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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35

사순 묵상] 수난 25_아침 아홉 시 수난 25_아침 아홉 시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다.”(마르 15,25) 이천 년 동안 그날 아침 아홉 시는 모래시계 속에 여전히 멈추어 있었습니다. 이천 년 동안 우리는 그 아홉 시를 우리의 눈길 아래, 그리고 손가락 아래 두었습니다. 캔버스에, 은에, 나무에, 나전에 새겼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날부터 그 십자가의 삼각형은 마치 달이나 깃발이나 숟가락이나 바퀴처럼 일상의 감각 속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이의 집안의 배지 안에서 삽니다. 우리가 죽을 때는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보이지 않는 어떤 이가 그것을 우리 입술에 대어 줄 것입니다. 차가운 광택이 나는 그 모양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사랑을 바칠 물건입니다. 그분은 늘 거의 조용함과 익숙함 속에 서 있습니다. 지금은.. 2018. 5. 24.
사순 묵상] 수난 24_눈먼 소(키레네 사람 시몬) 수난 24_눈먼 소(키레네 사람 시몬) “그들은 나가다가 …… 사람을 보고”(마태 27,32) 어깨에 붉은 주름이 있는 이 거무스름한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그는 예수님의 행렬과 반대 방향에서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수님과 ‘반대’였습니다. 피부의 색깔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뭐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아 한 ‘생각’의 색깔까지도요. 키레네 사람 시몬은 메시아이자 구세주이신 분과 관련된 예언적 관심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이 유다인 사건과 하느님 나라의 이야기에서 전체적으로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한테 유일한 나라는, 식탁보보다 그리 크지 않은 농장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그곳에서, 저녁이 되어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이 잔디와 그에서 불어온 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 2018. 5. 17.
사순 묵상] 수난 23_오케스트라(예수님과 여인들) 수난 23_오케스트라(예수님과 여인들) “그 가운데에는 예수님 때문에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들도 있었다.”(루카 23,27) 그날에 예루살렘의 모든 여인들이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절대 가 버리지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병사들을 무서워하는 법도 없습니다. 어머니들은 아들이 겪는 수난에 울음과 울부짖음이 뒤섞인 악보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이 죽을 때 음악이 필요하며, 삶에 보내는 인사를 연주하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수천 년간 그래 왔지요. 여인이자 어머니들은, 그 고통을 연주하는 악기들은 십자가 뒤에 그들의 소박한 오케스트라를 세웠습니다. 소리치던 그 나이 든 여인들은 클라리넷이었고, 후덕한 과부는 오보에였으며, 소녀들은 하프요, 그녀들을 응원하던.. 2018. 5. 17.
사순 묵상] 수난 22_곤충(십자가의 길) 수난 22_곤충(십자가의 길)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시고”(요한 19,17) 이제 그분이 가야 했습니다. 이제 그분은 이것이 여느 십자가가 아니라 그분 자신의 십자가라는(다리 저는 저 소년이 나의 아들이고 암에 걸린 저 나이 든 여인이 나의 어머니인 것처럼) 자각을 진 채 그분의 발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것은 나무 조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조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살과 뼈가 모인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숙명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사람과의 논쟁이 끝났습니다. 그분을 구하려고 하거나 그분을 팔아 버리려고 하거나 그분을 잃어버리게 된 비겁함과 배신과 부정과 책략의 상호 작용이 모두 끝났고, 완전히 끝났습니다. 우리는 이제 야외에 있습니다. 하늘이 넓습니다. 여윈 염소 떼가 길을 막거나, .. 2018. 5. 17.
사순 묵상]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수난 21_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 마지막 일기 끝마침을 하려고 피고인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났다. 만난 시간이 아주 짧았다. 밖에 있는 그 사람들이 예수가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다고 소리칠 때 나는 돌아와서 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다시 말해 그의 기원을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그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일깨워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내가 위로부터 받지 않았으면 그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나를 유죄 내린 사람과 같은 편으로 여긴다는 것 말고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들을 연달아 말했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내가 한 일에 어떠한 책임이나 잘못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공동 책임이 없음을 영원히 확..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20_붉어진 목청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8_이 사람을 보라(에체 호모)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7_기발한 계획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8. 4. 23.
사순 묵상] 수난 16_후세를 위해 남기는 본시오 빌라도의 일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8. 4. 2.