 합해지도록 남겨졌습니다.

유령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얼굴만 유령인 것이 아니라 한숨과 슬픔도 유령이었습니다. 그 활기 없는 유령 속에 온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최고의 모습이 되게 하려는, 계속되려는 마음과 사랑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라는 유령이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감히 빌라도에게 “당당히 들어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곳에는 또한 니코데모라는 유령이 있었습니다. 그는 남모르게 예수님을 만나러 온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한밤의 가르침에 대한 값으로 수백 리라와 함께 앞으로 나선 이였습니다. …… 그곳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유령들은 십자가에서 못을 빼내고 그 돌아가신 분을 들러올리고 사다리 아래로 내리면서도 엄청나게 부드럽게 그 일을 했는데 어디서 그럴 힘을 찾았을까요? 아리마태아의 요셉(그리스도의 생명이 없는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서 그분을 십자가에서 내려와 모신 것보다 더 큰 일을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은 그 힘을 눈물이 뒤섞인 비밀스런 기쁨에서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빌라도가 “내주라고 명령”했을 때, 빌라도가 그분을 요셉에게 주어 예수님이 그의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선한 부자는 가까운 정원에 있는 그의 새 무덤을 그리스도께서 쓰시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어디에 묻힐지 생각을 하지 않고서요. 그의 흰 손은 자신의 친구를 무덤에 눕히는 일을 떠맡았습니다. 그분을 위해 가져온 천으로 그분을 싸고, 아마포와 향유로 그분을 묶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손길들도 예수님을 위해 일하고 있었습니다. “여자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 끝났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그곳에는 낭자한 피와 못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저들 유령과 모든 것에 스며드는 저 강한 향기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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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vade 널리 퍼지다  에 스며들다 고루 미치다

confine 국한하다 가두다 제한하다 경계 한계 범위 변경 국경

irresistibly 저항 못할 정도로 꼼짝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