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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서의 언어 : 신성(神聖)과 세속 - 언어학자 월터 옹

by 봄날들판 2018. 5. 25.

역사로서의 언어 : 신성(神聖)과 세속

 

<언어의 현존>(The Presence of the Word, 월터 옹 지음, 탐구당, 1991) 중에서

 

언어와 역사의 내면화

구어(口語)의 변용과 변용의 일부 결과들을 간략히 개관하였다. 이것은 원래 구어였던 것의 역사가 단지 시간의 중립(中立) 분야에 펼쳐진 사건의 연쇄, 일련의 현상으로 간주할 수 없고 오히려 인간정신의 어렵고 흔히 외상적(外傷的)인 재정위(再定位)의 연속으로 보아야 함을 분명하게 만든다. 언어가 음향에서 공간으로 이행하고음향에서 완전히 떠나지는 않지만다시 새로운 방법인 전파(電波)에 의해 음향으로 재구성됨에 따라 감각체계는 재조직되고 주위의 물질계와 동료인간과 자신의 사고(思考)와 자신에 대한 인간의 연관성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다.

언어의 변용은 세계 내의 인간상황 전체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역사의 근저에 놓여 있는 해묵은 질문, 세계에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가?” “인간실존의 사건의 연속은 무엇에 관한 것인가?”에 아직은 단지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해답을 제시한다. 과거의 사가(史家)들이 이러한 질문에 제공한 해답은 외부적 사건의 연속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고대(古代)에서 18세기를 거치기까지 세속사(世俗史)는 종교사(宗敎史)에서 구분되는 한 주로 정치사, 외부적으로 구성된 영역의 사건의 이야기로 간주되었다. 종교적 경향의 사가 사이에도 기독교 구제사(救濟史)가 세속사로부터 구별되거나아우구스티누스의 <신의 도시>(City of God)의 경우세속사와 혼합되는 한조킴 드 플로리스(Joachim de Floris)의 경우세속사는 주로 널리 알려진 외부적 사건으로 구성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지암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 1688-1744)의 시대에 와서는 역사적 정신이 괄목할 데카르트적 내면성(內面性)을 띠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